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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4 16:57 수정 : 2019.01.04 21:28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유성 범대위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늦장 발표와 관련한 인권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17년 종료된 조사 결과 1년 넘게 공개 안 해”
“11월 폭력, 12월 죽음 철저하게 인권위 책임”
극단선택 계획·시도 25명…일반인 10~50배

인권위 쪽 “관련 결정문 이달 중순께 공표 예정”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유성 범대위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늦장 발표와 관련한 인권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달 또 한 사람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진 유성기업의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일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며 항의했다. 노조가 ‘유성기업의 차별·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정신건강문제 해결’ 진정을 내자 인권위는 지난 2017년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 결과를 공표하지 않고 있다.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이날 서울 저동 인권위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노조 파괴로 동료들이 쓰러지고 급기야 죽기까지 했다. 고용부에서 임시건강명령을 내렸지만 회사가 보기 좋게 걷어찼고 고용부가 회사를 처벌하려하자 검찰이 내사종결 명령을 내렸다. 마지막 희망으로 붙들었던 데가 인권위였지만 사건이 배당된 2년 동안 동료 3명이 쓰러지고 급기야 한 명은 목숨을 잃었다. 가장 믿었던 국가기관에서마저 무시당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유성엔 아직 8명의 해고자가 있고 한 해에 5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상임활동가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여러 치유 활동가들과 상담가들, 의사들의 자발적 지원으로 겨우 연명해왔다. 인권위가 결과를 공개해야 이들도 제대로 심리상담을 받고 치료도 받지 않겠나. 지난해 11월 폭력 상황과 12월의 죽음은 철저하게 인권위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28년을 유성기업에서 일하다 퇴사한 한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7년에 이뤄진 인권위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조사단에 외부위원으로 참여한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외부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수년 간 지속돼 온 노-사간, 노-노간 갈등을 보면서 국가가 개입해 기본적 인권이 지켜지도록 하자, 노동자들이 극단적 상태로 내몰리는 것만은 막자는 것이었다. 한데 인권위에 수차례 ‘결과 발표하라’, ‘청문회 하라’고 얘기 했지만 ‘담당 주무관이 바뀌었다’, ‘곧 하겠다’는 얘기만 하면서 1년을 끌고 있다. 인권위는 충분히 직무유기를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노조 파괴’ 노무법인의 대표격으로 알려진 창조컨설팅과 회사 쪽에 의해 탄압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지회가 주야 교대를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바꾸자고 요구하자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아 지회가 합법적인 파업을 시작했다. 회사는 어용노조를 만들고 직장을 폐쇄한 뒤 쇠파이프와 죽창을 든 경비 용역업체를 동원했다.

직장폐쇄 뒤 노조원이 복귀하자 회사는 노조원 가운데 27명을 해고했고 해고취소 판결을 받아 복귀한 11명을 재해고하기도 했다. 이들도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뒤에야 복직할 수 있었다. 회사가 주도해 만든 제2노조에 대해 법원이 “어용노조이며 설립 자체가 무효”라 판결하자 회사는 같은 사람들로 ‘제3노조’를 만들기도 했다.

지회 조합원들은 1천건이 넘는 고소·고발을 당하고 관련 재판을 받고 있으며, 2016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 한광호씨의 죽음은 산업재해 사망으로 인정됐다. 이런 시간이 올해로 9년째다. 인권위 조사는 한광호 조합원의 죽음 뒤 지회의 ‘유성기업의 차별·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정신건강문제 해결’ 진정으로 이뤄졌지만 조사가 마무리되고 1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 결과가 공표되지 않고 있다. 2012년 이후 지회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해온 충남노동인권센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자살을 생각한 유성기업 노동자가 62명이었고, 자살을 계획한 이가 20명, 자살시도를 한 이가 5명이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악화 정도는 일반인들의 10~50배였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 관계자는 “정신건강 실태조사는 사건 조사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라 원칙적으로는 비공개 사항이다. 관련 결정문은 이달 중순께 공표할 예정이며 실태조사 결과도 결정의 근거로 일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 과정에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선 “사안이 워낙 복잡한데다 유사사례도 없고 정신건강 말고도 조사해야할 것들이 많았다. 기간 중 담당 조사관이 세 차례 바뀐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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