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4 20:34
수정 : 2019.06.04 21:22
내년 7월 ‘국민취업지원제’ 시행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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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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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한 소도시에서 10여년 편의점을 운영하던 45살 김상필(가명)씨는 지난 2월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가게를 접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탓에 실업급여를 받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식당에 나가 한달에 200여만원을 버는 부인의 수입만으로 중고생인 두 자녀를 키우기엔 숨이 막힐 지경이다. 새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넉달째 집 주변을 배회하는 까닭이다.
정부가 4일 한국형 실업부조제도로 내놓은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김씨처럼 기존 고용보험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노동빈곤’ 계층의 취업을 돕고 실업 기간 동안 일정한 소득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2022년까지 취업취약계층 235만명을 실업급여와 국민취업지원제도,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사업 등 3중 그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도입 배경엔 노동빈곤 계층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 그 전까지 기초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돕는 데 고용보험만으론 한계가 크다는 인식이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실직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은 이는 139만명으로 전체의 20%에 머문다. 보험 가입 기간이 너무 짧거나 비자발적 실업 등으로 수급 요건을 채우지 못해서다. 그나마 고용보험이란 안전망 밖에 있는 이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55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 가운데 폐업하는 이, 23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 노동자, 안정적 일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는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 노동빈곤층은 고용보험의 그물에 잡히지도 않는 탓에 실업급여를 받고 취업지원 서비스를 받기도 쉽지 않다. 이들은 노동 능력이 있어서 기초생활보장제도 보호 대상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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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동빈곤층한테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취업지원서비스는 전문 상담사가 일대일로 취업활동계획을 짜고 직업훈련 소개, 심리상담 등을 진행한다. 18~64살 사이 미취업자 가운데 월평균 소득이 중위소득의 100% 이하인 사람에게 제공된다. 다만 34살 이하 청년의 경우엔 소득이 중위소득의 120%를 넘지만 않으면 특례를 인정한다.
이들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한테 최대 6개월 동안 50만원씩 지원하는 게 구직촉진수당이다. 재산이 6억원을 넘지 않고 소득이 중위소득의 50%를 넘지 않아야 하고 최근 2년 안에 취업 경험이 있으면 수급 대상이 된다. 취업 경험이 없는 구직자와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층의 경우에도 예산 범위 안에서 선발해 수급 자격을 준다. 다만 수급자가 구직활동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수급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사전 브리핑에서 “구직촉진수당은 저소득층에 대한 단순한 소득지원이 아니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강조한 상호의무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취업지원 서비스와 구직촉진수당을 받기 위해선 가까운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아 소득 등 각종 요건 확인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등을 제출하면 된다. 고용부는 신청일에서 한달 안에 수급자격 인정 여부를 결정해 서면 통지하도록 돼 있다.
새 제도 도입에 따라, 그동안 실업부조 제도와 유사하게 운영된 취업성공패키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 관련 제도는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통합된다. 2009년 시작된 취업성공패키지는 일정 소득 이하의 청년과 중장년층 등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마치면 최대 6개월 동안 40만원씩 지원하며 노동빈곤층이 일자리를 찾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법적인 근거 없이 운영된 탓에 경기가 어려우면 지원 규모도 축소되는 등 본래 기능을 충실히 하지 못한데다 상대적으로 소득 지원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동시에 올해부터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한테 50만원씩 지원하는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제도도 내년 7월 출범할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흡수된다.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법제화를 위해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을 곧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1차 안전망인 실업급여로 140만명 이상의 실직자, 2차 안전망인 국민취업지원제도로 60만명의 노동빈곤층, 3차 안전망으로 재정지원 직접 일자리 사업에 35만명 이상의 취약계층 등 모두 235만명 이상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중층적 고용안전망을 짜는 게 목표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제대로 안착하면 빈곤가구 인원 36만명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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