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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8 18:49 수정 : 2019.06.18 20:39

아파트 공사 현장. 한겨레 자료 사진

‘건설의 날’ 건설 여성노동자들 호소

건설노동자의 10%가량 여성이지만
‘데이트하자’ ‘여자가 현장에 왜’ 등

성희롱·차별 일상화…편의시설도 거의 없어
건설연맹 여성위, 성희롱 예방교육 등 촉구

아파트 공사 현장. 한겨레 자료 사진

“‘세월 좋아졌다, 여자가 현장에 웬 말이냐.’ ‘남편은 뭐 하는데 여기에 왔느냐.’ ‘갈 데까지 갔으니 현장까지 왔지.’ ‘술 한잔 하자, 밥 한번 먹자.’ ‘나랑 데이트하자.’ 현장에 들어가니 이런 말들로 여성을 모욕하고 괴롭히는 이들을 만나게 됐다. ‘그만둬야 하나. 참자, 우리 애들하고 먹고살아야 하는데….’ 수없이 많은 갈등을 겪으며 분노를 참아야 했다. 건설노동자라는 직업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데, 건설현장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견뎌야 하는 편견과 불평등, 성폭력이 너무 많다.”(형틀목수 조은채씨)

“내가 다닌 현장에는 남녀 공용 화장실만 있고 숫자도 적어 항상 남성들과 마주친다. 작업시간에 화장실이 급할 경우엔 몇백미터씩 떨어진 원청 사무실로 가야 하는데,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30분 정도 시간이 걸려 관리자 눈치를 봐야 하기에, 최대한 참았다가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화장실까지 미친 듯이 달리는 경우도 많다. 탈의실도 남성들과 컨테이너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아 마음 놓고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은 집에서부터 작업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는데, 퇴근할 땐 옷에서 나는 땀 냄새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수치심을 느낄 때가 많다.”(플랜트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 고현미씨)

일하러 갔는데 ‘여자가 왜 여기 왔느냐’고 차별받고, 여자라는 이유로 희롱당한다. 기본 중의 기본 욕구인 볼일조차 여자라서 마음 편히 볼 수가 없다. 몇십년 전 일인 것 같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10명 중의 1명인 여성노동자가 오늘도 겪는 일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여성위원회는 건설의 날인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런 건설현장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설 여성노동자는 약 13만명으로 전체 건설업 종사자의 10% 가까이를 차지한다. 하지만 건설현장이 워낙 남성 중심이어서 기본적인 여성 편의시설이 없고 성희롱과 차별도 만연하다고 이들은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고현미씨는 “총 공사금액 1억원 이상인 건설현장에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 화장실과 탈의실을 구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이미 법(건설근로자 고용개선법)으로 정해진 것이므로 정부가 실태조사만 자세히 하면 100% 개선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여성위원회는 고용노동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짤 때 여성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성평등한 작업장 환경을 만들고, 수도가 설치된 여성 화장실과 여성 휴게실·탈의실·샤워실 등을 공사 발주처나 원청사가 설치·관리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현장에서 매달 진행하는 산업안전보건교육 시간에 성희롱 예방·성평등 교육을 포함하고, 기능훈련·취업알선 담당자를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 성평등의식 향상 교육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성희롱·성폭력 대처에 있어선 “원청 관리자나 현장에서 채용·급여를 결정하는 반장, 팀장, 소장 등이 대부분 남성이어서 여성 노동자들은 피해를 입어도 무마되거나, 원치 않는 합의를 강요당하거나, 일자리에서 쫓겨나기도 한다”며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만이라도 절실한 것이 건설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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