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8.20 16:23 수정 : 2019.08.20 20:49

지난해 10월16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운현하늘빌딩에 문을 연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에 ‘감정노동 보호’라고 적힌 담요가 걸려있다. 산업안전법 개정으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근거는 생겼지만, 원청에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등 한계도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이슈페이퍼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안전한가?’
정경윤 정책연구위원 “성별 차이·여성 집중 산업의 노동 안전 간과 탓”

지난해 10월16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운현하늘빌딩에 문을 연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에 ‘감정노동 보호’라고 적힌 담요가 걸려있다. 산업안전법 개정으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근거는 생겼지만, 원청에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등 한계도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고용노동부의 2017년 산업재해현황분석 결과를 보면, 근골격계 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5195명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21.4%로 남성 노동자(78.6%)보다 4분의1 가까이 적다. 같은 해 경제활동인구 비중은 여성이 42.4%, 남성이 57.6%로 15.2%포인트 적은데, 업무상 재해 판정 비율은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걸까? 그저, 근골격계 질환에서 ‘안전한’ 일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종사하기 때문일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20일 내놓은 이슈페이퍼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안전한가?’에서는 이런 결과가 “노동 안전·보건 관련 법들이 전통적으로 남성이 집중된 위험 작업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근골격계 질환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업종 1위는 제조업(42.5%)이고, 그 다음은 건설업(12.9%)이다. 둘 다 남성 종사자 비율이 여성보다 높은 업종이다. 반면, 이 질환이 흔히 나타나는 학교급식 노동자 등이 포함된 교육서비스업에서 업무상 질병 인정 비율은 0.44%에 불과하다. 대형마트 노동자(도·소매업) 역시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 호소하는데, 이들의 업무상 질병 인정 비율은 소비자용품수리업과 합쳐서 10.22%다. 이슈페이퍼를 작성한 정경윤 정책연구위원은 “이는 근골격계 질환 위험에서 성별의 차이와, 남성 집중 산업에 비해 여성 집중 산업에서 노동 안전이 간과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이슈페이퍼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언론에 게재된 여성 노동자의 건강 관련 보도 분석에서도 여성 노동자의 안전이 법적·제도적으로 도외시되는 현상이 확인된다. 2017년 5월~2019년 6월 주요 언론에 보도된 여성 노동자 건강 문제는 모두 16건으로, 크게 △대형마트·백화점 등 판매직 노동자와 콜센터 노동자 등 고객 응대 직종의 감정노동과 △남성 집중 직종, 가정 방문 서비스업 등에서의 성폭력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감정노동의 경우,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건강 장해 예방 조치를 사업주가 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경윤 정책연구위원은 “판매직 노동자 대다수가 유통매장 등에 장소 임대, 판매위탁 등 간접고용 형태로 일을 하고 있는데도 이들의 보호 조치와 관련한 원청의 책임 강화 대책은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성폭력도 이와 비슷해, 직장 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상 벌칙 대상에 상급자·근로자가 포함돼있지 않아 가해자가 이들일 경우 처벌할 수 없는 점이 문제라고 정 정책연구위원은 짚었다. 최근 도시가스 점검원의 안전 대책 요구가 거센 것에서 확인되듯, 고객의 성희롱을 제재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정 정책연구위원은 “안전사고 예방과 건강 증진을 위한 대부분의 규정이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사회적·심리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표준적인 남성 노동자상’으로 설정돼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인지 노동 안전·보건 정책으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