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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02 12:00 수정 : 2018.07.02 23:40

난민 수용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30일 오후 ‘불법난민신청자외국인대책국민연대’ 주최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이 먼저다', '난민법 폐지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세계 팩트체커들의 연례회의 글로벌팩트5 서밋
2년에 2배씩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연례회의
올해는 비디오·이미지 조작을 통한 가짜뉴스 생산에 주목
양적팽창으로 신뢰도 위기 봉착한 팩트체크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등 수용자와의 접촉 확대로 활로 찾아야”

난민 수용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30일 오후 ‘불법난민신청자외국인대책국민연대’ 주최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이 먼저다', '난민법 폐지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6월3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난민 입국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500여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입국하면서 촉발됐다. 제주도는 말레이시아·에콰도르 등과 함께 예멘 출신이 비자 없이 무사증으로 입국해 체류가 허가되는 몇 안되는 지역이었다.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에 체류했던 난민 일부가 체류 기간 연장에 가로막혀 다시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오게 된 것이다. 올 상반기에만 500여명이 제주도로 입국한 사실이 알려졌고, 예멘 난민 신청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슬람권 난민들은 자신을 받아준 유럽 국가에서 각종 협박과 폭행을 일삼고 있다. 이들을 받아들인 유럽에서 발생한 범죄의 진실을 확인해 앞으로 자랄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30일 난민 반대 집회에 나온 한 남성은 무대에 올라 이렇게 주장하며 난민과 무슬림 혐오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앞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살인·강간하는 그들을 우리가 왜 먹여살려야 하냐”며 그들을 추방하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 가짜뉴스를 타고 번지는 무슬림 혐오

최근 늘어난 난민들로 인해 유럽 국가들이 국가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을 넘어, 일부 시민들은 왜 무슬림에 대해 ‘살인·강간을 일삼는 사람들’이라는 극단적인 혐오를 갖게 된 것일까. 왜곡된 정보가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무슬림 남성에게 폭행당한 영국 여성들’이라는 설명으로 SNS에 돌고 있는 사진. 사실이 아님에도 SNS에 돌며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 ‘가짜 뉴스’가 바로 ‘무슬림 남성에서 폭행당한 영국 여성들’이라는 사진이다. 피해자들은 스웨덴·영국 등으로 다양하게 표시돼 있는데, 유포자는 이 여성들이 무슬림 남성에게 폭행 또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사진은 무슬림에 의한 폭행 사진이 아닌 가정폭력·경찰폭력 사진들이었다.

이 사진이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며 SNS에 확산된 곳은 한국 만이 아니다. 이미 독일·그리스·이탈리아·네덜란드·영국·프랑스 등 6개국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고정관념을 퍼뜨리기 위해 널리 공유된 바 있다. 그리고 프랑스의 국제 보도전문채널 <프랑스24>가 프랑스와 미국 등 4개국 저널리스트 그리고 아마추어들과 함께 만든 네트워크인 ‘옵저버(The Observers)’에 의해 이미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확인된 사진이다. 가짜뉴스라고 밝혀진 뒤에도 여전히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데 악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넘쳐나는 가짜뉴스 속에서 ‘사실(Fact)’을 건져 올리기 위해선 정보의 공유와 협업이 최선의 길이다. 난민 문제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이슈의 경우 그 효용은 더욱 높다. 전 세계의 팩트체크를 한 곳에 모은다면? 전 세계의 언론인 혹은 팩트체커(fact checker)들이 다함께 자료를 공유한다면? 이미 언론인과 팩트체커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는 시작되었다. 5회째를 맞고 있는 세계 팩트체커들의 연례회의 ‘글로벌 팩트(Global Fact)5’가 그것이다.

