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직원까지 입단속 전전긍긍
회사쪽 = 기아차는 검찰의 광주공장 채용비리 수사가 확대될 움직임을 보이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는 이번 파장이 노조 간부의 개인 비리에 그칠 것을 내심 기대했으나, ‘회사 간부’와 ‘고위 인사’ 청탁설, ‘노사 담합설’ 등 일파만파로 번져가자 검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아차는 23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자체 감사도 실시하고 있으므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아차뿐 아니라 현대차에서도 임직원들에게 함구령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주변에서는 회사 쪽이 지난해부터 실시해온 전면 감사에서 채용비리 실태와 사안의 심각성을 상당 부분 파악해두고 일찌감치 몸사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가 최근 윤아무개 사장과 김아무개 광주공장장, 윤아무개 인사실장 등을 전격 경질한 것도 관리 책임뿐만 아니라, 인사 담당자들의 비리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쪽은 신규인력 채용 때 노조 쪽에 20~30%의 인원을 할당했다는 진술이 나오고, 검찰이 전·현직 인사 담당자들에게 소환 통보를 하는 등 수사망이 좁혀져오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아차 경영진은 휴일에도 회사에 나와 향후 파장과 검찰 수사 방향 등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기아차는 애초 사태가 불거지자 “노무관리 차원에서 강성 노조 간부의 청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줄곧 노조 쪽에 책임을 돌려왔다. 그러나 채용 주체는 엄연히 회사이고, 400명이 넘는 결격 사유자들을 직원으로 뽑을 당시 ‘노조 힘’만으로 가능했겠느냐는 의구심이 갈수록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증언까지 쏟아지는 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자성” 고개 숙인채 “매도” 경계
대형악재 노동운동 입지 좁아져
노동계 =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불거진 계약직 사원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노동계는 노조 활동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형 악재로 보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문제로 노동운동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될 경우 당장 다음달에 있을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정 저지 싸움과,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노사관계 로드맵’을 둘러싼 노-정 및 노-사 간 힘겨루기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가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노동운동은 도덕성이 기본적 덕목인데도, 입사비리에 노조 간부가 연루됐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논평을 내어 유감의 뜻을 밝히는 동시에 이 사건이 ‘기아자동차의 입사비리에 노조 간부가 연루된 사건’임을 분명히했다. 입사비리는 성격상 경영진이 개입된 총체적 비리일 수밖에 없는데도 노조만의 문제로 규정돼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 소재로 사용되는 것을 차단하려 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노조는 물론, 기아차 경영진과 정부 유력기관들까지 연결된 더 큰 ‘비리 커넥션’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자체적으로 광주에 내려가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조쪽뿐 아니라 지자체, 정치인들의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사회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계가 자성하는 계기가 돼야겠지만, 그렇다고 노동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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