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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3 18:50 수정 : 2005.01.03 18:50

일부업체, 설문조사 방해 접촉 막아
송출비리 만연‥관리·감독도‘구멍’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노동연구원의 비공개 보고서는 외국 현지의 노동자를 데려와 연수시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이전을 꾀하며 국내 기업의 인력부족을 간접 지원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제도가 실제로는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이 외국인력을 불법·편법적으로 활용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외국인력 편법활용=보고서를 보면, 2004년 3월 현재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을 도입한 업체는 분야별로 제조업 95.1%, 도소매업 2.6%, 건설업 1.6% 등의 순이다. 이 가운데 종업원 300명 이상 업체가 30.9%, 100~299명 27.9%, 99명 이하 38.5% 등이다.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을 고용하는 업체의 상당수가 대기업에 속한다. 이철승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 상임대표는 “처음에는 중견기업들이 주로 이 제도를 이용했는데 요즘에는 자동차·조선업체 등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7월12일~8월13일 사업장 276곳에 물었더니, 51.4%가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고, 63.8%는 “연수인원과 연수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또 대부분의 사업체에서는 연수생에 대한 체계적인 연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수를 실시하는 업체는 10곳 가운데 6곳에 그쳤고, 연수를 하는 업체 중에서 비실무연수를 실시하는 업체는 4.3%에 머물렀다. 실무연수만 하는 업체는 66.9%, 병행 28.8%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 10곳 가운데 7곳은 현장연수 형식으로 연수생을 사실상 노동에 종사시키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지침은 실무연수의 비율이 70%를 넘으면 안 된다고 돼있다.

보고서는 애초 400개 기업을 조사하려 했으나 많은 연수업체들이 사업장 방문이나 응답을 거부해 276곳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는 연수생과의 접촉을 거절하고, 연수생들에게 전달된 설문지를 회수하거나 설문조사에 응하지 말도록 사전교육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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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출 비리=노동연구원이 지난해 7월20일~9월10일 조사한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의 55%가 현지에서 연수업체와 관련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지 않았다고 밝힌 대목은 이 제도에도 송출 비리가 만연해 있음을 방증한다. 보고서는 “연수업체와 관련이 없어도 주무부처의 장이 추천한 산업체는 연수생을 도입할 수 있지만 그 비율이 높지 않다”며 “많은 기업들이 위장 현지법인 등 불법적인 방법을 이용해 외국인력을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연수생으로 들어온 이들이 입국한 경로는 △중개인 또는 중개회사를 통한 입국 78.9% △기타 10.5% △한국의 중개인 9.5% 순으로 나타났다. 송출비용도 전부 해외투자기업이 부담해야 하지만 연수생의 56.4%가 자신이 돈을 다 냈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며 불법적으로 입국한 이들 가운데 자신이 직접 비용을 낸 사람은 65.3%에 이르렀다. 연수생이 입국비용의 일부나 전부를 낸 경우 평균 448만원이 들었다.

◇ 관리·감독 부실=법무부의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등에 대한 사증발급인정서 발급 및 관리에 관한 지침’은 연수업체의 연수생 관리실태 및 현지법인의 운영실태를 연 1회 이상 조사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규정이 제대로 집행된다면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의 불법 이탈이나 위장 취업은 거의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이런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기 위한 인력도 충원되지 못하고 있고, 연수업체에 대한 이행사항 점검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수생 관리체계가 없고, 구체적인 연수실시 기준이 없어 개별기업이 연수생들을 자의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한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삼열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실장은 “해외투자기업 연수생들은 사실상 합법의 틀 안에서 노예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법무부가 이 제도를 운영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탄압하는 것을 방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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