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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7 11:41 수정 : 2019.05.27 11:52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청년·시민사회 단체,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공동 기자회견
소설가 김훈도 참석해 노동자들의 죽음 지켜보는 안타까움 토로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반세기 전 바로 이 자리에서 분신한 젊은 노동자 전태일 님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쳤습니다.

전태일 님이 돌아가신 그 자리에서 우리는 50년 전의 외침을 똑같이 외칩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

김훈 작가가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했다. 그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전태일 기념관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시민사회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 생명안전시민넷의 공동대표로 참석해 미리 준비해온 글을 읽었다. 노동건강연대와 반올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5개 단체가 노동자가 더이상 현장에서 희생되지 않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의 하위법령을 개정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산재사망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이들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 군과 태안화력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 씨, 수원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김태규 씨는 모두 청년 노동자이자, 하청 비정규 노동자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1월 15일 공포됐고, 정부가 하위법령도 발표했지만 이들은 “산안법의 구체적 행동 지침인 시행령, 시행규칙에는 위험의 외주화를 도려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아주 적은 범위에만 법이 적용되도록 하위법령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오민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현재 입법 예고된 하위법령은 법 개정 취지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고,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도 “산안법 시행령을 제대로 개정하려면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작가는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서 인격을 실현하고 생애를 건설하고 국가를 지탱시켜주고 역사를 진전시킨다. 국가는 노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안 돼, 안 돼! 절대 안 돼!!

김 훈 (작가,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

이제, 노동자들의 죽음은 일상화되었습니다. 해마다 노동자 2천 400여 명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죽고 있습니다. 부상자들은 훨씬 더 많습니다. 이 비극은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이며 관행적인 사태입니다.

국가권력이 국민을 고문하고 사법의 권능으로 살해해온 시대를 겨우 벗어나자 이제는 거대한 자본의 권력이 노동자의 생명을 이윤의 제물로 삼아 야만적으로 학대하고 간접살인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민의 각성은 고조되었고 국민과 정부의 인식은 새로운 시대를 향해 크게 전환되었지만, 일상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연말에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은 비록 불완전하지만, 세월호가 일깨워준 국민의 여망을 모아서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법제의 틀로서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이후에도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은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는데, 수많은 노동자들은 죽음과 죽음을 잇대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의 하위법령은 모법의 정신을 크게 훼손하고, 모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집행력을 무력화시켜서 법 전체를 공허하고 무내용한 작문으로 전락시켜놓았습니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세월호의 교훈과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의 의미를 배반하는 것입니다.

노동은 노동자의 일상입니다.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서 인격을 실현하고 생애를 건설하고 국가를 지탱시켜주고 역사를 진전시킵니다. 그러므로 국가는 노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안법 하위법령에서 국가는 이 같은 의무를 모두 방기하고 자본의 이윤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이 같은 의무를 방기한다면 국민이 국회와 정부를 선출하는 의미가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반세기 전 바로 이 자리에서 분신한 젊은 노동자 전태일 님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

고 외쳤습니다. 전태일 님이 돌아가신 그 자리에서 우리는 50년 전의 외침을 똑같이 외칩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

정부는 ‘산안법’ 하위법령을 노동의 현실에 맞게 바꾸어야 합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안 돼, 안 돼!

절대 안 돼!!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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