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7 18:25
수정 : 2019.06.2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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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구 방문 노동자 인권침해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맨 뒷줄 오른쪽)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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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증언대회서 성토
폭언·성폭력 노출 대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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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구 방문 노동자 인권침해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맨 뒷줄 오른쪽)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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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7일, 울산 경동도시가스 점검원 ㄱ씨가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동료들에게 “힘들다”고 호소하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것이다. 발단은 그보다 한달여 전인 4월5일. ㄱ씨는 안전점검을 나갔다가 남성에게 감금당해 추행 위기까지 몰렸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정신과 상담에서 의사는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지만, 회사는 2주간의 공상휴가를 준 뒤 ㄱ씨를 현장 업무에 복귀시켰다. 간신히 업무를 지속하던 ㄱ씨는 복귀한 지 2주 만인 5월15일 또다시 팬티만 입고 문을 열어준 남성과 맞닥뜨렸다. 결국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그를 발견한 동료들도 충격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경동도시가스 노조는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한달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다.
서비스 대상자의 집이 일터인 가구 방문 노동자의 인권 침해 등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연 가구 방문 노동자의 인권침해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은 폭언·폭력, 성폭력 등을 호소하며 2인1조 근무 체계 도입을 촉구했다.
증언대회에서 강원도 강릉의 수도 검침원은 “막다른 골목에서 성기를 노출한 남성을 보고 너무 무서워서 (그날 일을 못 마치고) 주말에 남편과 함께 가서 그 지역을 검침했다. ‘미끈한데, 저녁에 술 한잔 하자’ 같은 말 때문에 치욕과 모멸감을 느낄 때도 많다”고 증언했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신체 접촉, 언어적 성희롱 등 성폭력을 당해도 시설 운영자가 ‘참으라’는 식으로 쉬쉬해 제대로 호소할 방법도 없다는 재가요양보호사들의 사례도 공개됐다.
이들은 “혼자 일하기에 위험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렵고,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이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안전 증진을 위한 근로조건 개선을 사업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며 가구 방문 노동자들의 2인1조 근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전국여성노조 등도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정방문 시 어떠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1인 근무의 위험성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며 가구 방문 노동자의 2인1조 근무 시행을 요구했다. 특히 경동도시가스를 두고는 “2인1조 근무 시 약 26억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는데, 작년에 순이익 340억원을 낸 회사가 직원의 안전을 위해 순이익의 10%도 안 되는 금액을 지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냐. 울산시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경동도시가스에 2인1조 운영 안전관리규정 개정을 명령하라”고 촉구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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