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3 07:52
수정 : 2019.01.2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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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YTN 앵커가 17일 오후 상암동 와이티엔 사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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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오후시간 ‘더뉴스’ 진행
해직 찬바람 속 의욕 찬 40대 보내고
백발의 뉴스 진행자로 10년 만에 복귀
“핵심은 쉽게, 패널 위주 방담은 자제
좋은 뉴스 평가는 시청자의 권한”
종편식 선정적 보도와 선 긋고
정통 저널리즘 스타일로 ‘차분’ 진행
노동 등 외면받는 문제도 중요하게
더뉴스 안정기엔 포맷 변화도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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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YTN 앵커가 17일 오후 상암동 와이티엔 사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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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혁신은 포맷이 아니고 내용이다. 좋은 뉴스에 대한 평가는 시청자가 한다. 좋은 뉴스를 시청자에게 쉽게 전달해 시청률까지 올라가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고 싶다.”
10여년 만에 마이크 앞에 앉은 노종면 <와이티엔>(YTN) 앵커의 다짐이다. 2008년 10월에 이명박 정권에서 쫓겨난 첫번째 해직 언론인인 노 앵커는 2017년 8월에 복직됐으나 와이티엔 새 경영진과 노조와의 갈등으로 한동안 제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지난달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오후 시간대 전략뉴스로 신설한 <노종면의 더뉴스>(월~금 오후 2~5시)로 돌아온 노 앵커를 17일 서울 상암동 와이티엔 사옥에서 마주했다. 한창 의욕적으로 일할 40대 대부분을 일터 밖에서 찬바람과 맞섰던 그는 이젠 하얗게 머리칼이 센 50대 장년의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복귀한 소회에 대해 그는 “뭔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책임감이 컸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 어려움의 배경엔 미디어 환경의 변화 탓이 크다. 예전엔 기자들이 방송을 이끌어가는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작가, 브이제이(VJ) 등 업무 영역이 세분됐고, 이들간의 협력과 소통이 있어야 좋은 방송이 가능해졌다. 시청자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소셜미디어의 몫도 매우 중요해졌다. 방송 중간에도 유튜브 및 에스엔에스를 통해 시청자 반응을 확인하는 그는 “피드백이 늘어나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팩트뿐 아니라 멘트 하나 잘못해도 시끄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함을 넘어 스스로 위축되는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더뉴스>는 당일 뉴스 전달 외에도 여야를 대표해 1대 1로 현안을 토론하는 ‘더정치’ 코너를 매일 배치했다. 요일별로는 더여론(월), ‘더사건’(화), ‘더비평’ ‘더훈수정치’(수), ‘더문화’(목) ‘더스포츠’(금) 등으로 분야를 구분했다. 그가 기획해 화제를 모았던 ‘돌발영상’도 5년 만에 부활해 임장혁 기자가 제작하고 있다.
조금은 나른한 오후 2시께는 예전 같으면 지상파에선 방송을 쉬거나 드라마·예능 재방송을 트는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해 지상파까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한 시간대가 됐다. 노종면 앵커는 “와이티엔은 1995년 출범 뒤 공들여 만든 뉴스로 시청률을 높임으로써 이 시간대를 특별히 개척했다”며 ‘레드오션’이 된 오후를 잘 공략해 입지를 되찾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는 “와이티엔 주 시청자는 50대 이상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더뉴스>는 40대 중반으로 낮춰보자는 것이 회사의 편성 전략”이라며 “<더뉴스>가 견지하는 원칙은 △이슈를 회피하지 말자 △핵심을 쉽게 전달하자 △기존 뉴스 포맷을 반복하지 말자 △패널 위주 방담형 콘텐츠 비중을 줄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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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앵커(가운데)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문제를 놓고 윤기찬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 대변인(왼쪽),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YTN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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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에서 노 앵커는 빠르지 않은 말투로 차분하고 균형감 있는 진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통 저널리즘 스타일’은 그가 자리를 비운 뒤 등장한 종편에 익숙한 시청자들이라면 다소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다. 종편 시사프로그램들은 주 시청자인 60대 이상의 고령층을 겨냥해 패널들이 고함지르듯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 등 선정성이 짙다. 노 앵커는 “<더뉴스>는 평론가나 변호사 위주의 패널은 배제하고 있다”며 종편식 보도와는 선을 그었다. “여야 의원이나 각 분야의 전문가가 현안 위주의 토론을 진행한다. 냉정하게 보면 지루할 수 있으나 일정 기간 감수하고 시청자들과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갖는 토론은 쉽지 않다. 그는 “중요한 이슈지만 출연자들끼리 논쟁이 안 되고 꼬이면서 지루해지기도 한다”며 “싸움이 붙도록 진행자로서 개입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토론 당사자들이 갈등 포인트를 명료하게 전달해 시청자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으로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시청자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토론’이 그의 목표다.
그의 첫 출연을 앞두고 사내에선 ‘패기’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흰머리부터 염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방송 출연할 때 분장도 최소화했던 그였기에, 염색도 안하길 바랐다고 한다. 결국 찬반 논란 속에 스튜디오 리허설 화면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연륜’의 앵커가 승리했다. 시청자들로부터 ‘해직 때문에 고생한 티가 많이 났다’는 소리도 제법 들었다고 한다.
<더뉴스>는 노동 분야 등 사회적으로 외면받는 이슈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지난 11일 파인텍 노사가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한 뒤 노동자 2명이 426일간의 고공농성을 풀고 굴뚝을 내려올 땐 예정된 코너를 취소하고 생중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하늘과 땅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중계차로 확대해서 여러 대 카메라로 현장 촬영을 강화했고, 그동안 이 사건을 추적했던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함께 설명했다.”
그는 다른 언론들은 다루지 않았던 뉴스를 <더뉴스>가 주목함으로써 사회에 자극이 되길 바란다. 지난 연말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하며 야당 대표들이 단식할 때 언론들이 단식에만 초점을 맞춘 것을 예로 들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은 복잡한 사안이지만 워낙 중요한 제도개혁이기 때문에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당 입장조차 없어 난색을 표하는 의원들을 불러 토론을 붙였고, 어려웠지만 보람찼다.”
노 앵커는 “뉴스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장이 아니라 어떤 뉴스를 하느냐다. 주목하는 뉴스가 무엇인지, 누구 편에 서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더뉴스>가 점차 안정되면 포맷 변화 등 플러스 알파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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