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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8 18:42 수정 : 2005.01.18 18:42

이제서야‥노말헥산에 중독돼 하반신 마비 증상을 보여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치료를 위해 재입국한 타이 노동자 씨리난이 18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일동 안산중앙병원에서 조해룡 원장의 진료를 받고 있다. 안산/김정효 기자


■ ‘노말헥산 중독 노동자’ 잊고싶은 기억들

“일 늦어진다”의자없이 새벽까지 작업
마비보이자 기숙사 몰아넣고 격리생활

“많아 아파요. 병원 가고 싶어요.”

“일 많으니까 안 돼. 좀 참아.”

지난 17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돌아온 인디 싸라피 등 타이 여성 노동자 3명이 증언한 ㄷ사의 노동 환경은 ‘창살 없는 감옥’ 그 자체였다. 이미 타이 여성 노동자 5명이 입원한 산재의료관리원 안산중앙병원에 입원한 이들 3명을 만나 이들이 타이로 돌아가기 전 일했던 공장의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제대로 치료해주지 않았다”=2003년 9월30일 관광비자로 입국해 ㄷ사 검사실에서 일해온 인디 싸라피(30)가 다리 마비 증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10월께였다. 그는 “다리가 아프다고 하니 회사에서 한 번 병원에 데려가 주사를 맞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다시 호소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돈을 들여 모두 세 차례 병원을 더 찾아갔다.


씨리난(37)도 병원에 세 차례 갔다고 말했다. “두 번은 회사에서 그리고 한 번은 내 돈을 들여 병원에 갔고, 병원에서 이틀 정도 약을 지어줘 먹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이들이 잇따라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였지만 회사 쪽은 이들을 별도의 컨테이너 기숙사에 몰아넣고 거의 한 달 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고 했다.

씨리난은 “밥은 누군가 넣어주었고 동료 타이 노동자들은 방안에 들어오지 못했다”며 “볼일을 볼 때만 동료들에게 업혀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렇게 한 달을 보낸 뒤 지난 12월11일 타이로 돌아갔다.

“말이 통하지 않아 병원에서도 증세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답답했다.” 회사가 귀국하는 이들에게 준 것은 편도 비행기표 1장과 한국돈 10만원이었다. 회사는 이들 세 명 외에 파타라완(30)과 왈란폰(35)의 12월21일 타이 방콕행 비행기표도 끊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파타라완 등이 교회와 시민단체에 도움을 받게 되면서 귀국을 거부해 이들을 조용히 내보내려던 회사의 계획은 무산됐다.

열악한 사업장, 장시간 노동=방콕에서 2년제인 아시아 비즈니스 대학을 다녔던 싸라피는 “제품을 닦을 때면 나쁜 냄새가 많이 났다”며 “냄새가 난다고 하면 작업 감독하는 한국인 오빠가 ‘괜찮아, 그냥 해’라고 말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싸라피는 “아침 밥을 먹고 오전 8시30분부터 일을 시작하면 어떤 때는 새벽 1~2시에 끝났다”며 “의자가 있으면 일이 늦어진다며 검사실에는 의자 하나 갖다놓지 않아 일하면서 늘 서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2004년 1월1일 입국해 다음날부터 ㄷ사 검사실에서 일했던 씨리난은 “휴일은 거의 없었다”며 “한국에 있는 11개월 동안 거의 바깥 구경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렇게 밤낮없이 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하루 8시간 기준으로 받는 기본급이 46만5천원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에 올 때 낸 빚을 갚고 돈을 벌기 위해 정상 근무 시간에 육박하는 초과근무를 해야 했다. 이렇게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은 한 달 100여만원 남짓이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우리는 타이 여성들에게 잘해준 편이다. 주변의 회사도 다 그런데, 왜 우리만 문제가 되는가”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에 대해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우리를 고통을 주기도 했지만 이렇게 다시 불러 치료를 받게 해준 데 대해 한국에 감사한다”며 “치료받은 뒤 다시 일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안산/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작년 10월도 노말헥산 써”


회사쪽 “8월 사용중단”거짓말‥노출검사때도 대상 바꿔치기 의혹

타이 여성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노말헥산 중독 증세를 보인 엘시디 부품업체 ㄷ사가 노동자들이 쓰러지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말까지 ‘노말헥산’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제까지 ㄷ사는 지난 8월 검사실 세척제를 친환경 제품으로 바꿨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7일 한국에 돌아온 씨리난(37)은 “지난해 1월1일 일을 시작해 10월28일 다리가 너무 아파 일을 중단할 때까지 겉에 ‘헥산’이라고 쓰인 같은 제품을 계속 사용했으며, 다른 제품으로 바꾼 적이 없다”고 18일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12월11일 타이로 돌아가면서 검사실에서 자신이 쓰던 ‘헥산’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가지고 돌아가 병원에 가져갔으나, 의사는 내 병명이나 이 물질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회사 쪽은 “정전기로 인한 화재 위험이 커 지난해 8월 기존의 세척제 ‘헥산’에서 친환경 세척제인 ‘알트 클리어’로 바꿔 사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노동부도 “ㄷ사가 지난해 9월 세척제를 바꿨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 경기 화성 ㄷ사로부터 작업환경 측정을 의뢰받은 오산 ㅅ병원은 “지난해 4월9일과 11월18일 ㄷ사 검사실에서 노말헥산의 노출 정도 등을 조사했으나, 이 과정에서 타이 노동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밝혀 ㄷ사가 노말헥산으로 인한 문제를 감추기 위해 엉터리 조사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ㅅ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상·하반기에 여성 노동자 1명씩을 대상으로 검사실의 노말헥산 노출 정도 등을 조사했다”며 “ㄷ사에서 ‘검사실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소개한 그 두 사람은 모두 한국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산중앙병원에 입원한 타이 여성 노동자들은 “講營퓻【?일한 8명은 모두 타이 여성이었고, 나중에 모두 하반신 마비 증세를 겪었다”며 “한국인 노동자는 검사실 밖에서 제품을 넣어주거나 세척을 거친 제품을 밖에서 받는 사람뿐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재입국한 씨리난 등 3명의 타이 여성 노동자를 검진한 안산중앙병원 조해룡 원장은 “씨리난의 경우 하반신 마비가 전신으로까지 확대돼 무릎, 발목은 물론 손과 팔목의 신경까지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정밀한 추가 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경찰서는 이날 안전장비 착용은 물론 작업장에 환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공장장 이아무개(45)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직원 엄아무개(25)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 회사 대표 송아무개(53)씨가 이날 오후 경찰서에 스스로 나옴에 따라 송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안산 오산/홍용덕 김기성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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