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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5 09:20 수정 : 2019.12.29 09:04

④ 김혜윤 기자가 꼽은 2019년 마음 한 장

2019년, 여러분이 웃고 울었던 현장에 <한겨레> 사진기자들도 있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맨 마지막날까지 그 마음에 남은 사진 한 장들을 모았습니다. 새해에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잇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다짐하며 `2019년 마음 한 장'을 9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넷째는 김혜윤 기자가 꼽은 사진들입니다.

지난 8월 16일 찾은 이화여대 석조장 바닥에 하얀 돌가루가 눈처럼 쌓여 있다. 김혜윤 기자 uniue@hani.co.kr
‘눈밭에 새겨진 발자국’이면 좋겠지만 이곳은 돌덩어리를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이화여대 석조장입니다. 지난 8월 16일 제가 만난 청소노동자 중 한 분은 이곳을 청소하십니다. 취재를 위해 석조장에 들어서자 분필가루를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환풍기 6개가 달려 있었지만 환풍기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는 돌가루가 60m 옆 청소노동자 휴게실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에 켜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청소노동자들은 이곳을 청소할 때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석고장 청소를 겨울에 하고나면 검은 유니폼이 하얗게 변합니다. 하지만 샤워시설이 없어 그냥 털어내야 합니다. 샤워시설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래도 예전에는 휴게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밥 먹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많이 나아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화여대 조형 에이(A)동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건물 뒤쪽 이끼가 자라는 음지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입니다. 제가 찾아간 날 외부 기온은 29도였지만 휴게실 안은 30도를 웃돌았습니다. 안에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온이 더 올라갔습니다. 에어컨을 안 틀어서 그런 거 아니냐구요? 에어컨이 있기는 합니다. 2004년에 학교에서 구입한 이 에어컨은 여러 부서를 돌며 쓰이다 폐기할 때가 다 되어서야 노동자들이 사정한 끝에 이곳 휴게실에 설치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간절했던 에어컨이었지만 아침부터 켜도 휴게실은 시원해지지 않았습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노동자들은 다시 선풍기 앞에 모여 앉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 조형 에이(A)동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어쩌면 나은 편입니다. 청소노동자 휴게실 35곳 중 32곳은 여전히 지하에 있기 때문입니다.이런 상황을 알리는 기사가 나간 때는 지난 8월입니다. 가을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이화여대분회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하나도 바뀐 점이 없다고 했습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시 연락드려보아야겠습니다. 새해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조금 더 안전하기를, 그로 인해 조금이라도 일상이 평안해지기를. 현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마음으로 건네는 주문과 같은 인사말입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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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한겨레 사진기자들이 꼽은 ‘2019년 마음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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