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6.13 21:23 수정 : 2019.06.13 21:23

대리점주가 출퇴근 등 근태 관리
“노조가입 이유 해고…부당노동행위”
‘플랫폼 노동’ 등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권 보장에도 영향 미칠 듯

완성차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자동차를 판매하는 대리점 소속의 판매원도 노동조합법의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본급 등 고정급이 없고 대부분의 근무를 사무실 바깥에서 하는 이들의 노동삼권을 인정한 판결로, 최근 확산하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는 13일 ㄱ자동차대리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이아무개씨 등 7명을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노동자로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대리점 주인 김아무개씨가 낸 소송에서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전북 지역에서 현대자동차 제품을 파는 ㄱ대리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던 이씨 등 7명은 2015년 9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6~7월 자동차 판매용역 계약을 해지당했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들이 대리점주 김씨가 이들을 해고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점주 김씨는 “이들을 노동자로 볼 수 없다”며 중노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까지 노동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쟁점은 이들 7명을 사용자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하며 그 대가로 임금 등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였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씨 등의 주된 소득원은 원고(대리점주 김씨)로부터 받은 판매수당과 인센티브 등”이라며 “이씨 등의 주된 소득원인 판매수당이 판매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 인센티브 금액과 그 지급 조건 등도 원고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 등이 김씨를 통해서만 자동차 판매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점 △김씨가 출퇴근 관리·조회·당직 등 근태관리를 하고 지휘·감독을 한 점 △이씨 등이 받은 판매수당이나 인센티브는 대리점주 김씨에게 제공한 노무인 차량 판매행위의 대가인 점 등을 들어 “이씨 등에게 대등한 지위에서 노무 제공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노동삼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량 외주화돼 과당경쟁에 내몰리고 자동차회사 정규직 판매사원과의 차별적 처우 속에 있었던 2만명의 자동차 대리점 판매 노동자들이 대리점과 교섭을 통해 집단 교섭을 하는 게 가능해졌다. 금속노조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리점 노동자들에게 기본급을 주고 4대 보험에 가입시켜줄 것, 현대기아차가 직접고용에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대리점 노동자들이 기본급은 전혀 없이 판매 대수에 따른 수당만 받고, 철저히 외근 중심의 근무만 했음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유사한 처지의 보험 모집인 또는 다른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준영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외근 중심 업무, 성과급형 보수체계로 일하는 이들도 노동삼권을 누릴 자격이 있음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외근 중심의 영업이나 운송직, 플랫폼 노동 등 새로 생겨나는 다양한 형태의 노무 제공자들의 노조 조직 결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