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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7 21:20 수정 : 2019.08.07 22:03

게티이미지뱅크

연매출 100억원대 전국 20여곳 지점 둔 피트니스센터
헬스트레이너와 근로계약서·업무위탁계약서 동시 작성
업무 지시관계·내용 등은 ‘근로자’인데 실제 임금은 ’프리랜서’
4대보험 가입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틀 전에 해고통보도

게티이미지뱅크

경력 10여년의 헬스트레이너 김아무개(38)씨는 올해 3월, 1년 넘게 일하던 수도권의 한 지점에서 영남권 지점의 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당 지점을 위탁운영하게 된 회사의 요구로, 연고가 전혀 없는 곳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김씨가 다녔던 곳은 전국에 20여곳의 지점을 낸 대형 피트니스센터다. 새 지점의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김씨는 석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복장이 불량하고 회원들이 김씨의 외모를 무서워한다는 등이 해고 사유였다. 근로기준법상 해고를 하려면 30일 이전에 알려야 하지만, 김씨가 나오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건 겨우 이틀 전이었다.

문제는 이전부터 있었다. 회사는 매달 퇴직금 명목으로 급여를 쪼개 지급했다. 가령 기본급 90만원에 개인수당 110만원으로 원래 급여가 200만원이라면 월급통장엔 20만원이 퇴직금, 180만원이 급여 항목으로 찍혀 나왔다. 퇴직금 중간정산 요청서에 사인도 하게 했다.

이렇게 된 건 지난해 8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부터다. 그 전엔 프리랜서로 업무위탁계약서만 작성했는데 일하는 장소와 업무 내용, 지시관계 등을 따져볼 때 헬스트레이너가 회사의 지휘를 직접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회사가 새로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근로자가 되면,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때 회사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퇴직금은 매달 받는 급여에서 떼서 적립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월급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중간정산도 회사나 근로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퇴직 후 생활 보장을 위해,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중간정산 요건을 주택 구입 자금이나 전세보증금을 마련해야 할 때, 6개월 이상의 요양비용을 부담해야 할 때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또, 근로계약서를 쓰고도 의무 사항인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김씨는 고용노동부에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지급하라는 진정을 냈다. 그는 “최근 들어온 직원들도 근로계약서와 업무위탁계약서, 프리랜서 각서 등을 모두 작성한다. 나도 영남권 지점으로 옮기면서 모든 계약서를 다시 썼다”며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회사가 직원들 퇴직금을 안 주려고 계약서를 이중으로 쓰게 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쪽의 필요에 따라, 어떤 때는 근로계약서를 어떤 때는 업무위탁계약서를 들이민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노동법 전문인 신하나 변호사는 “헬스트레이너들이 실제로는 근로자인데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어 퇴직금 등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직이 잦은 분야라 그런지 트레이너들이 자기 권리를 잘 주장하지 못하는데 회사 쪽이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설령 프리랜서로서 업무위탁계약서를 썼다 해도 김씨의 근무 내용 등 ‘계약의 실질’은 근로관계”라며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김씨의 경우엔 그렇지 않아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4대 보험 역시 “강행 규정이기 때문에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다고 해서 가입 안해도 되는 게 아니다”라고 신 변호사는 말했다.

회사 쪽은 “퇴직금은 급여의 10% 정도를 적립해놨다가 준다. 프리랜서에서 근로계약으로 바꾸면서 퇴직금을 공제하면 (실수령액이 줄어) 직원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어차피 줄 돈을 미리 매달 준 것이 왜 불법이냐”고 해명했다. 또 “4대 보험도 회사에선 가입하라고 했으나, 보험료 납부로 월급이 줄어든다며 트레이너들이 원하지 않았다. 4대 보험에 가입하면 국가에서 청년자금(청년추가고용장려금)으로 1인당 75만원씩 회사를 지원해주고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받기도 좋은데, 그들이 원하지 않아 (손해를 감수하고) 가입 안 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원한다면 가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고 문제를 두고선 “김씨한테 다른 지점의 (지점장이 아니라) 팀장으로 가라고 제안해 김씨가 이를 받아들인 걸로 알았다. 해당 지점은 본사가 그쪽 사업자와 계약한 위탁근무여서 해고가 아니라 계약해지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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