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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5 17:57 수정 : 2019.09.25 18:06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교노동자 노동실태 및 노조 설립 설명회’에서 구자룡 한국노총 조직부장이 국·공립대학 조교노동자 고용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결권 보장 안돼 ‘법외 노조’
공무원·교원노조법 개정 촉구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교노동자 노동실태 및 노조 설립 설명회’에서 구자룡 한국노총 조직부장이 국·공립대학 조교노동자 고용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임용에 교수들의 의견이 100% 반영돼, 평소 교수들의 기분·말투·행동에 모두 맞춰야 하며, 부당한 업무 지시도 거절하기 어렵다.”

“퇴근 후, 주말 등에 교수의 연락을 못 받으면 ‘감히 조교가 교수의 연락을 안 받냐, 세상에 그런 조교는 없다, 너는 조교의 자질이 없다, 조교를 당장 그만 두어라’라고 말하며 업무시간외 노동과 사적인 업무 지시를 당연시한다.”

“출산휴가(3개월)는 허용하지만 육아휴직(1년)은 허용하지 않아, 여성 조교의 경우 결혼을 하면 암묵적인 룰에 의해 자진해서 그만 둘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전국조교협의회와 함께 5월7일~6월7일까지 전국 국공립대학교 조교노동자 1445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내용 가운데 일부다. 이들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조교노동자 노동실태 및 노조 설립 설명회’를 열어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50.7%)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근무시간에 비해 과중한 업무’를 꼽았고,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 지시’라고 답한 이도 18.5%였다. 또 10명 가운데 7명(70.8%)은 학교가 고등교육법 제15조 4항이 정한 조교의 업무 ‘교육·연구 및 학사 사무 보조’ 말고 다른 업무를 부여한다고 답했다.

국공립대 조교(국립대법인인 서울대·인천대 제외)는 국가공무원법상 교육공무원(경찰, 소방관, 외무공무원 등 특정직공무원 12개 가운데 하나)이다. 2700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매년 재임용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학교에서 재임용 횟수를 제한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국공립대 조교노동자는 재임용 권한을 가진 학교와 교수의 눈치를 봐야할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늘 고용불안 상태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이에 국공립대 조교노동자들은 지난 22일 ‘전국 국공립대학교 조교 노동조합’ 설립 총회를 열고, 23일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행법상 교육공무원은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87호, 98호) 비준 추진에 따라 정부가 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엔 교육공무원 가운데 ‘교원’의 노조 설립·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기존의 일부 외무공무원 말고도 소방관의 단결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핵심협약 비준과 단결권 보장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대로라면 조교는 사각지대를 벗어나기 힘든 셈이다.

한국노총은 “소방공무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의 취지에 비춰볼 때, 맡은 업무의 성격으로 보든 노동기본권 보장 필요성으로 보든 조교노동자들의 단결권·단체교섭권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 또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학 교수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데, 이들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조교노동자들은 그럴 수 없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공립대조교 노조는 당분간 법외노조로 활동하면서 서명운동,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법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 관련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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