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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0 19:24 수정 : 2019.04.12 14:22

발달장애인인 이연희씨가 지난해 4월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제15회 서울시 장애인 취업박람회에 자리한 한 복지관 취업상담부스에서 기초학습기능진단지를 풀고 있다. 이 씨는 한 문제 한 문제 최선을 다해 끝까지 문제를 풀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기준노동자 비교 능력평가에서
90% 넘어야 주던 최저임금 기준
지난해 1월부터 70%로 낮췄지만
되레 기준 넘는 장애인 줄어들어

직업재활시설에서 능력평가 때
생산력 특출한 기준노동자 선정
소속 장애인 점수 떨어뜨린 듯
센터들 적자 탓…“정부가 지원책을”

발달장애인인 이연희씨가 지난해 4월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제15회 서울시 장애인 취업박람회에 자리한 한 복지관 취업상담부스에서 기초학습기능진단지를 풀고 있다. 이 씨는 한 문제 한 문제 최선을 다해 끝까지 문제를 풀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발달장애인 김성만(가명·26)씨는 구립강서구직업재활센터에서 주 5일 하루 8시간씩 일을 하고도 월 37만원만 받는다. 마스크에 코받침 패드와 끈을 붙이는 업무를 5년째 하는 숙련 노동자이지만,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에 해당돼 월급이 최저임금의 20% 수준이다.

김씨는 지난해에도 장애인의 생산력을 측정해 최저임금 적용 제외 여부를 정하는 ‘작업능력평가’를 받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실시하는 이 평가는 장애인인 평가 대상자와 ‘기준노동자’의 노동 능력을 시간당 작업량과 정확도 등으로 비교한다. 해마다 직업재활센터에서 일하는 장애인 대부분이 평가를 받는데, 2018년 평가 대상자는 9632명이었다.

김씨의 어머니 이아무개(52)씨는 ‘이번에는 아들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기존에는 기준노동자와 견주어 생산력 ‘90% 이상’이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지난해 1월부터 기준이 ‘70% 이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가 속한 시설 내 모든 장애 노동자가 70%에 들지 못했다. 이씨는 “아들뿐 아니라 평소 평가가 좋았던 친구들이 많은데 왜 아무도 최저임금 기준에 들지 못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평가 기준이 낮아졌지만 기준을 넘는 이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은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 18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를 보면, 2013∼2017년 작업능력평가에서 생산력 ‘70% 이상’ 구간에 속한 장애 노동자는 전체 중 9∼11% 수준을 유지했다. 평가 대상자가 늘면서 통과자 수는 506명에서 846명으로 늘어가는 추세였다.

하지만 2018년부터 최저임금 적용 대상 기준이 낮아지자 돌연 70% 이상 평가를 받은 장애 노동자 수가 282명(2.9%)으로 급격히 줄었다. 예년 추이대로면 한해 700∼800명 장애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지만, 정작 기준이 낮아지자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반면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자는 2013년 4448명에서 2018년 935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의 평균 시급(잠정치)은 2017년 기준 약 3100원으로 그해 최저임금의 48%에 그친다.

장애 노동자는 자신이 일하는 시설에서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직업재활시설이 생산력이 특출한 사람으로 기준노동자를 선정해 소속 장애 노동자의 작업능력평가 점수를 떨어뜨리는 등 ‘꼼수’를 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장애인고용공단은 “예년에 비해 지난해 평가점수가 떨어진 장애 노동자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해보니 기준노동자 선정에 따라 점수 변동이 컸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기준노동자를 공단에서 선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직업재활센터에도 사정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직업재활시설에서 임금은 운영수익금으로 지급하는데 이 운영수익금이 한곳당 연평균 2억원이 채 안 될 만큼 열악해 최저임금 지급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평균 시급 3100원에도 직업재활센터들은 적자에 시달린다.

장애인 단체들은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조직실장은 “기존 직업재활시설에서 매출을 올려 중증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직업재활시설은 경증 장애인 중심으로 운영하고, 중증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로 공공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장애 노동자도 합당한 임금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으며 노동을 통해 자립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현행 작업능력평가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검토하고 직업재활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알려드립니다

본지는 지난 2월21일자 ‘문턱 낮아진 최저임금 못받게 ‘꼼수’… 장애인 울리는 직업재활시설’ 제하의 기사에서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대상 기준이 낮아졌지만 실제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자의 수는 늘었고, 그 이유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꼼수’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구립강서구직업재활센터 소속 장애 노동자의 인터뷰를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구립강서구직업재활센터 측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심사는 기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규정에 맞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전문평가사가 파견되어 진행한 것이므로, 부적절한 꼼수를 동원하여 장애 노동자가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게 막은 것이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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