■ ‘글로벌 팩트5’, 올해의 화두는 비디오 조작

2014년 영국 런던에서 50여명의 참석자로 시작한 글로벌 팩트 서밋은 5년 만인 2018년 56개국 225명이 참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20일~23일 이탈리아 로마 세인트 스테판스쿨에 모인 전세계 팩트체커들은 서로 새로운 팩트체크 모델을 소개하고 정보를 공유했다.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work) 개최로 열린 글로벌 팩트는 ‘10%는 컨퍼런스, 90%는 네트워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팩트체커 간의 소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글로벌 팩트 서밋’. 올해는 56개국 225명의 팩트체커들이 모였다. 사진 Giulio Riotta.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보다 더 빨리 퍼진다”

올해 서밋에서는 사진·동영상 조작으로 진화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발전하는 동영상 기술로 인해 ‘악마의 편집’이 아닌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활용한 영상 조작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도 소개됐다. 또 이에 맞서 컴퓨터 학습을 통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활용해 조작된 영상을 찾아내기 위한 검증 도구도 소개됐다. 에어랑렌 뉘른베르크대학교 크리스천 리에스(Christian Riess)는 “저널리스트들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 혹은 사진을 뉴스로 쓸 때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밋 참가자들은 동영상 조작을 통한 가짜뉴스 생산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크리스천 리에스는 “컴퓨터 그래픽은 편집을 통해 비디오 속 인물의 감정이나 표정 등을 쉽게 조작할 수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 투 페이스(Face 2 Face)”라고 밝혔다. 동영상 조작에 맞서 조작된 영상을 가려내는 기술도 소개됐다. InVid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리에스는 “머신 러닝 기술을 통해 조작된 영상을 찾아낼 수 있지만, 이는 영상의 품질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InVid 프로젝트는 화면을 조각낸 뒤 프레임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조작된 영상을 찾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상 조작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덧입힐 수 있는 페이스 투 페이스.
앞서 ‘무슬림 남성에서 폭행당한 영국 여성들’이라는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한 옵저버도 서밋에 참석했다. 옵저버는 아마추어들과의 연대를 통해 소셜미디어 등에서 유통되는 조작된 이미지와 영상을 검증하는 ‘아마추어 네트워크’를 소개했다. 옵저버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 5000명의 아마추어들과 네트워킹을 구축했다. 옵저버는 조작이 의심되는 영상을 발견했을 때 해당 이미지와 가장 연관이 깊은 이에게 연락해 사진 검증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가짜 뉴스를 걸러낸다. 또는 네트워킹에 가입된 누군가가 옵저버에 이미지 조작을 밝혀달라고 요청할 경우, 네트워크망을 통한 현지 정보 수집 등을 통해 사실인지 여부를 가려내기도 한다.

■ 양적 팽창과 동시에 신뢰도 위기에 봉착한 팩트체크

지난 몇년간 팩트체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양적 팽창을 이루는 동시에 현재의 팩트체크는 신뢰도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실제 미국의 팩트체크 사이트 폴리티팩트(PolitiFact)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의 88%는 뉴스기관이 사실을 조작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팩트체크에 회의적인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폴리티팩트는 회의적인 독자들과 꾸준히 그리고 긴밀히 접촉해 나가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폴리티팩트는 오클라호마주 등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3개 주에서 6개월 동안 미디어 리터러시 실험을 했다. 도서관 등 오프라인에서 직접 시민들을 만나고 폴리티팩트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반복적으로 소개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해당 지역의 이메일을 수집해 그 지역의 이슈와 관련된 팩트체크를 매달 정기적으로 보내는 등 3개 주에서만 54개의 팩트체크를 실시했다.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팩트체크 강좌를 개설해 학생들을 교육하기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팩트체크가 중립적이다고 답한 사람이 불과 6개월만에 46%에서 85%로 껑충 뛴 것이다.

폴리티팩트의 미디어 리터러시 실험 결과.
폴리티팩트의 애런 샤락만은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많은 거짓말을 했음에도 대통령이 됐지만, 폴리티팩트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목적은 대중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고 지금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며 “우리는 비판이 있더라도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팩트체크를 유지할 것이며, 우리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주변과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도 팩트체크와 관련한 국제 컨퍼런스가 열린다. ‘거짓 정보 시대의 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18일 오후 2시~6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창설자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와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IFCN 국장이 참석해 기조발제 연사로 나선다. 이메일로 사전등록(2018factcheck@gmail.com) 하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로마/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 이 취재는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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