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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1 18:23 수정 : 2005.01.21 18:23

대의원대회서 ‘사회교섭’ 참여안 폐기
성원 미달로‥정부 대타협계획 삐끗

이수호 민주노총 지도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사회적 교섭 전략’ 채택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 여부가 불투명해졌으며,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이루고 양극화 문제 해소 등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려던 정부와 여당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민주노총은 20~21일 충북 보은 속리산유스타운에서 올해 첫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의미하는 ‘사회적 교섭안건’을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자동폐기됐다. 이수호 위원장은 회의 뒤 “그동안 많은 토론을 거쳐 오늘까지 왔는데, 처리를 하지 못해 책임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이른 시일 안에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노총 안에서는 사회적 교섭전략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세력이 만만찮은데다, 이날 대의원 회의에서는 ‘총파업을 포함하는 2월 총력투쟁’을 결의한 터여서 오히려 노-사, 노-정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지루한 공방만 이어진 대의원 대회=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568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오후 4시30분부터 회의가 시작됐다. 이후 회의순서를 둘러싼 공방에서부터 △2004년 사업평가와 결산 △2005년 사업계획과 예산 △2월 총력투쟁 계획 등 3개 안건을 통과시키기까지 무려 11시간에 이르는 밤샘회의가 이어졌다. 새벽 3시를 조금 넘겨 이번 대의원 대회의 가장 큰 쟁점인 ‘사회적 교섭에 관한 건’이 상정됐으나, 정회 여부로 논란을 벌이다 2시간10분 만인 이날 새벽 5시32분에 정족수(393명) 미달로 회의가 유회됐다. 이에 따라 내부 절차규정에 따라 사회적 교섭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수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집행부는 “사회적 교섭을 산별 교섭, 대정부 교섭과 함께 민주노총의 사회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다양한 중층적 교섭의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며 사회적 교섭 참여를 주장했다.

반면, 사회적 교섭안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2월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노사정 합의기구 복귀를 결정하는 것은 투쟁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돌려 분위기를 잡았다. 이들은 회의에서 조직적인 의사진행 지연 발언을 하고 사회적 교섭안이 상정된 시점에는 회의장을 이탈하는 방식으로 ‘의결정족수 미달’을 만들어냈다.

한 대의원은 “안건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의사진행 발언과 신상발언만 난무한 회의였다”고 아쉬워했다.

◇ 지도부 의지 관철 불투명=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번 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안이 가결될 경우 2월부터 사회적 교섭 틀을 결정하기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재개할 방침이었다. 이를 위해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등 사회 공공성 강화’를 상반기 핵심사업 계획으로 결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노사 교섭, 산별 교섭, 사회적 교섭’의 중층적 교섭틀을 총동원해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공공성 강화의 주체로 나선다는 게 민주노총 지도부의 전략이다.

이런 지도부의 의욕은 ‘대의원 결의’라는 내부관문에서부터 좌절됐다. 보름 이내에 소집될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한 금속연맹과 공공연맹의 일부 대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두 연맹의 대의원에서 40%만 이탈하더라도 사회적 교섭안건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된다. 게다가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여당이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다시 상정할 가능성이 높아, 이 경우 ‘총파업으로 대응’한다고 결의해 오히려 노-정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로 현 지도부는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의할 수준의 지도력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이런 취약한 지도력으로는 설사 참여한다고 해도 합의내용을 실천하지 못할텐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의 민주노총 지도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운동방식을 채택하려면 먼저 내부의 지도력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순빈 김정수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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