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법 등 달리해 다른 결과 내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디엠비)에서 수용자가 가장 많이 원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답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사업자 후보들이 조사를 하면서 자사 콘텐츠의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기법을 쓰기 때문이다.
<교육방송>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맡겨 벌인 ‘2차 지상파 디엠비 수용자 면접조사 결과’를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이 결과를 보면, 지상파 디엠비를 통해 제공해야 할 서비스로 74.8%가 교육·학습 콘텐츠를 꼽았다. 음악(78.6%), 뉴스(75.2%)에 이어 세번째다. 그 뒤는 영화·드라마(67.6%), 스포츠(57.4%), 시사·다큐(53.8%) 등이다. 하지만 수용자가 희망하는 선호도로 따지면, 교육·학습은 음악(67.2%), 영화·드라마(59.4%), 뉴스(51.8%)에 이어 네 번째다.
반면, <에스비에스>는 다른 결과를 최근 내놨다. 에이시닐슨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지상파 디엠비 수요 및 매체역할 설정을 위한 수용자 면접조사’에서 교육·학습 콘텐츠를 희망 서비스로 꼽은 비율이 10.5%에 그쳤다. 1순위는 뉴스·시사 정보(55.7%)였고, 연예·오락(34.8%), 교통·날씨(33.0%), 드라마(28.3%) 등이 뒤를 이었다.
사업자 선정을 두고 경쟁하는 두 방송사의 조사에서 이런 격차가 발생한 것은 조사 목적과 이에 따른 표본추출 기법이 다른 탓이다. 교육방송의 표본 500명 가운데 고등학생·대학생·취업준비생의 비율은 64%나 됐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높은 주부 15.1%를 감안하면, 교육·학습 콘텐츠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대상을 중심으로 표본이 이뤄진 셈이다. 직장인·자영업자는 20%였다.
물론, 이런 표본추출 기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코리아리서치센터 관계자는 “교육방송 수용자 조사는 지상파 디엠비가 시작되면 많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타깃 직업군을 미리 설정하고, 이들 직업군에 최소표본이 50명이 넘도록 임의로 표본을 할당하는 기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방송 쪽에서 조사의 이런 특성과 한계를 명확히 밝혔는지는 의문이다. “학생 계층에 직장에 다니는 방송대생도 포함된다”는 교육방송 쪽의 설명도 이런 문제점을 감추지는 못한다.
에스비에스의 경우, 수용자 조사는 인구센서스를 감안해 성·나이·지역·직업에 따라 비례적으로 표본을 추출했다. 학생계층 비율이 17.2%인 것도 여기서 비롯한다. 나머지 직업 비율은 화이트칼라 25.2%, 자영업자 22.0%, 블루칼라 20.7%, 주부 14.3% 등이다.
두 방송사의 수용자 조사에서 직업을 기준으로 지상파 디엠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비율을 보면, 에스비에스는 평균 33.5%이며, 자영업자~학생~화이트칼라~블루칼라~주부 차례로 높았다. 교육방송은 평균 40.2%에 고등학생~대학생~취업준비생~직장인·자영업자~주부 차례였다.
질문지에 넣은 콘텐츠 항목의 수와 종류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에스비에스의 콘텐츠 항목은 △드라마 △연예·오락 △교통·날씨 △지역생활 △금융·경제 △게임·애니메이션·△다큐 △교육·학습 △뮤직비디오·음악 △영화 △여가·레저 △스포츠 등 13개다. 교육방송은 △음악 △스포츠 △뉴스 △교육·학습 △게임·만화 △시사·다큐 △영화·드라마 등 7개다. 교육방송 항목에서 출·퇴근길 직장인이 즐겨 이용하는 ‘교통 정보’가 빠진 점이 눈에 띈다. 조준상 기자 s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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