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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8 05:03 수정 : 2018.05.08 16:24

[네이버에 갇힌 대한민국] ① 조작 판치는 가짜들 세계
매크로 댓글조작 시연

국가정보원부터 드루킹까지, 여론을 관리하 고 조작하려는 세력에게 네이버의 ‘가두리 공론장’은 안성맞춤인 먹잇감이었다. 네이버 의 검색 점유율(73.9%)은 다음(15.4%), 구글 (7.8%)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 다. 이를 바탕으로 한 네이버의 여론 독점 현 상은 이미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멍들게 했을 뿐 아니라 저널리즘의 질을 시나브로 추락시 키고 있다. 네이버에 갇힌 한국 사회의 현실 과 대안을 4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ㄱ씨가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한겨레>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모니터 속 마우스 커서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서는 일정한 속도로 맡은 임무를 하나하나 완수해 나갔다. 네이버 로그인 창에 준비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차례로 복사해서 붙여넣었다. 로그인에 성공한 뒤에는 미리 설계된 대로 ‘댓글 작업’에 나섰다. 커서는 지정한 기사(‘국정원과 알파팀의 어긋난 소명’)로 이동했다. 준비된 글을 복사해 댓글 창에 붙여넣었다. 기사에 댓글 ‘댓글공작 테스트1’이 달렸다. 그리고 컴퓨터는 스스로 쿠키 파일(아이디, 비밀번호, 아이피(IP)주소 등을 기록하는 임시 저장 파일)을 말끔하게 지웠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커서는 다른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네이버에 로그인했다. 이렇게 약 5분 사이 해당 기사 밑에는 ‘댓글공작 테스트 1’부터 ‘5’까지 댓글 5개가 생성됐다.

무료 매크로 프로그램 내려받아
댓글 작업 설계까지 고작 30분

준비된 아이디로 자동 로그인
지정한 기사에 댓글 붙여넣고
IP주소 담긴 쿠키파일 지운 뒤
아이디 바꿔가며 작업 이어가

네이버 새 댓글정책 발표했지만
차단막 없어 댓글조작 속수무책
“접속기록 보면 적발 가능한데
방문자 수 늘리려 방치하는 듯”

지난 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의 한 스터디룸에서 ㄱ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네이버 기사 댓글공작’을 시연했다. 정책 온라인 홍보 대행 업무를 오래 담당했다는 ㄱ씨는 특별한 장비 없이 빈손으로 취재진을 만나러 왔다. 매크로 프로그램 파일을 담은 유에스비(USB)조차 가져오지 않았다.

그는 기자의 노트북으로 무료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 이는 인터넷에서 흔히 내려받을 수 있는 공개 프로그램이다. 얼마 전까지 네이버 자료실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었다. 매크로 작업을 설계하는 데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노트북 성능이 좋다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드루킹 파문’ 이후 네이버는 지난달 댓글 정책을 바꿨다고 발표했다. △기사 1개당, 1개 아이디로 작성 가능한 댓글을 3개로 제한 △댓글 작성 뒤 60초 이내 다른 댓글 작성 제한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ㄱ씨가 설계한 매크로를 통해 네이버 기사에 댓글을 다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004년부터 매크로 조작 등을 통해 온라인 여론 관리를 해왔다는 ㄱ씨는 “네이버에 (여론 조작) 작업을 하며 단 한번도 막히거나 어려웠던 적이 없다”며 “이번 정책 변화도 아이디와 아이피주소를 모두 바꿔버리면 되는 거라 큰 영향은 없다”고 했다. 드루킹의 매크로 조작 사건 이후 네이버가 내놓은 매크로 대책이 실은 ‘눈 가리고 아웅 식’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ㄱ씨는 이런 방식으로 △연관 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검색 순위 △블로그 방문자 수 등의 조작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검색어 조작은 로그인이 필요 없기에 제일 쉽다”며 “컴퓨터 20~30대를 써서 몇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아이피를 바꿔가며 돌리면 된다”고 말했다.

ㄱ씨는 네이버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는 (이런 작업이 있다는 걸) 알 수밖에 없어요. 로그 기록(접속 기록)만 보면 알 수 있어요. 이런 작업을 하면 (로그) 시간이 일정해지거든요. (네이버는) 모니터링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야 방문자 수, 페이지 뷰가 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에 네이버 쪽은 “시스템에 기본적 어뷰징 방지는 돼 있고,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 댓글 조작 방지 방안은 더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매크로 조작은 범죄다. 항상 뚫으려는 쪽이 있고, 막으려는 쪽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준용 김완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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