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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0 17:50 수정 : 2019.12.11 02:42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한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지 1년이 된 10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조형물이 서 있다. 태안/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씨 동료·추모객들 100여명 고인 위로해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발전소 현장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한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지 1년이 된 10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조형물이 서 있다. 태안/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0일 오후 1시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외벽. ‘안전, 내가 먼저 실천하겠습니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그 문구를 등지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안전모를 쓰고 가방을 메고 방진 마스크를 쓴 스티로폼 조형물이 서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이송 컨베이어 벨트에서 현장 점검을 하다 기계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당시 24살)씨의 생전 사진을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조형물은 사진 속 김씨처럼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발밑에는 빨간색과 하얀색 장미가 놓였다. 위로 눈길을 올리면, 그 조형물과 상관없다는 듯 발전소 굴뚝이 미세먼지가 뿌옇게 낀 하늘로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김씨처럼 안전모를 쓰고 작업복을 입고 방진 마스크를 쓴 김씨의 동료들과 추모객 100여명이 ‘김용균 1주기 현장 추모제’를 위해 발전소 앞에 섰다. 이들은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2월10일, 평소처럼 야간 근무를 위해 출근했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 김씨를 떠올리며 외쳤다. “더이상 죽이지 마라. 위험의 외주화 금지하라.”

고 김용균씨 1주기인 10일 오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참석자들이 추모제를 마치고 공장을 행진하고 있다. 태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4월 김씨가 일했던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한 이용주(21)씨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뗐다. “설비개선 등 현장을 개선해달라는 노동자의 의견을 들어만 주기면 했더라면 아마도 선배님께서는 추도식이 아니라 25번째 생일을 축하받았겠지요.” 숨진 김씨의 생일은 12월6일이다. 이씨는 김씨의 죽음 이후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휴학계를 낸 뒤 서부발전 하청회사에 입사했다. 현장에 투입되자마자 사람들의 걱정처럼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조명 시설과 굉음을 내는 컨베이어를 보고 두려움이 왈칵 밀려왔다고 했다. “제2의 김용균 선배가 나오지 않도록 후배들이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도록 보태겠습니다. 아파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그곳에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루세요.”

김씨의 죽음을 세상에 처음 알렸던 발전노동자 이태성(46)씨도 추모 발언에서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 용균이의 약속이자 꿈인데, 마침표를 못 찍어서 현장 동료로서 마음이 아프다. 2주기에는 약속을 지켰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오늘 날씨가 너무 따뜻하고 좋은데, 일터가 살기 넘치는 공간이 아니라 따뜻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던 용균이의 마음이 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10일 오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 열린 1주기 추모제에서 추모 발언을 하고 있다. 태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씨 어머니인 김미숙(51)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담담하게 추모 발언을 이어갔다. 김씨는 “아들 생각이 날 때마다 눈을 감으면 사고당한 현장과 힘없이 쓸려갔을 아들의 처참했을 당시 모습이 그려진다”며 “아들을 잡아먹은 9·10호기를 당장 폭파해버려도 시원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가 ‘김용균 특조위’에 전한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지적을 이어갔다. “금방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줬다고 하지만, 여기 현장 동료들 무엇이 바뀐 것이 있습니까. 현장에 직접 가보지도 않고 말로만 할 수 있는 거 했다고 말하는 건 위로는커녕 거짓말만 늘어놓는 것입니다.”

10일 오후 고 김용균씨가 일했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사무실에 안전모가 걸려있다. 태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참석자들은 김 이사장의 추모 발언이 끝나자 김씨가 일했던 태안화력 9·10호기와 공장 내 탈의실, 대기실 쪽으로 조형물과 함께 행진했다. “어젯밤 혹시 용균이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고 어떤 마음인지’ 꿈에라도 나와 이야기하길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어요. 아직 진행되는 것도 없고 그걸 지켜보는 아들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안 나타나지 않았을까. 좀 더 분발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 아들이 밝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바라고 있어요.”

김 이사장은 <한겨레>에 이렇게 말을 건넨 뒤 차를 타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김용균 1주기 추모 분향소로 떠났다.

태안/권지담 김혜윤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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