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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6 17:09 수정 : 2019.09.26 17:38

2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노동연구원 개원 31주년 기념 세미나 ‘고령시대, 적합한 고용시스템의 모색’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조혜정 기자

한국노동연구원 ‘고령시대’ 세미나

남재량 선임연구위원
“정년연장법의 고용 효과 부정적
임금피크제 등 퇴직 늦출 방안 필요”

신광영 교수 반박
“40대 후반에 실질적 임금피크
그 시기 늦출 방안이 더 중요”

2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노동연구원 개원 31주년 기념 세미나 ‘고령시대, 적합한 고용시스템의 모색’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조혜정 기자
정년 연장은 고령화 시대의 ‘만능 처방’이 아니며, 법적 정년인 만 60살보다 빠른 퇴직 시기를 늦추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 연구원 개원 31주년 기념 세미나 ‘고령시대, 적합한 고용시스템의 모색’ 발제를 통해 이런 주장을 폈다. 65살 이상 인구 비율이 2000년 7.2%에 이르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지난해 고령 사회(14.2%)가 됐고 2025년 초고령 사회(20.3% 추정)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고령화 속도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라 각계각층에서 이에 대비할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정년 연장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를 두고 남 선임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은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공공부문과 대기업 유노조 사업장 근로자 등 상대적으로 안정된 고소득 근로자에게 혜택이 국한될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부가조사를 보면, 법적 정년은 만 60살 이상이지만 55~64살이 퇴직하는 평균 나이는 2018년 현재 49.1살이다. 2006년 50.3살이었던 평균 퇴직 나이는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으며, 2013년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해 정년을 만 60살 이상으로 의무화한 뒤에도 이런 추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체패널조사를 활용한 실증분석 결과 “정년연장법 시행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부정적이며, ‘정년연장 의무화→노동비용 상승→고용 감소’라는 부정적인 효과도 분명하게 포착된다”고 밝혔다. 반면, 조기 퇴직을 막거나 고용을 추가로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는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고령자의 임금과 생산성 간의 괴리를 축소하는 것이 실제 고용에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을 고용을 감소시키고, 추가적인 연장은 추가적인 조기퇴직 또는 추가적인 퇴직 연령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며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 개선·실시, 임금체계 개편 등 실제 퇴직 연령을 법적 정년에 근접하도록 하려는 노력이 법적 정년 연장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령화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정년 연장이나 임금피크제 실시 여부를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불안정 고용과 자영업”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임금이 가장 높은 시기는 40대 후반이고 그 이후로는 69%(50대 후반)까지 급격히 줄어든다. 사실상의 임금피크제가 실시되고 있는 것인데, 너무 일찍 피크(가장 높은 시기)가 와 근로를 통한 양육 등 가족생활 안정이 불가능하다”며 “임금 피크 시기를 뒤로 늦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지금의 연공임금제를 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더라도 과도기적 제도의 실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공임금제는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임금이 늘어나는 임금체계다. 그런데 한국은 신입사원 초임보다 근속 25년차의 임금이 2배 이상 많아, 그 격차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생산성과 임금의 불일치, 청년 차별, 지속가능성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이다. 맡은 일이나 기능에 따라 임금을 주는 직무급, 역할급 등 일 중심 임금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중장년 노동자를 ‘역차별’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발제자인 박우성 경희대 교수는 근속연수와, 직무 또는 역할에 기초한 두 가지로 기본급을 설계하는 ‘병존임금제’, 기존 직원에겐 연공임금제를 적용하되 새로운 입사자에겐 일 중심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이중임금제’ 등을 고려해볼 수 있는 과도기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초고령 시대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연공성을 완화할 임금체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도 “그것이 반드시 임금수준을 낮추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이 담당한 일의 가치나 역할, 숙련정도에 따라 개인별 임금수준은 달라져야 하고, 집단적으로는 부서나 회사의 성과에 따라 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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