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노조가 노조회의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해 정연주 사장의 퇴진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의한 가운데 ‘프로듀서협회’ 등은 30일 일제히 퇴진투쟁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노조가 강경투쟁 방식을 고수할 경우 지금까지 노사 갈등 양상을 보였던 국면이 개혁을 둘러싼 직군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프로듀서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국제회의실에서 총회를 열어, △노조의 정 사장 퇴진투쟁 철회 △몰래 녹음 사건에 대한 노사 합동 진상조사 등을 촉구했다. ‘기자협회’와 ‘아나운서협회’ 등도 잇따라 회의를 열어 같은 결의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세 협회 관계자들은 노조가 정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에 나설 경우에 대비한 공동대응 계획도 논의했다.
한국방송 구성원들은 세 협회가 25일 일제히 낸 성명에서도 밝혔듯, “사건 진상조사와 구성원들로부터 의견수렴도 충분히 하지 않고 치부를 바깥에 공개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조를 이룬다. 심지어 “노조가 이 사안을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진종철 노조위원장이 지역국·엔지니어 출신이어서, 지금의 구도를 개혁 작업 과정에서 피해의식을 느낀 세력과 불특정 다수 세력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방송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일부 의견을 증폭시켜 강경투쟁에 나서고 있다”며 “노조는 도청 건을 갖고 사장 퇴진을 요구할 게 아니라 솔직하게 한국방송이 나아가고 있는 공영성·효율성 강화 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내부갈등 양상으로 흘러가다 보니, 노조도 적잖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노조는 29일 저녁부터 회사 쪽과의 중재에서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한 뒤 비대위 투표를 벌였다. 참여한 45명(모두 50명)의 위원들한테 사장 퇴진 투쟁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30일 새벽 2차 투표에서 찬성 25표, 반대 20표의 결과가 나와 투쟁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노조는 31일 정 사장 출근저지 투쟁은 물론 삭발·단식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한국방송의 내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승경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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