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노사관계 공정표 ‘먹구름’ 한국노총이 비정규직 법안 등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정권퇴진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노총은 “어떤 방식으로든 두 노총의 연대는 확고할 것”이라고 밝혀, 노동계와 정부·여당 사이의 긴장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반세기 만의 초강경투쟁=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18일 오후 조합원 등 6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북 충주시청 광장에서 열린 ‘김태환 열사 살인만행 규탄 및 특수고용직 노동 3권 쟁취를 위한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대회사를 통해 “노동자들의 분노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며 “노무현 정권 퇴진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현 정권 스스로 노동자, 서민의 표를 통해 당선됐다고 말하면서도 철저히 노동자, 서민을 죽이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며 “노 정권은 노동자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집회에 참석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독선, 오만으로 가득한 노동정책과 비정규직 악법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구성”을 제의했고, 이수호 위원장은 즉석에서 이를 수락했다. 한국노총은 19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어 “노 정권 퇴진 및 김태환 열사 살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양대 노총의 연대=민주노총은 ‘정권퇴진 투쟁’이라는 한국노총 쪽의 초강경 선언에 다소 놀란 표정이다. 민주노총의 한 고위 간부는 “내부에선 ‘한국노총의 투쟁의 수위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어 현재 논의를 벌이고 있다”며 “하지만 현 정부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노동정책에 함께 맞서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만큼 적절한 연대투쟁방식을 찾아 실천에 옮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두 노총은 19일부터 ‘공동투쟁본부’ 구성을 위한 실무논의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은 공동투쟁본부는 시민사회단체 및 민중진영을 폭넓게 아우르는 연대투쟁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먹구름 낀 노사정 대화=두 노총이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는 등 본격 연대투쟁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비정규직 법안 처리 및 노사관계 공정표(로드맵) 작성 등 당면 노동 현안의 협상과 처리에도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실제 노사정과 국회 실무교섭대표자들은 19일 다시 만나 비정규직 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으나 또 아무런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렸다.
한 노동계 원로 인사는 “현 정부의 친자본 노동정책과 잇단 비리에 따른 노동계의 위상 실추, 그리고 정규직-비정규직 등 노동계 내부의 만성적 분열증후군이, 안팎에서 노총 지도부의 선도 투쟁을 추동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노동계 안팎의 여건을 고려할 때 초강경 투쟁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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