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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3 18:48 수정 : 2019.06.23 21:03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속된 김명환 위원장의 석방과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에 강력 반발
노동자대회·총파업 등 줄줄이 예고
당청, 파국 막을 돌파구 마련 고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속된 김명환 위원장의 석방과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으로 노동계와 정부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은 “대대적인 노동탄압 분쇄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구속 여부가 사법부 소관이어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파국을 막을 돌파구를 찾으려 고심 중이다.

김 위원장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반대해 열린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되자, 민주노총은 22일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 구속을 노동탄압으로 규정하고, 26일 울산 현대중공업 앞 전국노동자대회, 7월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7월18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등을 이어가기로 했다.

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노정관계도 전면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일자리위원회, 노동위원회 등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70여개의 정부 위원회 참여는 격론 끝에 계속하기로 했다. 전면 불참할 경우 조합원이나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일부 산별노조의 주장이 관철된 결과다.

한편 민주노총은 섀런 버로우 국제노총 사무총장이 김 위원장과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보낸 한국 정부 비판 서한도 23일 공개했다. 그는 서한에서 “한국 정부가 체포와 구속을 통해 정당한 노조 활동을 범죄화하여 노조 간부들에 대한 사법적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국제노동기구 협약 87호, 98호를 비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권리를 침해해 지난 19일 제네바에서 발표한 ‘국제노총 세계노동권지수’에서 (노동기본권 보장이 없는 나라인) 5등급을 기록했다. 국제노총은 한국 정부가 김 위원장 등의 형사사건을 취하하고, 결사의 자유 등에 관한 협약을 지체 없이 비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탄력근로제 등을 두고 간극이 벌어지던 노동계와 정부의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를 천명하면서 정부에 거는 노동계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같은 정책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전개되는 등 노동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실망감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 구속은) 문재인 정권 역시 노동존중 사회가 아니라 재벌존중 사회로 가고자 함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민주노총 안에선, 일부 언론의 ‘친 민주노총 정부’ 여론몰이가 계속되니 내년 총선을 의식해 여권이 ‘선 긋기’를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은 가뜩이나 소원했던 민주노총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주52시간 노동시간 단축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인정, 최저임금 결정 등 현안은 쌓여 있는데, 당분간 물밑 대화도 쉽지 않은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구속영장 발부는 사법부 소관이라고 해서 (청와대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국정을 총괄하는 청와대로선 얼어붙은 노정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격앙될 대로 격앙된 민주노총을 달랠 카드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청와대가 어떻게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려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태도로 다가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어떻게든 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 여당으로선 관계를 회복할 모멘텀을 만들 필요가 있는데, 지금은 정부가 나서기 어려운 만큼 당이 나서 정치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에서 당 지도부가 의원 개인 차원에서라도 김 위원장 구속 사태에 유감을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노동계는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김명환 위원장 구속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만큼 하루빨리 석방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노동계와 대립하면서 정국을 끌고 나가긴 힘들고, 노동계도 투쟁 일변도로 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최소한의 노동개혁 원칙을 재표명하고 노동정책이 기업에 끌려다니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이완 이지혜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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