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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2 21:28 수정 : 2019.07.12 21:30

최저임금 ‘사실상 삭감’ 누가 이끌었나

사용자안 15표:노동자안 11표
공익위원 최소 6명 사용자안 쏠려

정부·여당발 속도조절론 큰 영향
‘을과 을의 싸움’ 프레임도 작용

공익위원들, 이번엔 독자안 안내
노·사 2차례 수정끝 곧바로 표결

내년 치 최저임금을 결정한 12일 새벽 5시30분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 자리에서 공익위원 9명 가운데 다수의 선택은 530원(6.3%)을 올려 8880원으로 하자는 노동자 위원 쪽이 아니라 240원(2.87%) 올려 8590원으로 하자는 사용자 위원 쪽이었다.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인 위원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사용자 안이 15표, 노동계 안이 11표(기권 1표)를 받았다. 사용자와 노동자 위원 각 9명이 모두 자신들 안을 찍은 것으로 가정하면, 공익위원 9명 가운데 적어도 6명이 사용자 안에 투표하고 2명만 노동자 위원 쪽 안에 표를 던진 셈이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정부 여당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대세로 자리잡은 분위기였다. 공익위원들은 속도조절 물결 위에 뜬 배에 탄 선원이었던 셈이다. 노사 9명씩 동수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노동계와 사용자의 의견이 갈릴 때 늘 ‘캐스팅보트’를 쥐는 건 공익위원들이다. 최근 10년 치 최저임금은 모두 합의 대신 표결로 결정됐는데, 이 가운데 7번은 공익위원 안이 최종 채택됐다. 하지만 올해는 공익위원안이 제시되기 전에 노사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예년에 비해 짧은 진통 기간을 거쳐 사나흘 일찍 올해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도 같은 배경에서 기인한다. 예전엔 노동자와 사용자 쪽 제시안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양쪽에 대여섯차례 이상 수정안 제시를 요구하는 게 관례였다.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양쪽이 제시한 마지막 안의 중간 지대에 이른바 ‘공익위원 촉진구간’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만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지난 2일 노동계가 7차 전원회의에서 19.8% 인상안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고 이튿날 8차 회의에서 사용자가 4.2% 삭감안을 낸 뒤 10일 열린 11차 전원회의 때 양쪽이 14.6% 인상안, 2.0% 삭감안을 1차 수정안으로 냈다. 이 자리에서 공익위원들은 양쪽에 “내일 회의엔 한자릿수 인상안을 수정안으로 들고 오라”고 압박했다. 다음날 열린 12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은 이날 제시안이 노사의 2차 수정안이 아니라 최종안임을 분명히 했다.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천59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과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투표결과를 배경으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이튿날인 12일 새벽에 바로 표결에 들어갔다. 노동계도 예전 같으면 19.8%에서 14.6%에 이어 여전히 10%대 2차 수정안을 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갑작스러운 표결 분위기에 8.3%포인트를 깎은 6.3% 인상안을 냈다. 현실적인 안이 아니면 공익위원들이 자신들의 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속도조절론’에 떠밀려 공익위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최저임금안이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들의 심도 깊은 논의와 치열한 고민을 거쳐 결정됐다”며 이날 제시된 안을 수용할 방침을 밝혔다. 최저임금법은 8월5일까지 고용부 장관이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 전에 열흘 이상의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야 한다. 노동계는 액수가 너무 낮다는 이의를 제기할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재심의를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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