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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8 18:16 수정 : 2019.05.28 20:15

교육방송(EBS)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김명중 사장과 박치형 부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 작업을 시작했다. 교육방송 노조 제공

김명중 사장 취임 뒤 첫 인사로
‘반민특위 다큐’ 중단 책임자였던
박치형 전 본부장을 부사장에 임명

교육방송(EBS)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김명중 사장과 박치형 부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 작업을 시작했다. 교육방송 노조 제공
학교 교육을 보완하고 국민 평생 교육의 공적 책무를 지닌 <교육방송>(EBS)이 내분으로 바람 잘 날 없다. 지난해 장해랑 전 사장이 교육방송의 유에이치디(UHD) 방송 송신 지원 논란으로 노조와 갈등 끝에 퇴진한 데 이어 지난 3월 김명중 사장 체제가 들어선 뒤 첫 인사에서 박근혜 정권 때 방송 독립성 훼손 책임자로 지목된 박치형 전 평생교육본부장을 부사장에 임명함에 따라 반발이 번지고 있다.

■ “반민특위 다큐 중단 책임자 부사장에 임명”
교육방송은 2011년 교육다큐위원회에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다큐,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 후손입니다> 제작을 결정했다. 하지만 평생 지난한 삶을 살았던 고령의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면담하며 1년 넘게 작업한 김진혁 전 피디는 2013년에 느닷없이 수학교육팀으로 발령나고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됐다. 다큐 제작도 중단됐다. 당시 관련 업무 책임자는 박치형 제작본부장이었다. 노조가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제안했으나 회사 쪽의 거부로 열리지 못했다. 당시 사내에선 경영진이 친일 관련 이슈를 꺼리는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인 김 전 피디는 지난달 16일 청와대에 ‘교육방송 반민특위 다큐 제작 중단에 책임 있는 인사의 부사장 임명 철회와 다큐 제작 재개 요구’를 하는 국민 청원을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한겨레>에 “본인이 그렇게 부사장이 되고 싶으면 공식 사과를 충분히 하고, 신임투표를 통해 구성원에게 판단을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부사장의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이후 공정보도를 외치다 쫓겨난 해직 언론인의 저항사를 다룬 다큐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을 만들기도 했다.

노조는 박치형 부사장 임명 등에 대해 “교육방송에 부적합한 인사로 적폐세력의 부활”이라며 규탄했다. 박치형 부사장 임명에 대해 찬반 신임투표를 제안했으나 회사 쪽에선 임원인 부사장의 임명동의는 정관에 없는 것으로, 법을 넘어선 사항이라며 거부했다. 노조는 회사 1층 로비에 농성장을 꾸려 점심시간 피케팅 시위에 이어 수요일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부턴 사장과 부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종풍 노조위원장은 “사장은 잘못된 인사를 철회하고, 박 부사장은 더 명예 실추하지 말고 자진 사퇴하길 바란다. 잘못된 인사가 철회되지 않으면 총파업도 불사할 계획”이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는 반민특위 다큐뿐 아니라 박근혜 정권 때 청와대 입김이 들어간 홍보영상 <희망 나눔 캠페인―드림인> 등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다른 사례들도 주목한다.


노조 “철회 안하면 총파업 불사”
농성·퇴진 서명운동 나서
“인사 투명화 기회 삼아야” 지적도

사내 기자·피디·경영인 등 직능단체협회 8곳도 ‘인사 참사’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시민사회로도 비판이 번졌다. 241개 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이 박 부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으며, 민족문제연구소와 전교조 등도 부사장 임명을 철회하고 반민특위 다큐를 방영하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치형 부사장은 정작 인사권자도 아니었는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다큐를 중단한 것이 아니다. 당시 반민특위 다큐 제작 업무로 복귀했던 김진혁 피디가 회사를 떠나 대체 피디를 찾아보기로 했다. 오히려 나는 다큐를 계속 진행하려다 그해(2013년) 12월 본부장에서 보직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김명중 사장은 직권으로 특별감사를 청구해 관련자들을 조사중이다. 김정호 교육방송 홍보부장은 “반민특위 제작 중단과 <드림인> 제작 관련 문제를 중심으로 특감이 진행중이다. 6월 중순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방송 내홍 일지>

▶2013년 박치형 제작본부장 재임 당시 김진혁 반민특위 다큐 피디 전보, 다큐 제작 중단

▶2019년 4월5일 김명중 사장, 박치형 전 본부장, 부사장 임명

▶2019년 4월16일 김진혁, 박치형 부사장 임명 철회와 반민특위 다큐 제작 재개 요구 국민청원

▶2019년 4월17일 방송독립시민행동, 박 부사장 사퇴 촉구

▶2019년 4월29일 사장 직권으로 특별감사 청구

▶2019년 5월7일 노조, 사옥 농성 시작

▶2019년 5월9일 민족문제연구소, 부사장 임명 철회와 반민특위 다큐 방영 촉구

▶2019년 5월13일 전교조, ‘인사 참사’ 사과, 철회 촉구

▶2019년 5월16일 교육방송 직능단체협회, 사태 해결 촉구 공동성명

▶2019년 5월20일 노조, 사장·부사장 퇴진 서명운동 돌입

■ “교육방송 정체성 찾기 시급”
지난해 212억원 적자를 본 교육방송은 올해 적자 폭이 이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가면 2021년엔 자본잠식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재정난 극복을 위해 힘을 결집해야 할 때라는 데는 회사나 노조나 이견이 없다.

이참에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교육방송의 정체성과 미래 전략을 확실하게 따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지금처럼 수능방송에 머물며 교재 판매를 주수익원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공적 재원을 확대해 사회교육, 평생교육 방송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방송 직능단체협회는 “‘정상적인’ 지상파들처럼,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검증받고 이사회를 거치는 사장 선임 절차를 교육방송에도 확립할 것”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요구했다. 현재 교육방송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국방송이나 주주총회에서 임명하는 문화방송과 달리 방송통신위원장이 위원회 동의를 얻어 임명되는데, 절차적 투명성 논란과 종속적 구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교육방송이 공영방송, 미래교육, 지상파방송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랜드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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