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2 05:00
수정 : 2018.09.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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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사장 체제 10개월 점검
MBC는 지금
보도·시사프로 시청자 신뢰 52점
메인뉴스 시청률도 JTBC 뒤이은 4위
올해 방송매출 적자 예상 경영 비상
겉도는 정상화
젊은 층 겨냥한 프로그램들 ‘아직 글쎄’
‘사상검증’하며 뽑은 대체인력 내분
과거청산 수위 놓고 강경-관용 대립
그래도 희망적으로
제작파트 조금씩 되살아나
탐사보도 중심 피디저널리즘 기대
“건강한 뉴스 만들기 근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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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8일 적폐청산과 재건·혁신을 내세우며 취임한 최승호 사장체제의 <문화방송>(MBC)이 최근 출범 10개월을 맞았다. 문화방송은 그동안 방송 정상화를 위한 내부 혁신 작업으로 바삐 움직였지만 아직 그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예능·드라마에서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드물고, 권력의 방송장악으로 친정부 성향, 불공정 보도에 실망하고 떠났던 뉴스 시청자들은 닫힌 마음의 빗장을 쉽게 열지 않고 있다.
최 사장은 지난 3일 방송의 날 ‘시청자가 주인이다’라는 특집방송에 직접 출연해 시청자들과 직접 대화에 나섰다. 이날 녹화 현장에서 시청자 대표 100명에게 문화방송
보도·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를 물었더니 긍정적인 답변은 52명에 그쳤다. 출범 초기 어느 조직보다 뛰어난 창발성을 발휘한 저력이 있는 데다, 현장에서 쫓겨났던 기자·피디들이 복귀하고 조직을 정비하면 과거의 영화를 빨리 회복할 것이라고 낙관했으나 현재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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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새로 교체된 <뉴스데스크>의 왕종명·이재은 엥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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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한 젊은 시청자에 구애중…
지난달 30일 문화방송은 전날(29일)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는 홍보에 나섰다. 홍보팀은 “뉴스데스크가 연일 계속되는 단독 보도와 심층성을 강화한 집중보도로 7월 개편 이후 시청률이 수도권 기준으로 10.6%(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이 기록은 아시안게임 기간의 특별편성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수도권 기준 메인뉴스의 가구 시청률은 4.3%로 <한국방송>(KBS) 12.1%, <에스비에스>(SBS) 7.1%. <제이티비시>(JTBC) 5.7%에 이어 4위였다. 시청자 수도 20만명을 넘는 다른 방송과 달리 14만9600명에 그쳤다. 방송매출도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경영지표는 여전히 빨간불이다. 지지부진한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7월 박성제 기자를 보도국장으로 교체하고 선택과 집중을 내세우며 뉴스포맷 변화에 나섰지만 시청자들은 두드러진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래도 젊은 시청자를 겨냥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시청자가 선정한 뉴스를 기자들이 토크쇼 형태로 전달하는 ‘마이리틀뉴스데스크’(마리뉴)도 그런 새로운 접근 가운데 하나다. 보도국이 아닌 시청자가 뉴스를 채택한다는 발상은 신선하지만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보도국의 ㄱ기자는 “보도국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마리뉴’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으나 참신하지도 않고 뉴스 가치에 대한 정체성도 없어 내부 반응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미디어뉴스국에서도 ‘20대가 만드는, 20대를 위한 뉴스’를 내걸고 ‘14층(F)’이라는 동영상 형태의 뉴스쇼를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이 뉴스콘텐츠 역시 외부 크리에이터 등과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시도이지만 내부 혁신작업에 원활하게 녹아들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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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안팎에선 ‘피디수첩’ 같은 탐사보도가 문화방송의 영광을 되살리는 희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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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노갈등 해결도 과제
문화방송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노-노 갈등이다. 김재철 전 사장체제에서 노조가 낙하산 사장과 불공정 방송에 저항하며 파업에 나서자 ‘사상검증’까지 하며 뽑은 대체인력이 100명에 가까워 ‘돌아온 사람들’과의 내분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른바 ‘디엔에이’(DNA)를 바꾸겠다며 전 경영진이 뿌린 씨앗이 지금껏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오랜 기간 현장에서 배제된 기자나 피디 등의 무뎌진 칼도 경쟁력 회복의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문화방송은 지난 정권 때 벌어진 편파·왜곡 방송의 진실 규명과 책임을 묻기 위해 노사합의로 올초부터 ‘문화방송정상화위원회’를 꾸렸으나 과거청산 수위를 놓고도 내부 온도 차가 있다. 적폐세력을 제대로 청산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와 함께 화합을 위해선 반대쪽도 포용해야 한다는 관용론도 엄존한다. 최근 신동호 전 아나운서 국장이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쓴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나 징계위는 정직 6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 5월 ‘사내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인사에 불이익을 가한 부당노동행위 때문에 이미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노조는 최근 노보를 통해 “정직 6개월에 해당하는 중대 사규 위반이 2건 이상이면 해고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고 조처를 부담스러워하는 회사 쪽은 ‘과거에도 복수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반드시 병합심사를 한 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내부 구성원들도 암울한 분위기를 느끼며 자체 진단에 나섰다. 10년차 안팎의 젊은 조합원들은 최근 열린 노조 좌담회에서 “과거의 영화를 못 잊는 우리 안의 무사 안일주의”를 되짚고 “이러다 망할지도 모르는데 시간은 그냥 흘러간다. 위기를 극복할 비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문화방송 안팎에선 경영진의 미래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지속적 혁신을 위해 연령층마다 다른 수요를 고려한 오디언스 전략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비록 더디더라도 <피디수첩> 등 탐사보도 중심의 피디저널리즘이 작동하는 것에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 저널리즘에 좀더 힘을 쏟으면 방송이 서서히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사교양국의 ㄴ피디는 “경영진이 가시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조급증에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제작 파트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희망적으로 진단했다. 홍성일 한예종 겸임교수도 “본류는 저널리즘이다. 피디저널리즘인 <피디수첩> 등이 신뢰 회복에 씨앗이 될 것이다. 뉴스를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 것인지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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