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3 16:29
수정 : 2019.09.23 16:39
|
온라인 강의 업체 에스티유니타스의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과로 자살’을 한 장민순씨의 언니 장향미씨가 지난해 4월17일 오전 ‘에스티유니타스’가 입주한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앞에서 회사의 사과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
노동자 대다수가 ‘위법’ 초과근무 압박
출산 3개월차 산모도 연장근무 시달려
유족 “제때 근로감독만 나갔더라면…”
|
온라인 강의 업체 에스티유니타스의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과로 자살’을 한 장민순씨의 언니 장향미씨가 지난해 4월17일 오전 ‘에스티유니타스’가 입주한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앞에서 회사의 사과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자단기’(자격증단기학교) 등으로 알려진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일했던 웹디자이너 장민순(36)씨가 지난해 1월 과로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해당 업체가 노동자들에게 상시적인 ‘위법’ 연장·야간 근무를 시킨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23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 강남고용노동지청은 해당 업체가 전·현직 노동자 759명에게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를 시키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을 대거 적발해 지난해 11월25일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지난 5월 공시된 에스티유니타스 직원 수 713명과 견주면 소속 노동자의 상당수가 위법한 연장·야간 근무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산후조리를 갓 끝낸 산모마저 ‘초과근무 압박’을 피해가지 못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출산한 지 3개월밖에 안된 여성노동자에게도 연장근무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근로기준법 71조는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노동자에게 하루 2시간, 1주에 6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를 금지하고 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노동자들에게 초과노동 수당도 지불하지 않았다. 해당 업체는 재직자 835명과 퇴직자 638명에 대해 연장수당·야간수당·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 총 11억 5550만원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현직 노동자 231명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의 이런 조치에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인의 언니 장향미(40)씨는 “동생 사망 한달 전 서울 강남고용노동지청에 에스티유니타스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지만 근로감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때 바로 근로감독을 나갔더라면 동생은 살 수 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향미씨는 게임회사 넷마블의 직원으로 2017년 고용노동부의 넷마블 특별근로감독 이후 야근이 크게 줄어드는 성과를 체감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에스티유니타스에 대한 근로감독은 고인이 숨지고 3개월이 흐른 지난해 4월에야 실시됐다. 사건 당시 서울강남지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진정 접수 당시 이미 계획된 근로감독이 많아 바로 착수하지 못했다. 다른 업체와 묶어 근로감독을 실시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신창현 의원은 “제때 근로감독이 실시됐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며 “근로감독 태만으로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는 사태가 더는 벌어지지 않도록 근로감독관을 증원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