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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3 03:00 수정 : 2019.04.03 18:03

여성 위원 ‘9명 중 3명’ 4기 방심위
여성에 술 따르기 시킨 ‘짠내투어’
“미모가 제일” 채널A 시사프로 등 징계
양성평등 위반 제재 늘고 있지만
전광삼·박상수 위원 ‘시대 역행’ 발언
‘정준영 사건’ 피해여성 보도 심의
“이미 실명 확산됐는데…” 어깃장
성추행 묘사 문제 삼자 “언론 위축”

#미투(나는 폭로한다) 운동에서 보듯 한국 사회의 성의식은 격변하고 있지만 텔레비전에 나타나는 ‘젠더의 풍경’은 그다지 바뀐 것이 없다. 아빠는 바깥일, 엄마는 부엌일 등 성별 분업을 반복하는 드라마 내용은 물론 뉴스 앵커들의 ‘구닥다리 역할 분담’ 즉 ‘남오여삼’(남성 50대, 여성 30대), ‘남선여후’(남성이 먼저 발언 뒤 여성이 뒤이어 발언), ‘남중여경’(남성이 중요 이슈를 다루고 여성이 가벼운 사안을 보도) 관행도 여전하다. 지난해 1월 ‘4기 체제’가 출범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위원장 강상현)는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해 양성평등에 따른 심의를 강화하는 추세이지만, 일부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남성 위원들의 시대착오적 판단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는 ‘젠더 심의’의 현장을 엿봤다.

■ 심각한 반인권·성차별 방송 현재 9명의 방심위원 중 남녀 비율은 6 대 3이다. 인권위가 지난 2월 ‘방심위원 중 특정 성이 60% 이상을 차지하면 안 된다’고 제시한 가이드라인엔 못 미치지만, 직전 3기 때는 여성 위원이 한명도 없었고 2기에도 한명에 그쳤던 것에 견주면 나아지긴 했다. 여성 위원들이 늘어나면서 양성평등 심의 규정을 위반한 사안에 대한 심사도 강화됐다. 제재 건수만 봐도 2015년 9건, 2016년 11건, 2017년 0건(6개월 동안 심의가 이뤄지지 않음)이었는데 4기 체제가 시작된 2018년엔 39건이었고 올해엔 벌써 7건(2월 기준)에 이르렀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은 오락·예능·뉴스 프로그램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제재를 받는다. 시사 대담 프로그램 <뉴스톱10>(채널A·2018년 2월23일)은 출연자들이 김아랑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의 외모를 흥밋거리 삼았다가 심의 대상에 올랐다. 방심위는 “여자들한테는 예쁘다는 소리 많이 해주면 훨씬 기분도 좋고, 성적도 매우 좋아질 것” “여성은… 공부 잘하는 거…아무 소용이 없다” “미모가 제일” 같은 노골적 발언이 걸러지지 않고 나간 데 대해 ‘권고’를 내렸다.

4기 방심위는 음주를 미화하거나 술자리 성희롱에 관대한 남성 중심 음주문화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 시간대에 ‘소주 분수’ 장면을 튼 <미운 우리 새끼>(SBS·2017년 5월28일), 가수 승리가 구구단 멤버 김세정에게 호감 있는 남성 출연자를 향해 술을 따르도록 한 <짠내투어>(tvN·2018년 8월18일)에 ‘경고’를 내렸다. 성호선 방심위 대변인은 “3기 방심위에서 양성평등 위반 관련 제재가 하나도 없어 매우 심각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방심위 내부에서도 최근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최근 늘어나는 디지털 성범죄에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 일부 남성 위원들 “뭐가 문제냐” 문제는 남성 심의위원들이다. 방송콘텐츠 내용을 집중 심의하는 방송심의소위는 지난달 21일 회의를 열어 가수 정준영의 동영상 불법촬영 피해자로 특정 여성 연예인을 암시하거나 사진 자료를 내보낸 <뉴스 에이>(채널A·3월12일), <보도본부 핫라인>(TV조선·3월13일)을 긴급안건으로 심의했다. 소위 위원 5명 중 윤정주·심영섭·허미숙 위원은 2차 피해의 심각성을 지적했으나 전광삼·박상수 두 남성 위원은 “이런 것을 문제 삼으면 뭐를 보도하라는 것이냐” “근거가 있는 방송”이라며 방송사를 비호했다. 그러나 정작 이 방송사들은 2차 피해를 조장한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다음날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 영상을 삭제했고 사과 방송도 했다.

지난해 3월27일 열린 소위 회의에서도 같은 구도의 대립이 빚어졌다. ‘8년 전 무슨 일이…장관 옆에서 성추행’이라는 보도에서 삽화 등을 통해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장면을 묘사한 (2018년 1월30일)를 놓고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윤정주·심영섭 위원과 달리 다른 남성 위원들은 “삽화 자체만 보면 선정성도 없다”(박상수), “이 정도 수준을 문제 삼으면 언론이 위축돼 제대로 된 보도를 못 한다”(전광삼)고 맞섰다.

일부 남성 위원들이 이런 구시대적 발언을 일삼는 것은 성평등 의식이 낮은데다 자유한국당(전광삼)·바른미래당(박상수) 등 보수정당의 추천을 받은 탓에 정파적 결정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정민영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한 정당의 유불리를 과도하게 고려한다. 방심위원 추천 방식을 바꿔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짚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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