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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30 05:01 수정 : 2019.12.30 07:52

올해 일반직으로 전환된 서울시설공단 보안담당 직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성동구 본사 사무실에서 경비업무를 하고 있다. 서울시의 시설물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014년 파견·용역회사 소속으로 청소·경비·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 노동자 529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공단은 지난 4월 이들 노동자를 일반직에 통합하는 방법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 시절 별도 임금체계와 인사규정을 적용받아 기본급을 비롯해 각종 수당, 복리후생, 승진제도 등에서 차별을 받았으나 이젠 동등한 처우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양산된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을 중장기적으로 직접 고용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서울시설공단의 경우처럼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난립하는 자회사 대안은
본사 의존 벗고 독립경영 위한
제도적 지원책 마련하고
모·자 회사 공동노사협 도입 필요

아직 전환방식 확정 안한 곳엔
상시지속직 직접고용 독려해야

올해 일반직으로 전환된 서울시설공단 보안담당 직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성동구 본사 사무실에서 경비업무를 하고 있다. 서울시의 시설물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014년 파견·용역회사 소속으로 청소·경비·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 노동자 529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공단은 지난 4월 이들 노동자를 일반직에 통합하는 방법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 시절 별도 임금체계와 인사규정을 적용받아 기본급을 비롯해 각종 수당, 복리후생, 승진제도 등에서 차별을 받았으나 이젠 동등한 처우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양산된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을 중장기적으로 직접 고용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서울시설공단의 경우처럼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회사와 관련해 경영상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탓에 ‘민간용역회사’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장기적 생존을 의심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자회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자회사 설립이 가능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가운데 아직 전환 방식을 확정하지 않은 100여곳과 이미 설립된 자회사의 상시 지속 업무를 맡은 대다수 자회사 노동자는 공공부문이 직접 고용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 자회사 독립성 확보 방안 마련해야 인력공급형에 해당하는 다수 공공기관 자회사들은 모기관과 수의계약을 맺어 받는 사업비가 사실상 수입의 전부이고 다른 수익 구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따라서 자회사가 경쟁력을 갖추고 다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자회사인 엘엑스파트너스의 성기청 대표는 “본사에서 주는 돈만 갖고 (자회사가) 사업을 하게 되면 그건 나중에 본사에 압박이 된다. 자회사가 스스로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야 지속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모기관 종속성 탓에 실질적인 경영 독립성이 떨어지는 자회사의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 요구 등을 제대로 하기 위한 교섭 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노동이사제와 모·자회사 간 공동노사협의회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5월 “(노동자가 이사가 돼 이사회에 참석하는) 노동이사제나 (모회사 노사와 자회사 노사 등 4자가 참여하는) 공동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모·자회사 간 격차 해소와 임금체계 개편, 고용안정성 확보, 불법파견 요소 배제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효과적으로 도입되거나 적용되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임주환 변호사는 “모·자회사 공동협의회 운영을 모기관 경영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구체적인 지침을 통해 실효성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직접 고용 원칙 지켜야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아직 정규직화 방식을 결정하지 않은 공공부문 100여개 기관에선 상시 지속적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만들어진 자회사와 관련해선 직접 고용을 원칙으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된다. 우선 100명 정도 이하의 규모가 작은 자회사 직원들은 모기관이 직접 고용하고, 규모가 큰 자회사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방안이다. 자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회사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예산과 정원에 대해 모기관이 아닌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되는데 정부의 관리하에서 자회사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설립된 자회사의 60%를 차지하는 청소·경비·시설관리 중심의 인력공급형 자회사들은 5년 안팎의 기간을 두고 정부가 전국의 몇개 권역별로 통합해 별도의 광역형 공단을 세우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이런 방식을 통해 고용안정성 강화는 물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도 실현할 수 있고, 인력공급형 소규모 자회사들의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의 청소·시설관리 자회사인 서울메트로환경의 사장 출신으로 현재는 경희대 청소 자회사인 케이에코텍의 조진원 대표는 “상시적 업무의 경우 자회사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최종적으로는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며 “일이 사라지지 않고 상시적으로 지속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외주화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한겨레>와 만난 조 대표는 자신이 겪은 사례를 들려줬다. 서울메트로환경 대표 시절 신입 직원이 입사하면 업무에 투입하기 전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해야 하는데 모기관인 서울교통공사가 메트로환경에 주는 원가 설계에서 교육비가 빠져 교육훈련도 시키지 않은 채 신입 직원을 현장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직접 고용이 되면 같은 회사 사람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과 관련해 예산 배정도 좀더 수월해지고 업무상 안전과 능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비정규직 노동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민간부문은 이대로 방치? 공공기관 내부의 표준임금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회사는 달라도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서로 다른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도 숙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월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안을 마련했으나 노동계의 반대로 발표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정부안이 “가장 낮은 1단계 1등급은 최저임금이고, 가장 높은 5단계 6등급도 223만원 수준”이라며 “노동자 임금을 하향평준화하고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민간부문에 적용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제도 도입과 비정규직 사용 부담 강화 방안 마련”을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하고도 여태껏 민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민간기업 사업자의 선의에만 맡겨놓지 말고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대로 상시 지속 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하고 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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