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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3 18:09 수정 : 2005.01.23 18:09

기아차 노조 간부의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광주광역시 서구 내방동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출입문이 굳게 닫힌 채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광주/연합 \



기아차 노조위원장 밝혀 … 일부 공정 지난해 도급전환 ‘노조유착’ 의혹

[5판]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 비리와 관련해, 노조 간부뿐 아니라 유력 정치인과 고위공무원 등도 채용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술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또 노조 광주지부가 지난해 일부 생산공정의 도급 전환을 묵인하는 대가로, 직원 추천권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홍귀 기아차 노조위원장은 23일 “5만명 중 1천명을 뽑는데, 인사규정이 구체적이지 않아 회사에 특별한 연고가 없으면 애초 입사가 불가능했다”며 “회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노조 간부나 힘있는 외부 청탁자도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지부의 한 노조간부는 “박 위원장이 지난 14일 기아차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입사비리에 관한 건’을 논의하면서, 지난해 기아차 광주공장에 채용된 사람은 국회의원, 시의원, 고위공무원, 대표이사, 노무 관련 책임자, 노조 집행부와 활동가 등이 추천해서 입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도급전환 묵인 의혹 =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난해 7~8월께 스포티지·프런티어·승합차 생산라인 일부 공정에 ㅎ사 등 9개 도급회사를 투입했다. 도급회사 소속 노동자 400여명은 광주공장 각 생산라인의 ‘차문 틈새를 조정하는 공정’과 ‘화학약품으로 차를 세척하는 공정’ 등 현장 노동자들이 근골격계·호흡기 질환을 우려해 꺼리는 공정에 배치됐다. 기아차는 2003년 말 김아무개 부사장이 광주공장장으로 부임한 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생산라인 도급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기아차노조 광주지부는 회사의 요청에 따라 일부 생산라인 도급화를 수용했다. 기아차 노사협약에는 인원 전환배치나 생산라인 신규인력 투입 때 노사협의로 결정하도록 돼 있어, 노조의 ‘협조’ 없이는 도급 전환이 불가능하다. 회사 쪽은 “별개의 생산라인 도급화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만, 노동계 전문가들은 “컨베이어벨트로 이어져 별도 공정으로 보기 힘든데다, 회사에서 도급직원들에게 작업 지시까지 내리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 기아차 노조 관계자들은 “과거에도 노조 집행부가 신입사원 채용 때 일부 친척 등을 소개한 적은 있었지만, 채용에 추천권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일부 생산공정의 도급 전환이 추진되면서 생산 계약직 추천권을 매개로 노사가 도를 넘어 유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아차 광주공장은 △2000년 생산라인에 불법 배치된 13개 도급회사를 정리하고 △2003년 초 비정규직 5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기아차 광주공장은 2003년 5월 출범한 노조 광주지부에 생산 계약직 추천권을 인정해 준 뒤 일부 생산공정 도급 전환 등의 실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광주공장 관계자는 “노조에 채용 추천권과 연계해 도급화를 추진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노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회사와 도급 문제를 협의하면서 필요 인원이 많이 늘었다”고 말한 뒤, 도급 대가 여부에 대해 묻자 “그만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 노조지부장 체포영장 = 광주지검은 이날 기아차 노조 광주지부장 정아무개(44)씨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생산 계약직으로 입사한 노동자 4명을 불러 정씨에게 금품을 건넸는지를 묻고, 회사 관계자 5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부적격자 채용 경위 △회사 관계자 연루 여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채용비리와 관련된 인사들은 노사 가리지 않고 배임이나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광주/안관옥·정대하·김태규 기자daeha@hani.co.kr


박홍귀 기아차 노조위원장 “광주지부 간부혐의 시인…회사도 예방노력 했어야

“기아차 노조는 지난 1년8개월 동안 이러한 인사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나 비통할 뿐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립니다.”

박홍귀 기아차 노조위원장은 23일 오후 경기 광명시 소하리공장 노조위원장실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전날 정아무개 광주지부장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이렇게 밝혔다.

박 위원장은 “돈받은 혐의를 시인하더라”며 “입사 희망자의 부모가 집으로 찾아와 두 시간씩 무릎 꿇고 빌면서 돈을 놓고 갔다던데, 그런 식으로 몇 번 돈을 받다 보니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공장으로, 다른 공장들과 운영 관행이 많이 다르다”며 “광주공장에서 이런 입사청탁이 오랜 관행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일이 다른 공장에서도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광명의 소하리 공장이나 화성공장은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뽑는데, 광주는 몇단계를 거쳐 정규직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현 집행부가 이런 관행을 끊어버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는 “2004년 7월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공공연한 사실인 입사청탁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등의 조건을 명문화했고, 공장별로 채용권한을 주면 문제 해결이 안 되니까 본사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연말 회사 쪽이 “입사비리 관련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일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미루고 선별채용을 하겠다”고 해서 12월31일에 광주에 내려가 직접 노조 간부들에게 “입사 추천은 있어도 넘어가겠지만 금품수수는 절대 안 되니까 지금이라도 얘기하라고 했는데, 모두 부인했다”고 전했다. “(당시) 굳게 믿었다.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회사가 정말 이러한 인사관행을 근절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번 사건을 미리 예방할 수도 있었다”며 “회사도 노무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아차 노조는 24일 오후 2시 소하리 공장에 대의원 전체 비상소집령을 내렸다. 이 회의에서 노조는 5개 지부 간부 120명 사퇴 이후의 대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이미 사퇴성명을 냈기 때문에 아무런 미련도 없고, 현장에 내려가서 깊이 반성하는 자세로 좋은 차를 만들겠다”며 “이번 일은 기아차 3만5천명 중 한두 명한테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국민께서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광명/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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