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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5 18:28 수정 : 2019.12.06 02:41

권병희 고용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장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민간위탁 가이드라인’ 뜯어보니

권병희 고용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장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공공기관이 민간업체(수탁기관)에 업무를 위탁할 땐, 전체 계약금액 가운데 노무비는 별도의 전용 계좌로 지급하고 이 돈이 노동자에게 실제 임금으로 지급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3단계 대책으로, 지난 2월 20만명에 이르는 민간위탁 노동자의 일률적인 정규직화 대신 처우 개선을 하겠다며 내놓기로 한 방안이다.

가이드라인은 수탁기관이 노무비를 착복하는 문제를 막고 노동자가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전체 계약금액 가운데 노무비는 전용 계좌를 이용해 관리하고, 업무를 위탁한 공공기관은 개별 노동자에게 실제로 지급된 임금을 확인하도록 했다. 또 노동자가 객관적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탁기관은 고용을 승계하고, 근로계약 기간을 수탁 기간과 동일하게 설정하도록 위·수탁 계약서에 명시해 민간위탁의 또 다른 문제인 고용 불안을 덜도록 했다. 수탁기관은 책정된 임금 지급, 퇴직금 지급과 4대 보험료 납부,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등 노동법령 준수 등을 약속하는 확약서도 공공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그 밖에도 업무를 위탁한 공공기관은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등을 위해 노무 관련 외부 전문가 1명 이상을 포함해 10명 이내로 민간위탁관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한국노사관계학회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검토한 애초의 가안(‘공공기관 민간위탁업체 임금 체불 땐 계약해지 추진’)보다도 후퇴했다. 인건비에 낙찰률(위탁사업의 전체 원가 대비 업체가 써낸 예정가의 비율)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과, 민간위탁 노동자에게도 정규직 전환자와 같이 식비·명절상여금·복지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안이 가이드라인에선 빠졌다. 민간위탁관리위원회에 노동조합이 추천한 인사를 반드시 포함시키는 방안, 30인 이상 수탁기관은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노사협의회’와, 위수탁 기관과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수탁 3자 협의회’를 운영하게 한 방안도 삭제됐다. 근본적으로는, 가이드라인 자체가 강제성이 없는 행정지침이어서 이를 따르지 않아도 특별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권병희 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장은 “민간위탁 사무의 특성, 임금 수준이나 제도, 복지제도가 워낙 다양한데, 정확한 실태 자료가 없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예산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등을 추계하기 어려워 빠졌다”며 “2020년에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그에 따라 적정 임금 수준이나 적용 가능한 임금체계 모델 등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일제히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열악한 처지에 있는 민간위탁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가이드라인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에 형식적일 뿐만 아니라 강제성이 결여돼 이행의 담보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그동안 민간위탁업체 비리를 적발해 부당 횡령한 비용을 국고에 환수시켜온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민간위탁위원회 참가가 막혔다. 이윤 추구와 행정 편의로 결탁한 민간업체와 지자체의 민간위탁 유지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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