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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9 07:59 수정 : 2019.08.29 08:09

한울원전. 위키미디어 커먼스

법원, 한수원 복직자들 손 들어줘
한수원, 8명에 밀린 임금 주면서
해고 뒤 생긴 무기계약직 적용
재판부 “비슷한 직무 정규직 없을 땐
최소한 최하급직 근로조건 돼야”

전병호(41)씨는 월드컵 4강의 희열이 조금씩 가라앉던 2002년 9월 경북 울진 원전 3·4호기가 있는 2발전소에서 발전 보조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케이피에스(KPS) 소속이었으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운영하는 발전소로 출퇴근하며 한수원 정규직이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

2010년 6월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은 전씨는 같은 해고자 7명과 함께 한수원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형식적으로는 사내 하청업체 소속이었으나, 사실상 한수원 쪽이 사용자로서 각종 지휘 명령을 했으므로 자신들은 불법 파견 노동자로 일을 한 게 맞고, 파견법은 2년 이상 원청에서 일한 노동자를 원청이 직접 고용토록 하고 있으니 자신들은 이미 한수원 직원이라는 주장이다. 법원은 잇따라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고, 판결은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들 8명은 이듬해 4월 한수원에 복직했는데 이번엔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회사 쪽은 이들의 해고 기간에 기존 정규직 최하 직급보다 처우가 낮은 무기계약직을 새로 만들었는데, 이들한테 무기계약직을 적용하면서 해고 기간 밀린 임금 계산도 이 기준대로 한 것이다. 전씨 등은 “정규직 최하직급인 7급에 견줘 기본급이 한달에 50만∼60만원 낮은 무기계약직을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며 다시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는 지난 23일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은 이들과 같거나 비슷한 직무를 하는 기존 정규직 노동자가 없는 정규직 전환자한테 어느 수준의 처우를 해줘야 하는지였다. 파견법은 동종·유사 업무 노동자가 있는 경우엔 기존 취업규칙을 적용토록 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엔 기존 노동조건 수준보다 낮아져선 안 된다고만 규정했다. 중앙지법 민사42부는 이날 판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한 지 2년이 넘어 정규직 신분이 된 것으로 봐야 하는 때의 취업규칙을 기준으로 당시 가장 낮은 직급의 정규직보다 낮은 처우를 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 뒤에 낮은 근로 조건으로 생긴 무기계약직 처우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당해 파견 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도 당해 파견 근로자에겐 적어도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 중 가장 낮은 수준의 근로 조건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동일한 근로 조건이 적용돼야 한다”며 이들 노동자한테 한수원 쪽이 차별받은 기본급과 미지급 수당 및 지연이자를 포함해 1인당 1억5천여만∼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사건을 대리한 권영국 변호사는 “사용자가 직접고용 때 동종·유사 업무 노동자가 없는 경우를 악용해 노동자의 처우를 차별적으로 함부로 낮춰선 안 되고 취업규칙을 적용해 정규직 수준의 노동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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