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귀(오른쪽에서 두번째)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이 24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서 노조 긴급대의원대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의 뜻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 광명/김태형 기자
|
기아차 노조간부 “계파별 지원” 주장 기아자동차가 노무관리 차원에서 채용 할당권뿐 아니라, 노조 선거 때 계파별로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또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 비리와 관련해 다른 노조 간부들과 회사 간부들도 돈을 받고 사후 취업을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선거자금 지원=기아차가 노조 계파별로 선거자금을 은밀히 지원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24일 “회사가 노조 집행부만 상대하는 게 아니고, 각 조직마다 선거자금도 대주고 연맹 선거를 하면 도와주고, 그런 식으로 모든 조직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임기는 2년이며, 광주공장 안에는 노동운동 5개 계파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채용된 생산계약직 1079명 중 노조뿐 아니라 각계에서 500명 이상 추천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집행부 안 5개 조직에 전부 추천 인원을 할당했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 전 간부도 “회사와 노조, 지역사회 관계자 몫이 40%, 30%, 30%씩 할당된다”며 “노조 몫은 계파별 세력 판도에 따라 할당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차 회사쪽이 노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가 조합원 수의 약 30% 가량 된다”며 “회사가 노조 선거에 다양한 방법으로 직접 개입해 왔다”고 증언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노사협상 때 교섭위원들에게 승합차를 시가보다 50~60% 가량 싼 값으로 판매해 노조 정기대의원 대회 때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노무관리 차원에서의 노조원을 만나는 것은 몰라도 회사가 돈으로 노조의 여러 계파 조직을 관리했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다”며 “난무하는 추측과 소문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 다른 노조 간부도 금품?=기아차 노조 지부장 외에 다른 노조 간부들도 금품을 받고 사후 채용을 약속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아무개(52·광주시 서구 내방동)씨는 이날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 초 노조 상근 간부를 만나 아들 취업 청탁과 함께 6천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 노조 간부한테서 ‘취업을 부탁한 사람이 많이 밀려 올 2월께 취업시켜 주겠다’는 말을 듣고 기다리고 있다.
회사 부서장 이상 관계자들에게 채용을 부탁하기 위해 돈을 건넸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 ㄷ택시 기사 ㅇ아무개(43)씨도 지난해 10월 친척인 회사 과장급을 통해 3천만원을 회사 쪽에 건넨 뒤 입사 약속을 받고 회사를 그만뒀지만, 채용되지 않아 돈을 되돌려받았다. 또 다른 부모는 지난해 12월 “지인을 통해 기아차 임원급 부인에게 3천만원을 건넸지만, 아들이 채용되지 않았다”며 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이들 노조 간부나 회사 임원들은 돈을 받고도 약속대로 채용이 안 되면 “다음 기회에 취업을 시켜주겠다”고 설득해, 노조나 회사에 ‘취업대기자’ 명단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비리 지부장 영장=광주지검은 지난해 5~10월 생산계약직 채용 알선 대가로 7, 8명한테서 모두 1억8천여만원을 받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 등)로 기아차 노조 정아무개(44) 지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정씨는 이날 오후 2시께 변호인과 함께 검찰에 출석했으며 “취업 희망자들한테 돈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검찰은 정씨 조사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이나 다른 노조 간부들의 연루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모두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2001년 입사한 생산직 직원 1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과거에도 관행적으로 노조 간부들이 금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홍대선, 광주/안관옥·정대하·김태규 기자 daeha@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