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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2 20:37 수정 : 2019.11.13 02:30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열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조 할 권리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힌 뒤 노동자 권리 보장 등의 구호를 쓴 손팻말을 펼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민주노총, ‘작은사업장’ 노동권 보장 캠페인 선언
“100만 조합원 넘었지만 ‘30인 미만’ 노조는 0.2%”
내년 전태일 열사 50주기 앞두고 ‘반성적 평가’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열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조 할 권리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힌 뒤 노동자 권리 보장 등의 구호를 쓴 손팻말을 펼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 18살 때 서울 평화시장에서 ‘시다’ 생활을 시작한 이정기(51)씨는 33년 동안 봉제노동자로 살면서 한번도 4대 보험 보장을 받은 일이 없다. 5인 미만의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일주일에 90시간 넘게 일한다. 원청의 횡포와 물량 감소로 공임단가가 30년 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1만2천원이었던 사파리 점퍼의 단가는 최근 8천원대로 떨어졌다. 4인가족 생계비를 벌려면 장시간 노동은 불가피하다. 이씨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주 52시간제다 세상은 바뀌었다는데, 전태일 열사가 일했던 평화시장 주변 봉제노동자의 삶은 갈수록 나빠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2. 올해 초 직원 수 20명 규모의 한 출판사를 퇴사한 김아무개(32)씨는 전 직장에서 근무했던 1년5개월 동안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 회사는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내며 잘나갔지만, 업무량이 늘면서 직원들은 야근과 휴일근로를 밥 먹듯 했다. 하지만 김씨는 휴일근로수당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보통 노사가 단체협약 등을 통해 공휴일(일요일·노동절 제외)을 유급휴일로 지정하지만, 김씨의 전 직장은 노조는 물론 노사협의회도 없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노사협의회 설치·운영이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토요일 같은 ‘무급휴일’은 회사 입장에서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니 수시로 출근 지시를 받았다.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상시 근로자 수 30인 미만 ‘작은 사업장’의 노동권 보장 캠페인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내년 전태일 열사 50주기와 창립 25주년을 맞아 연차유급휴가 및 연장근로수당 등의 적용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조항 확대를 요구하기로 했다. 먼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가능하도록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제한 문제를 지적하는 청년유니온의 ‘어쩌다 5인 미만’ 인스타그램 게시물. 청년유니온 인스타그램(@under5why) 갈무리

중소 영세사업장의 노동권 보장 문제를 제기한 건 민주노총만이 아니다. 지난달 9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족한 ‘권유하다’(권리찾기 유니온) 창립에 이어 청년유니온 역시 같은 달 영세사업장 부당대우 신고센터인 ‘어쩌다 5인 미만’을 개설하는 등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대상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권 보장 범위가 다르고, 그것이 일자리 질의 격차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 변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 역시 “현 정부 들어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조직률이 60%에 달하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0.2%에 불과하다”며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가장 많이 겪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반성적 평가에서 ‘작은 사업장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580만여명(2017년 기준)에 이른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27%가량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4인 이하 사업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38만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 257만원의 절반 수준이고, 이 가운데 23.9%(전체는 60.2%)만이 유급휴가를, 초과근로수당은 15.0%(전체 47.3%)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그동안 사업주의 지불능력 문제를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동계가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최종적으론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부도 행정적인 지침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예외 조항을 크게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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