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06 15:56 수정 : 2005.01.06 15:56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한겨레21).

정동채 장관 “TV중간광고 검토”발언에 거센 반발

텔레비전 중간광고의 허용 여부를 놓고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한마디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 장관이 5일 “TV 광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중간광고나 광고총량제 등의 도입 여부를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한 게 출발점이다.

‘중간광고’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김정은에게 키스하기 직전에 “잠시 뒤에 이어집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중간광고를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방송광고총량제’는 광고의 총량만 규제하고, 방송광고의 종류·시간·횟수·방법 등은 제한하지 않는다.

드라마 시청중 “잠시뒤 이어집니다”…시청자단체 강한 반발


당연히 시청자단체 등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언론인권센터는 6일 성명을 내어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도입 추진 방침은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하고, 지상파 방송의 상업주의를 가속화 할 것이 분명하므로 절대 반대한다. …중간광고는 시청 흐름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제도이다”며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시청자들은 뉴스나 교양·오락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도 수시로 원하지 않는 광고를 접해야 한다. …시청자보다 광고주를 더 배려하는 중간광고 도입은 필연적으로 지상파 TV의 광고종속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6일 성명을 내고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방해하고 프로그램 형식의 변화를 강제함으로써 프로그램 내용과 편성에 영향을 주는 등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고 프로그램이 광고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방송사간의 시청률 경쟁을 가속화시켜 공영방송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지상파방송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는 방책이라는 점에서 그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도입이 제도화되는 것은 한국의 공영방송체계를 위협하고 시청자의 권익을 말살시키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상파TV에서의 상업주의화가 날로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광고를 도입한다는 것은 지상파방송의 보편적 서비스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신태섭 동의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방송 중간광고 도입은 문화적인 부분은 물론 매체광고비 배분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며 “결국 지상파 3사로 광고가 집중 돼, 지역방송이나 특수방송, 신문매체 등 매체 균형발전의 역행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광부 “언론이 앞서 나갔다…새해 덕담 수준”

문화관광부는 “언론이 앞서 나갔다”며 해명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문화미디어국 신용언 국장은 “지금은 허용하겠다, 안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진 게 없고, 일반론적인 원칙차원에서 ‘검토는 하겠다’고 언급했을 뿐이다”며 “언론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조금 앞서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이 이런 발언을 한 장소를 눈여겨봐달라고 주문했다. 정 장관이 문제의 발언을 한 곳은 ‘광고인 신년교례회’였다. 신 국장은 “광고인들 행사에 가서, 신년에 축사로 한 말인데…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중요한 결정 같으면 다른 자리에서 말씀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덕담’ 수준으로 봐달라는 뜻이다.

정동채, 진대체 장관 등 “디지털방송 재원 필요” 잇단 중간광고 언급

그렇지만, ‘덕담’ 수준으로 봐넘기가 쉽지 않다. 방송중간 광고는 광고불황을 겪고 있는 방송계와 광고계에서 숙원 사업으로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또 정동채 장관은 지난해 11월10일 대한민국광고대회에서도 중간광고 허용 추진 의사를 밝혔다. 진대제 장관도 한국방송협회가 펴내는 <방송문화> 11월호에서 “방송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막대한 경비가 들어 HD 방송실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방송사들의 투자비용을 경감시켜주고 HD 방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등 개선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덕담’으로 보기보다는 정 장관이 다시 한번 여론 ‘떠보기’를 한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정부가 실제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시청자 단체의 반대뿐 아니라, 방송을 뺀 신문사 등 다른 매체의 견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당장 조선일보는 6일치에서 “‘TV 중간광고 도입 검토’ 발언 파문”이라는 기사에서 “공영방송조차 광고를 하고 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중간광고를 허용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경제가 어렵고 전체 광고시장이 얼어 붙어 있는 상황에서 TV에만 광고가 집중되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고 특혜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발언을 통해 TV 중간광고에 반대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시청자·다른 매체 반발과 견제 넘어야

무엇보다 일반 시청자들의 반발이 뜨겁다. 지난해 포털사이트 야후가 실시한 중간광고 찬반여론조사에서 응답자 3876명 가운데 92%인 3584명이 반대했다. 이런 정서 때문에 문화관광부 박지원 전 장관(2000년), 방송위원회(2001년, 2003년) 등도 중간광고 도입 등을 추진하다가 모두 취소한 바 있다.

최종결정권을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김춘식 방송정책실장은 “방송광고가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해서 정책을 펴겠지만, 중간광고 허용을 결정하거나 검토한 적이 없다”며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 문화관광부와 업무협의를 한 적이 없어 당혹스럽고, 시행령 개정 사항이어서 만만찮은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중간광고는 케이블 TV에서는 허용하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에서는 운동경기, 문화·예술행사 등 중간에 휴식 또는 준비시간이 있는 프로그램에만 허용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프랑스가 공영방송의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영방송은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민영방송은 영국,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