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성민우회 후원회원은 5천 명이 넘는다”며 “최근엔 더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투 운동 확산 등 최근 터져나오고 있는 성평등 관련 사안들이 회원 확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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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본부 발족 뒤 적잖은 성과
성평등 심의안 만들고 ‘렛미인’ 퇴출도
청소년·주부 대상 미디어교육도 4기 방심위 민주당 몫 심의위원
“사회적 약자 눈높이에서 심의할터” 나빠진 점은? “전에는 예능 진행자 성비를 1대1로 균형을 맞췄어요. 최근 리얼리티로 방송환경이 바뀌면서 여성이 배제되고 있어요. <1박2일>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세요. 지난 몇 년 남녀 출연자 비율은 7대3 정도입니다.” 미디어가 여성들에게 가혹하다는 말도 했다. “제작자들은 여성들이 망가지려고 하지 않아 그림을 담기 힘들다고 해요. 하지만 유재석도 처음부터 잘한 건 아니잖아요. 기다려주고 북돋아줘 지금처럼 키웠죠. 그런데 여성들은 한두번 해보고 안 되면 바로 배제합니다.” 96년 대학을 졸업한 뒤 얻은 첫 일자리는 국민주방송설립추진위원회 간사였다. “대학 내내 풍물패 활동을 하면서 학생운동을 했죠. 졸업 뒤 문화운동을 꿈꿨어요. 우연찮게 국민방송 설립 운동에 참여했고 그 뒤 방송 관련 전문지 매체 기자를 하다 99년 본부에 합류했죠.” 지난 1월 출범한 4기 방심위 위원 9명 중 여성은 3명이다. 3기는 한 명도 없었고 2기는 한 명에 불과했다. 윤 소장은 미디어 속 성평등을 위해 방심위 같은 규제기구에 더 많은 여성이 포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가 속한 방심위 방송소위 위원 5명 가운데 여성은 그와 허미숙 상임위원 2명이다. ‘여성 0명과 여성 3명’의 차이는 뭘까? “(성차별을 문제삼는) 심의 안건이 올라와도 남자들은 문제를 잘 몰라요. 여성 위원들은 아무래도 민감하게 보죠.” 예를 들었다. “방송 출연자가 여성 스케이트 선수 외모를 칭찬하면서 ‘여자는 공부를 잘할 필요가 없다, 예쁘면 최고다’는 등의 발언을 해요. 문제 발언이라고 생각해 행정지도를 내렸어요. 제가 ‘다음에 똑같은 발언이 나오면 엄중제재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어요.” 방송 심의규정엔 3기 방심위까지 그다지 의미를 가지지 않았던 양성평등 관련 5개 조항이 있다고 했다. 심의위원으로서 포부를 물었다. “지금까지 방심위는 정치권과 권력자 눈높이에서 심의를 했어요. 시청자와 사회적 약자의 눈높이에서 심의를 하고 싶어요. 여성이나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 비하나 차별에 엄정 대처할 겁니다. 방송이 보다 공익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죠.” 요즘 부쩍 흔해진 ‘음주 방송’을 두고는 이렇게 말했다. “흡연은 따로 심의 규정이 없지만 방송사가 자율 규제를 하고 있어요. 음주는 흡연과 달리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도 커요. 방송사가 왜 음주에 관대한지 모르겠어요. 광고나 협찬을 의식한 것은 아닌지 개인적으로 의심하고 있어요.” 방심위는 지난달 청소년 보호 시간대에 ‘소주 분수’ 장면을 튼 <미운 우리 새끼>(에스비에스) 프로그램에 법정제재인 경고 결정을 내렸다. 본부가 초·중·고생 대상으로 이달부터 9월까지 하는 ‘드라마 속 성차별’ 강의는 예정된 강의 시간보다 세배 이상 신청이 몰렸다. “150강 모집에 500강 신청이 들어왔어요. 서울시 여성발전기금에서 지원하는 강의죠. 옛 방송위 지원을 받았던 2005년 무렵엔 1000강까지 했어요. 엠비(MB) 정부 때 민우회가 ‘촛불단체’로 찍혀 지원이 배제되면서 강의가 축소됐어요.” 올여름엔 청소년 대상 영상제작학교도 열 계획이다. 배경은? “요즘 1인 미디어가 많이 늘고 돈도 많이 법니다. 초등생들의 동경의 대상이죠. 하지만 유튜브 등을 보면 여성혐오 등 문제가 많아요.”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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