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7 05:01
수정 : 2018.10.17 10:23
한국방송 사장 공모 11명 지원
시민자문단 참여 숫자 늘리고
공정성 확보 전문자문단도 운영
새노조 ‘양사장 6개월’ 긍정 평가
10명 중 8명 “한국방송 변화 체감”
언론단체도 지속적 개혁에 기대
1노조·공영 노조선 ‘저지’ 기류
“정권 홍보기관 전락…연임 반대”
극우세력 연합설·지라시에 ‘흉흉’
<한국방송>(KBS)의 차기 사장 후보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양승동 사장 연임’ 이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기자와 피디 직종을 중심으로 하는 구성원들 대다수는 양 사장이 연임해 한국방송 개혁작업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술직 위주의 구성원들은 연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지지-저지’ 세력으로 맞붙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4월 취임한 양승동 사장은 해임으로 물러나게 된 고대영 전 사장의 임기인 11월23일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마감한 사장 후보 공모 지원자는 다시 출사표를 던진 양 사장을 포함해 권오석 전 한국방송미디어 대표이사, 금동수 전 부사장, 김영신 전 정책기획센터장, 김진수 해설국장, 신기섭 인천사업지사, 양관우 전 심의위원, 오진산 전 콘텐츠창의센터장, 우광택 심의부, 이정옥 전 글로벌전략센터장, 정순길 전 춘천방송총국장 등 11명이다.
방송사 안팎에선 한국방송 차기 사장 자격으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인 개혁 의지와 탄탄한 미래 전략 등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 시민자문단에 전문자문단도 운영 한국방송 이사회는 시청자 의견을 반영하는 공론화 방식의 시민자문단을 지난 2월 양 사장 선임 때에 이어 이번에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번처럼 시민자문단 평가와 이사회 최종 면접 비중을 40%대 60% 비율로 반영하되 숫자는 150명에서 170명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강형철 한국방송 이사는 “시민 전체를 대표하는 과학적 엄밀성을 따질 때 문제가 없지 않지만, 제 3의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정파성 없는 시민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의미있다. 후보자의 황당한 공약에 대해선 실천방안을 물어보는 등 합리적이고 밀도있는 논의가 기대된다”고 평했다. 시민자문단을 선정·논의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론화조사 전문자문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시민자문단은 서류심사를 통해 27일 최종 확정된 후보들의 정책발표회를 평가한다. 이사회는 31일 후보 면접 뒤 시민자문단의 결과를 반영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대통령에 임명제청한다.
한국방송 이사회가 내놓은 사장 선임 심사 기준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비전과 철학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및 신뢰성 강화 방안, △한국방송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나갈 경영능력과 리더십 및 미래방송 혁신 방안, △국가기간방송에 걸맞는 도덕성 등 4개 항목이다.
연임에 도전한 양승동 사장은 현직 프리미엄도 있지만 6개월 성적표가 공개되며 기준에 합당한지 도마에 올랐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가 양 사장 취임 뒤 6개월간의 성과와 과제를 평가하는 설문조사(10월1~3일. 1283명이 참여)에서 조합원 열에 여덟명이 한국방송 변화를 체감한다는 긍정 평가를 했으나 3명 가운데 1명은 장기 전략에 대해선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가장 나아진 점으론 제작 자율성, 수평적 조직문화, 한국방송 이미지 등이 개선되었다고 꼽았다.
실제로 양 사장에 대한 사내 평가는 비교적 우호적으로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양 사장 체제의 경영진이 10년 가까이 업무 배제 등으로 경험은 미흡하고, 눈 앞에 닥친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이 거칠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향과 철학이 바람직하다는 평가에서다. 시니어 직원 ㄱ씨는 “세월호 이후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각성과 흐름 속에서 구성원들이 방송 혁신을 위해 서로 힘을 보태고 있다”며 “양 사장이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믿고 기다려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공정방송 등 개혁 이어갈 후보는 언론단체들도 한국방송의 지속적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본격적인 평가를 하기엔 짧은 기간이지만 시민단체가 요구했던 방송 정상화 요구의 흐름대로 국민 알권리와 의제 설정 등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과거 청산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 활동, 성평등센터 개설 등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한국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를 찾기 위해 경영의 투명성, 시민 참여, 외주제작사와의 공정 거래 등 양 사장이 추진하는 개혁은 더디지만 방향 자체는 의미 있다. 차기 사장도 원칙이 흔들리지 않게 개혁 과제를 심층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나 한국방송 일각에선 양 사장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기자, 피디 중심의 새노조와 달리 기술직 중심의 1노조나 장기근속자 중심의 공영노조 등에서는 한국방송을 정권의 홍보기관으로 전락시켜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었다며 양 사장을 거부하거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 정권의 지지를 받았던 일부 세력들도 진미위 활동이 자신들을 겨냥한 보복위원회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내 개혁세력들은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지속적인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중도층도 규합해 양 사장을 지지하는 반면 양 사장 반대 세력들은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태극기세력 등 극우들과도 연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혼탁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방송 사장 후보를 둘러싼 뒷소문도 방송가 여기저기 돌고 있다. ‘인사는 새노조가 결정하고 양 사장은 사인만 하는 바지사장에 불과하다’거나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국정수행에 기여을 못한다’는 등 다른 후보자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대부분 양 사장 체제를 흠집내고 있다. 새노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소문을 담아 돌고 있는 ‘지라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뒤 “허위사실에 개혁을 폄훼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한다면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며 “중단없는 개혁 의지가 사장의 필수 자격”이라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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