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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15 05:00 수정 : 2018.08.15 09:57

지상파 ‘꼼수 광고’에 뿔난 시청자
예능·드라마 쪼개기 편법 급증에
흐름 끊기고 광고·방송 경계도 모호
시청자 압도적 부정여론 ‘모르쇠’

‘중간광고 합법화’ 논쟁 재연
정치권 “역차별 규제인지 따져봐야”
방통위 “도입 여부 12월까지 결론”
시청자 단체 “상업성 노골화될 것”
학계선 사회적 공론화 작업 제안

”지상파 방송들이 길지 않은 드라마를 1, 2부로 쪼개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의 호흡이 빨라졌다. 감정이 고조됐다가 갑자기 식는 느낌이어서 완결성이 떨어진다.” (시청자 ㄱ씨).

“딸과 드라마를 같이 볼 때 중간에 광고가 나오면 아이가 ‘아이 짜증나’라고 한다. 나도 한창 몰입하는데 흐름이 뚝~끊겨지니 짜증이 솟구친다.” (ㄴ씨)

“지상파 방송 드라마가 어느 순간부터 본 방송과 광고 경계가 모호해졌다. 주인공이 바로 연결된 광고에 나와 물건팔고 있는 상황이다. 아주 불편하다” (ㄷ씨)

■ 시청자들, ‘꼼수 광고’에 뿔났다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3사의 편법적 중간광고가 갈수록 늘어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중간에 들어가는 광고로 시청자의 주목도가 높은 만큼 광고 단가가 비싸다. 케이블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과 달리 공공재인 전파를 쓰는 지상파 방송들의 중간광고는 불법이다. 그동안 지상파는 다매체·다채널시대의 치열한 경쟁 속에 광고매출이 격감하자 중간광고를 풀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결국 편법을 동원했다. 2016년 말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드라마까지 한회 분량을 둘로 쪼개 광고를 붙이는 ‘유사 중간광고’를 시행하고 있다. 60분짜리 드라마를 30분으로 쪼개 1, 2부로 나누고 1부 끝에 광고를 집어넣는 식이다. 유료방송이 중간광고 전 ‘60초 후 돌아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낸다면, 지상파는 ‘1분 후 ~회가 방송됩니다’ 또는 ‘곧이어 ~회가 방송됩니다’라고 고지한다. 지상파 쪽에선 중간광고가 아니라 ‘프리미엄 시엠’(피시엠)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라고 주장하지만 시청자 눈엔 유료방송 중간광고와 큰 차이가 없다. 시청자단체들이 “지상파 방송의 꼼수”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최근 <광고학연구>에 실린 논문 ‘지상파TV방송의 중간광고 도입에 대한 일반 시청자와 광고인의 인식 비교’(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팀)를 보면, 여론조사 결과 일반 시청자들은 지상파 중간광고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 흐름이 중단돼 시청자에게 피해를 줄 것”(69.3%) “광고시청을 강제하게 함으로써 시청자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48.7%) 등 부정적 여론이 높았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선 “필요하지 않다”(57.1%)가 “필요하다”(17.8%)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김병희 교수는 “지상파 방송들은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재원이 확보돼 프로그램 질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나 이에 대한 회의적 진단도 많다. 지상파의 중간광고 도입은 다른 미디어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짚었다.

■ 묵은 찬반논쟁 탄력받나

최근 정치권에선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지상파의 중간광고 규제가 역차별이 아닌지 따졌다. 방송사 규제기관인 방통위는 오랫동안 찬반 논쟁을 벌여왔던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여부를 놓고 올 12월까지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당시 국회 업무보고에서 “광고가 모바일, 종편 등으로 옮아가고 지상파 광고가 현저히 떨어지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타매체와의 형평성과 시청권 침해 등을 고려해 폭넓게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답변했다. 방통위 안팎에선 이미 실무진의 검토는 모두 끝났고 청와대와 조율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론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가 여전하다. 시청자단체들 중엔 이미 지상파의 편법적 중간광고가 자리잡은 만큼 지상파의 공적 책무 강화 등을 약속받고 중간 광고를 허용하자는 현실론을 펴는 쪽도 있지만, 중간광고가 합법화되면 시청률을 의식해 지상파의 상업성이 더 노골화할 것이라며 유사 중간광고부터 중단돼야 한다는 강경론이 다수다. 노영란 매비우스(매체비평 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지상파들의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검토없이 중간광고를 허용해선 안 된다. 총체적인 대차대조표를 엄격하게 따져보고 광고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도 “지상파방송은 무료서비스 방송으로 공적 책임 등 법적 지위가 유료방송과 다르다. 중간광고로 시청자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유료방송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케이블방송협회도 “지상파 사업자들의 광고 매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사업 다변화로 재송신료, 프로그램 판매 등의 수익은 늘고 있다”며 정책적 지원 요구에 앞서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문제는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더라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발등의 불만 끄려 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박근혜 정부 때 한국방송·문화방송 등 공영방송의 광고매출이 줄어든 원인은 공정성·신뢰성 하락으로 시청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시 신뢰를 쌓지 않으면 중간광고를 도입해도 광고시장을 반전시키기에 한계가 있다.

학계에선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이해가 엇갈린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기 숭실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이나 영향력이 크게 줄었고 유튜브 같은 동영상이 강력한 매체로 떠올랐다. 미디어 환경이 달라진 만큼 중립적이고도 진지한 공론화 작업을 거쳐 광고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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