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9 17:03
수정 : 2018.08.0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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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잔회견을 열어 드라마 제작현장의 촬영 스케줄을 공개했다. 사진 추혜선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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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의원·희망연대노조 회견
현장 스태프들 열악한 실태 고발
노동시간 단축 대책 마련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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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잔회견을 열어 드라마 제작현장의 촬영 스케줄을 공개했다. 사진 추혜선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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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것 같이 일하면 죽습니다”
최근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촬영 스태프 사망 계기로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들의 연일 20시간 넘게 일하는 살인적인 노동시간 실태가 폭로됐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노동시간 단축에서 방송사는 ‘주 68시간 체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카메라에 담긴 화려한 스타들 뒤로 정작 방송제작 현장의 스태프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외주제작·비정규직 중심의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는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현장의 열악한 촬영스케줄을 공개하며 정부·방송사·제작사에게 실효성있는 노동시간 단축 대책을 요구했다.
추혜선 의원이 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들의 제보를 받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각각의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하루에 최소 10시간에서 길게는 24시간을 넘겨 이튿날까지 이어지는 촬영을 강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에스비에스 토요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은 7월3일에서 6일까지 나흘간 각각 19시간50분, 20시간40분, 18시간20분, 23시간30분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시간 촬영 뒤엔 사우나에서 쪽잠을 자거나 간신히 씻기만 하고 현장으로 조속하게 복귀하는 등 최소한의 수면 환경도 보장되지 못한 현실이었다. 종합편성채널 <엠비엔>(MBN)의 수목드라마 <마녀의 사랑>은 아침 8시에서 촬영을 시작해 다음날 8시50분에 끝나 총 노동시간 24시간50분으로 하루를 넘겨가며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초부터 방송을 내보내는 <티브이엔>(tvN)의 수목 드라마 <아는 와이프>도 촬영시간을 기록한 16일이 모두 하루 12시간을 초과하는 살인적인 노동이었다. 이 가운데 11일은 18시간, 5일은 20시간을 넘긴 일정이었다. 같은 방송사의 <식샤를 합시다3 비긴즈>도 최대 17시간까지 촬영하고 저녁식사를 못했다는 제보까지 나왔다.
드라마 제작현장의 과로노동은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 플랫폼을 가리지않고 진행됐다. <한국방송>(KBS) 단막극, <제이티비시>(JTBC)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나 <라이프> 등에서도 장시간 노동사례가 드러났다.
방송스태프들은 지난달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됨에 따라 현장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으나 바뀌지 않는 현실에 더 분노하고 있다. 박재범 희망연대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주 68시간 준수가 20시간씩 3일, 16시간씩 4일 일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우리 요구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루 8시간도 아닌 12시간 일하고 12시간은 쉬게 해달라는 기본적인 요구인데 이걸 지키는데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냐”고 토로했다.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시간 실태가 드러나면서 이들의 계약서에 근로시간 ‘24시간’이 명시된 불공정 계약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추혜선 의원은 이날 “드라마 방송제작 스태프 노동자들의 불공정 계약서에 강제되어 있는 24시간의 근무시간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열악한 방송제작 시스템과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가져온 결과”라며 살인적인 노동시간 실태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정부가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한편 방송사들은 외주제작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못한 가운데 제작 시간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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