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23 13:42 수정 : 2005.01.23 13:42

기아차 노조간부의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광주 서구 내방동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앞 신호등에 적색등이 켜져 있어 채용비리 수사 결과에 따라 밝혀질 사실이 가져올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는 듯 하다. 연합 \

기아차 노조 간부의 채용비리에 대해 광주공장측이 회사 최고경영진에 제대로 보고 하지 않아 대응이 늦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시한폭탄'의 존재를 모른 채 방치하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뒤에야 인사조치가 이뤄지는 등 '뒷북'만 쳤다는 지적이다.

노조간부가 돈을 받고 생산계약직 사원을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광주공장이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윗선'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 광주공장이 노조의 생산직 인사에 대한 간섭을 오래 관행으로만 보고 이를 '쉬쉬'하기만 한채 방관했다가 해결이나 수습의 시점을 놓쳐 버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광주공장 관계자는 "생산직 사원을 노조가 추천하는 것은 강성노조가 있는 회사는 어디에나 있다"며 "그런데 여기에 재작년부터 수천만원의 돈문제가 얽히고 있다는 풍문이 떠돌았으나 확인할 길이 없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공장 안에서는 채용비리가 외부에 새나간 작년 여름 이전에도 '1천만원 거래설' 등 관련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작년 10월 생산직 사원을 공채하면서 이같은 관행과 돈문제가 공장 바깥에서 불거지고 일부 언론에까지 보도된 뒤에야 본사에서도 '감'을 잡고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 이후 인사부처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인사조치가 올 1월초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나 검찰의 6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마지막 압수수색을 앞두고 이뤄져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또 이같은 문책인사도 기아차의 올초 정기인사에 반영되지 못하고 정기인사 며칠 뒤 시행된 것으로 보아 최고경영진이 사태전말을 정확히 파악한 것은 연말이 임박해서야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도 광주공장 사태와 관련해 올 신년사에서 "허위보고는 곧 음모"라며 보고체계의 허술함과 대책마련에 소홀했던 점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의 압수수색이 지난해 2차례나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런 상황에서도 그룹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허위보고 등이 신년사에 언급된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그만큼 경영진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반증"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인력채용 등 인사와 업무시스템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박홍귀 노조위원장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아차를 바로 잡아야겠습니다"

박홍귀 기아차 노조위원장은 23일 오전 광명 소하리공장 노조위원장실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광주공장 노조간부가 금품수수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 대해 노조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다음은 박 노조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노조간부가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어제 광주공장에 내려가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노조간부를 직접 만났다. 그는 '7∼8명의 입사자 부모 등으로부터 1억8천여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으며 '검찰에 출두해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와서 2시간여동안 무릎을 꿇고 취직청탁을 했고 신문지에 쌓인 돈다발을 주고가 받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들었다'고 실토했다. 노조간부가 돈을 받고 근로자 인사청탁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노조 집행부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고 이에 책임을 지고 일괄 퇴진하기로 결정했다. --생산직 채용 과정에서 노조나 사측 임원에 의한 추천이 공공연했다

고 하던데.
△사실이다. 광주공장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1천79명을 선발했다. 모두 5만여명이 응시했는데 입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인사규정이 없어 회사에 연고가 없는 사람은 애당초 입사가 불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노조간부는물론 회사 임원, 정치인 등 회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다 추천자로 봐야한다.

--광주공장에서 인사청탁이 특히 심했다고 하는데 이유가 있나.
△광주공장은 그동안 단종차 라인만 주로 가동되는 매우 취약한 공장이었다. 그래서 광주공장을 발전시켜보겠다는 노사의 노력으로 생산라인을 대폭 확장하게 됐고그 과정에서 채용인원이 크게 늘었다. 특히 노사관계가 선후배 등 인맥으로 형성됐고 독립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회사측과 노조간의 추천이 관행화된 것 같다. 언젠가는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인사청탁관행은 언제부터 생겼나.
△수십년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97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흡수한 뒤 더욱 노골화 됐다. 현대차가 자기사람을 회사내에 심고 노조의 발목을 잡기 위해 인사청탁을 더욱 부추기는 등 노무관리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광주공장의 경우지역적 특수성과 함께 노사관계가 선후배로 얽히면서 인사청탁의 정도가 더욱 심했다.

--노조는 왜 이 같은 인사청탁관행을 시정하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 현 집행부는 출범 초기인 지난 2003년 10월 인사청탁관행이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술수로 보고 회사 대표이사에게 공문을 보내 인사청탁 근절을 요구했다. 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입사를 사측에 공식 요청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돈을 받고 추천하는 관행이 있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지적에 따라 대의원 대회에서 '노조추천에 의한 입사청탁 금지'를 결의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 3일 단체협약에서 단위공장별 선발을 중지하고 회사차원에서 전체 공장의 생산직 근로자를 선발할 것을 요구,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노력을 해온 현 집행부의 간부가 금품을 받음으로써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비통하다.

--이번 사건에 대한 노조의 입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 외에 할말이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회사와 노조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송두리째 매도해서는 안된다. 지금 광주공장에 입사한 문제의 1천79명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일부 종업원은 대인기피증까지 걸렸다고 한다. 언론은 의도적으로 노조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가려해서는 안된다. 기아차 노조는 이번 사건에 정부의 음모가 있지 않나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동안 진보적인 노동운동을 펴온 기아차노조의 예봉을 꺾기 위해, 노동계 전체를 위축시키고 탄압하기 위해 초토화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검찰은 공정한 수사를 하고 모든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노조의 향후 계획은.
△집행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일괄사퇴를 결의했다. 조만간 새 지도부가구성될 수 있도록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또 수사결과를 보고 대국민 사과성명도 낼 예정이다. 노사는 이번 사태를 기아차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