등록 : 2005.05.18 19:04
수정 : 2005.05.18 19:04
“노조귀족화가 노동자 희망 꺾는다”
고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자 노동운동가인 전순옥(50)씨가 18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노동계의 잇단 비리에 안타까움과 좌절감을 표시했다.
전씨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나와 “힘없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야 할 노조 지도부가 채용비리, 기금비리 등을 통해 재산을 축적하고 귀족화되고 있다는 소식은 노동자들에게 절망과 좌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간부들의 귀족화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며 “그릇된 노조 지도부가 상당한 수준의 귀족생활을 보장받으면서 노동운동을 하면서 그 위치를 확보하려 정부와 마찬가지로 일반 노동자들을 탄압해온 역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 예로, 전씨는 1970년대 전국섬유노조위원장을 지낸 어떤 이가 일반 노동자들보다 수십 배나 많은 한해 540만~600만원의 임금을 받으면서 자가용을 두 대나 굴린 일을 소개했다.
그는 또 “전태일은 재단사로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하고 해고와 고용도 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노동자들이 자본의 착취에 고통 받는 것을 보고 자신을 받쳤고 노조를 조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노동계를 향해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전씨는 “전태일이 당시 상황을 받아들이고 타협했으면 죽지 않았겠지만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구하고자 죽었던 것”이라며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노동계가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회계 분야 등을 중심으로 외부에서 노조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문제가 됐던 노동계 내부의 폭력 사태와 관련해 “경찰의 폭력에 분노하던 노동계가 무엇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 폭력을 휘두르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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