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4 18:48
수정 : 2019.03.1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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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여성.비정규직 위원들의 불참 선언으로 7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열릴 예정이던 경사노위 2차 본회의 및 보고회가 무산됐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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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탄력근로’ 1호 의제 부적절 지적
여야정이 ‘확대’ 합의해 놓고
‘사회적 대화’ 구색 맞추기 급급
한국당은 ‘패싱’ 노리며 힘 빼고
정부 앞세운 경영계 압박 불보듯
양대 노총 갈등 속 복귀해도 문제
“사회적 대안 진지” 힘빠진 구호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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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여성.비정규직 위원들의 불참 선언으로 7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열릴 예정이던 경사노위 2차 본회의 및 보고회가 무산됐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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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를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려 했으나 두차례나 무산됐습니다. 지난 11일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계층별 대표 3명의 불참으로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 의결이 다시 미뤄졌다”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불참이 탄력근로제 합의, 나아가 사회적 대화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는 인식이 엿보입니다. 과연 여성·비정규·청년 대표 3인이 돌아오면 경사노위는 순항할 수 있을까요?
애초부터 ‘탄력근로제’가 사회적 대화의 우선 주제로 적합했는지 의문입니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경영계 불만이 커지자 여야는 지난해 11월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정 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합의했죠. 갑자기 탄력을 받은 탄력근로제는 사흘 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1월20일까지 경사노위에서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어요. 경사노위는 정식 출범하기도 전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20일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했지만 한달 뒤인 1월23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달 말까지 경사노위가 결론을 못 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지요.
정치권이 결정하고 책임지면 되는데, 노사 합의 모양새 갖추기에 급급했습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정책 방향을 이미 제시해 놓고 논란이 될 쟁점을 경사노위에 넘겼다”고 지적합니다. 정치적 부담을 사회적 대화에 넘겨 경사노위를 ‘과잉정치화’한다는 것이지요.
대통령이 회의에 참여할 만큼 상징성은 키웠지만, 정작 경사노위 권한은 초라합니다. 실태조사에서 탄력근로제 도입 계획을 밝힌 기업은 3.8%일 만큼 중요한 의제인지 의심스러웠지만, 그걸 평가할 권한은 경사노위에 허락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합의를 해내면 노동계 성토, 못 해내면 경영계 원성을 듣는 처지가 됐습니다. 원래 경사노위 설립 명분은 긴 관점에서 노사 신뢰를 쌓는 ‘협의기구’지만, 현실에선 ‘합의기구’나 다름없이 이용됐습니다.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경사노위의 그 어떤 합의든 야당 개악안보다는 낫다”고 합니다. 저 뒤의 국회에서 보수야당이 노동자에게 더 불리한 법안을 들고 기다리고 있으니, 차라리 여기에서 아쉬운 대로 합의하는 것이 낫다고요. ‘공포 마케팅’만은 아닙니다. 경사노위 의결을 국회가 무시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래서 ‘노사가 대타협을 했다’는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실제 자유한국당은 틈틈이 경사노위 ‘패싱’을 시도합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옥상옥’ 경사노위에 회의적”이라고 합니다. 이번 본위원회 무산 뒤에도 한국당은 기다렸다는 듯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1년’을 주장했어요. 국민이 공감할 의제를 고르고 노사정이 납득할 만한 논의를 거쳤다면 야당의 ‘뒤집기’를 막을 힘이 생겼겠지만, 그나마 이번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합의를 존중하겠다던 민주당마저 경사노위 합의가 의결되기도 전에 탄력근로제 개편 내용의 법안을 과속으로 발의했습니다. 지금 사회적 대화는 노동계에 딜레마입니다. 실리적 방어를 위해 경사노위에 참여한 한국노총도, 애초에 위험을 경고하며 참여를 거부한 민주노총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원래 탄력근로제 확대는 경영계 요구였는데 논의를 거치며 양대 노총 갈등의 골만 깊어졌습니다. 이런 식이면 계층별 대표 3인이 복귀해도 문제입니다. 경영계는 정부를 내세워 요구를 관철하고, 노동계는 정부에 결과를 따지는 방식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형 사회적 대화’의 미래는 요원해 보입니다. 의결에 불참한 계층별 대표들은 경사노위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드는 진지”이자 “가장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며 경사노위 ‘무용론’이나 ‘해체론’에는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경사노위는 계층별 대표 3명의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의 첫걸음을 딛는 중이니 감당 가능한 대화 의제와 아닌 의제를 조율해 노사정의 실력만큼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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