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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7 09:37 수정 : 2019.07.27 10:04

[토요판] 커버스토리
직장 내 괴롭힘 5대 유형과 대응 방법

16일 법 시행 이후 상담 요청 급증
괴롭힘 관련 상담이 61.8%로 증가
폭언·모욕·강요·따돌림·부당지시 등

신고는 회사에…즉시 조사·조처해야
피해자 불이익 주면 사용자 3년형
프랑스·노르웨이 등 가해자 처벌

jaewoogy.com
“팀장이 담배를 끊으라고 강요한다. 사무실 자동문 앞에다 흡연 여부를 표시하는 표를 붙여놓고는 체크한 뒤 엎드려뻗치기를 시키고 1m 쇠자로 때리기도 했다. 오늘은 금연하지 않는다고 힘든 부서로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이런 상황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 대상이 되는지 알고 싶다.”(아이디: 갑질싫어요)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자신이 겪은 일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16~22일 일주일간 비영리 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상담은 565건으로, 주말을 빼면 하루 평균 110건 정도였다. 이전 하루 평균(65건)에 견줘 70%나 증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녹취 등 증거가 있는 상담이 100건이나 됐다.

상담 내용도 달라졌다. 법 시행 이전에는 임금체불, 해고, 징계 등 기존 근로기준법 내용 위반(72%)이 직장 내 괴롭힘(13.5%)을 압도했는데 법 시행 이후에는 괴롭힘 제보가 전체의 61.8%에 이르렀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총괄스태프)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한쪽은 과거에 경험한 괴롭힘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됐으니 처벌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행위만으론 조사에 들어가기 어렵다. 다른 쪽은 내가 지금 당한 것이 괴롭힘인지 묻는 것이다. 여전히 괴롭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몰라 상담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례들

직장 내 괴롭힘은 크게 다섯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폭행·폭언(12%) △모욕·명예훼손(9%) △강요(3%) △따돌림·차별(8.3%) △부당지시(15.4%) 등이다.

위에 나온 상사가 담배 끊으라고 엎드려뻗쳐를 시켰다는 ‘갑질싫어요’의 사례는 ‘강요’에 해당된다.

“회식 자리에서 말다툼 뒤 직장 상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더니 ‘정신 나간 년’ ‘싸가지가 없다’ ‘니까짓 게’ 등 막말을 퍼부었다.” 이러한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행은 ‘폭언’에 해당한다.

모욕은 다른 사람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는 행위로 폭언과는 다소 다르다. 예를 들면 “과에서 몇등 했느냐”고 물었는데 “대략 10등 했다”고 하니까 “정원이 10명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식이다.

‘따돌림’은 특정 직원을 콕 집어 괴롭히는 행위다. 신입사원인 ㄱ씨는 친구와 직장 상사의 험담을 나눴는데, 그 메시지를 그 상사가 몰래 보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 뒤 상사는 ㄱ씨의 인사도 받지 않고 일과 관련한 질문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다른 사람들한테 ㄱ씨 흉을 봐서 다들 그를 보고 수군거린다. ㄱ씨는 매일 혼자 밥을 먹는 처지가 됐다.

ㄴ씨는 업무와 상관없는 상사의 지시에 시달린다. 상사는 “공과금을 내달라” “차로 어디로 데려다달라”고 요구하곤 한다. 이렇게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인 지시를 하는 것은 부당지시에 해당한다.

‘갑질일기장’을 써라

이런 피해를 신고하기 위해서는 일단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모으는 게 핵심이다. 직장갑질119는 ‘갑질일기장’을 쓰고 녹음을 하며,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기록을 남기라고 조언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제76조의2)이 정의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①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세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가해자는 사용자나 근로자 모두 될 수 있고, 행위 장소는 △외근·출장지 등 업무 수행이 이뤄지는 곳 △회식이나 기업 행사 현장 △사적 공간 △사내 메신저·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까지 가능하다.

회사(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건을 인지했을 때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조사 등을 담당하는 회사 내 예방·대응기구가 어디인지는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다.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해 징계와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밟아야 한다. 신고를 받고도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나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하면 된다. 괴롭힘 가해자가 대표이사일 때도 마찬가지다. 신고는 익명으로도 가능하다. 특히 괴롭힘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해고를 포함한 불이익을 주면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하지만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 처벌 규정은 근로기준법에 없다. 대신 취업규칙에 직장 내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규정을 신설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최초 입법은 1994년 스웨덴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프랑스와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 주요 선진국이다. 올해 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 선언에선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의 철폐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최초로 만들어진 국가는 스웨덴이다. 1994년 ‘근로자에게 부당한 괴로움을 주는 모든 행위’를 괴롭힘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나 사용자 의무는 비교적 약한 편에 속한다.

반면 프랑스와 노르웨이,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는 처벌 규정이 강하다. 프랑스는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노동법에 규정하고, 반복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는 징역 2년 및 3만유로(약 4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노르웨이는 개인 간의 괴롭힘뿐만 아니라 과로를 방치하는 것도 위법으로 본다. 괴롭힘 사실이 인정되면 가해자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최대 2년형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2006년 7월 학대와 괴롭힘을 당하던 카페 종업원이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와 사용자에게 벌금형만 선고되자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입법 운동이 벌어졌다. 이후 관련법이 2011년 제정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는 최대 징역 10년형까지 받게 됐다.

일본 국회는 우리가 입법을 하고 얼마 뒤인 지난 5월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의무화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기업은 이르면 2020년부터, 중소기업은 2022년부터 시행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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