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일 저녁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울요금소 옥상에서 농성을 하다 휴대전화 라이트를 켜 흔들고 있다. 용역업체 소속이던 이들은 6월30일 새벽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도로공사의 자회사행 요구를 따르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 1400여명은 계약 해지를 당해 일자리를 잃었다. 1천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법파견 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해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성남/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일 학교 비정규직 4만여명
9일엔 우체국 노동자 1만3천명
차별·불안정고용에 과로 심한데
정부는 미숙하고 수동적 대응만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일 저녁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울요금소 옥상에서 농성을 하다 휴대전화 라이트를 켜 흔들고 있다. 용역업체 소속이던 이들은 6월30일 새벽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도로공사의 자회사행 요구를 따르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 1400여명은 계약 해지를 당해 일자리를 잃었다. 1천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법파견 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해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성남/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고속도로 톨게이트(요금소) 징수 업무를 하는 노동자 1400여명이 대량 해고된 데 이어 3일부터는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4만여명이 파업에 들어간다. 9일엔 우체국 등기·택배 배달 노동자 1만3천여명이 사상 처음으로 파업을 벌이고 18일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도로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라는 국정 목표에 걸맞게 구체적인 노동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숙하고 능동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사업장에서 불거진 문제는 대부분 경영 효율성을 명분으로 오랜 기간 공공 부문에서 이어져 온 차별과 불안정 고용 행태에서 비롯한다. 대표적인 게 지난달 30일 42명이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옥상에 올라가 2일까지 사흘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 징수 노동자들이다. 현재 용역업체 소속으로 6500여명에 이르는 이들 요금 징수 노동자 가운데 1400여명이 지난 1일부로 해고됐다. 5천여명은 한국도로공사 지침대로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로 옮겼다.
하지만 자회사 이적을 거부한 이들을 포함한 6천여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내어 이 가운데 1천여명은 모두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자회사가 아니라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고용을 하란 얘기다. 나머지는 1심 판결이 나지 않았다. 소송을 맡은 강상현 변호사는 “구제금융 이전까지는 정규직원을 쓰다 이후 외주화를 했고, 이들 노동자의 업무의 성격과 도로공사의 개입과 지휘 정도 등을 봤을 때 불법파견이라고 지법과 고법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도로공사는 “자회사 정규직도 정규직”이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일단 이들 노동자들 모두 자회사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좋은 사용자’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불법파견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정부가 정직하지 못했다. 지금은 자회사로 가지만 그다음엔 어떻게 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제시했으면 이 상황까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자회사 정규직도 같은 정규직이라고만 하니 노사 간 불신이 쌓였다”고 짚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도 “정부가 단계적으로 치밀한 준비를 통한 과정 관리를 하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터지고 있다”며 “노동자들과 제대로 된 교섭 및 협의 구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9일 파업을 앞둔 우정사업본부의 경우 그동안 늘어나는 업무량을 우정사업본부가 변칙적 고용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커졌다. 최근 등기·택배 등 직접 대면 서비스를 해야 하는 물량이 크게 늘었고, 이 과정에서 1주에 60시간 가까운 과로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 또한 크게 늘었다. 이 사업장에선 최근 10년 동안 200여명, 올해에만 9명이 심장마비와 뇌출혈 등으로 숨졌다. 한국노총 전국우정노조 김인태 홍보국장은 “집배 현장에서 집배원들은 그동안 죽도록 일했다. 그래서 죽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쪽은 2천여명을 증원하고 토요 근무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공공 물류 전반의 구조가 바뀌어 등기와 택배 등 수요가 크게 늘었으면 우정사업본부가 노조와 인력 수요 등에 대한 계획을 협의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급식 노동자 등 학교 비정규직들이 가입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는 3일부터 사흘간 연인원 9만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차별 해소’다. 현재 방학 중 근무 여부에 따라 10년차 9급 공무원 임금의 60.7~72.9%에 불과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구조를 개선해 80% 수준에 이르게 하는 한편 1년 근속 때 3만2500원가량인 근속수당도 공무원 9급(8만원)과 비슷한 수준 정도는 달라는 것이다. 이런 차별은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커진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쪽은 “학교 비정규직도 초·중등교육법의 교직원에 포함시켜 정규직 전환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관련 예산 및 정원 편성을 안정화할 것”도 요구한다.
이병훈 교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서 기존 정규직과의 격차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찾는 데 있어서 정부 정책이 치밀하지 않다”며 “방향을 잘 잡는 데서 그치지 말고 능동적으로 대안을 찾고 이해 당사자인 노조와 적극적인 협의로 그 내용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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