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10차 회의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오락가락하는 7월 중순. 열번째 회의를 하기 위해 15일 한겨레신문사에 모인 제7기 열린편집위원들이 지난 한달간의 <한겨레> 보도에 대해 우려와 격려를 넘나드는 의견을 내놨다. 일본의 무역제재,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문제 등 지난 한달 동안 한겨레가 다룬 주요 현안들이 중심이 됐다. 시작한 지 한달을 맞은 한겨레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인 <한겨레 라이브>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이번 회의에는 신광영 위원장(중앙대 교수·사회학), 김제선 위원(희망제작소 소장), 정민영 위원(변호사·법무법인 덕수), 진민정 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최서윤 위원(작가), 최선목 위원(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 김종구 편집인, 이종규 디지털부문장이 참석했다. 안지애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을 대신해 이번달부터 새로 위원으로 위촉된 김미경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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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제7기 열린편집위원회의 열번째 회의가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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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 맞은 영상뉴스 한겨레 라이브
조심스러운 진행 박진감 떨어져
보수 점령 유튜브, 포기 말아야
신광영 위원장 <한겨레 라이브> 이야기를 나눈 뒤 지난 한달간 한겨레 지면에서 다뤘던 여러 이슈에 대해 같이 논의해보는 순서로 진행하도록 하겠다.
진민정 위원 유튜브나 기타 플랫폼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다른 진행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차분하고 조용하다 보니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조금 더 활기차고 박진감 넘치는 진행이 이뤄진다면 좋겠다.
최서윤 위원 긴 영상을 쪼개서 클립 형태로 업로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그런 시도를 많이 한 것 같다. 다만 여전히 매력적이지 못한 섬네일(대표그림)이 아쉽다. 한마디로 낯선, 색다른 이미지의 긴장이 없다보니 조회수가 저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신광영 한겨레티브이(TV)와 <한겨레 라이브>의 관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한겨레 라이브>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일주일 단위 또는 시간 단위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안내해주는 경로가 현 채널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김미경 위원 한겨레티브이 채널에 들어가면 <한겨레 라이브>가 어떤 콘텐츠인지 명확히 구별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유튜브 채널 홈에 들어가면 복잡해서 불편했다.
신광영 금요일에 다니엘 린데만이 출연하는 코너(<한겨레 라이브인>) 같은 경우에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콘텐츠와 포맷을 가진 방송인데 묻히는 감이 있다.
최서윤 노력은 느껴진다. 홈페이지에도 접근 가능한 코너를 따로 만들고 콘텐츠 내용에서도 연결성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본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꾸준히 접속하는 사용자들과 유튜브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다.
진민정 수요일에 방송하는 ‘독한소통’ 코너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읽어주는 댓글의 출처가 어디인지 궁금했다. 댓글은 그 자체 속성상 문제가 많다. 기사를 읽지 않고 무작정 한겨레를 비판하기 위해 댓글을 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보다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과 비판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김제선 위원 어렵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정권 교체가 가능했던 이유 중의 핵심 요소가 바로 팟캐스트였다. 과거의 팟캐스트 같은 역할을 지금 한겨레 유튜브가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상 시대인 지금, 보수 집단이 영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중요하다. ‘오남진’(오십대 남성 진보) 옛 구도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보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그리고 젊은 세대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자체적으로 영상을 편집해서 재가공하는 순간 성공하기 시작한다. 그 단계까지 가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광영 결국 ‘스타’를 배출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다니엘 린데만과 같은 방송인 캐스팅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방송에 등장하는 모든 분들이 스타플레이어 역할을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진행자를 비롯해 코너 한개쯤은 대표할 수 있는 스타성을 가진 패널들이 꼭 필요하다.
정민영 위원 한겨레가 라이브 방송에서 가장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섭외력이라고 생각한다. 김경수 경남지사, 유은혜 교육부 장관 그리고 최근 배우 정우성씨까지 이슈가 될 만한 인물들은 한겨레를 반드시 거쳐간다. 등장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인물들 그 자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겨레 라이브>라는 플랫폼을 제대로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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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가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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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수출규제 초유 사태 대해
불매운동 움직임 등 분석 필요
삼성 보도 팩트체크 계속돼야
신광영 이제 지난 한달간 한겨레 지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최선목 위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기업 입장에선 초유의 비상사태였다. 긴 기간 동안 매우 공고했던 거래 관계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다양한 입장과 분석이 나오고 있고, 현재 전쟁 양상 비슷하게 한-일 관계가 흘러가는데 이에 대한 보도는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서윤 개인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또 다른 혐일 집단주의로 흘러갈 수 있다. 한겨레에서도 사설에선 일본에 대한 혐일적인 움직임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막상 기사에서는 불매운동을 되레 응원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문화적, 경제적 분석이 없어서 아쉬웠다.
최선목 ‘글로벌 삼성, 지속 불가능 보고서’ 탐사보도에 대해 말하고 싶다. 기업 입장에선 가혹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기사 자체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증거가 많지 않았다. 10만명 직원 중 129명에게 설문조사를 해 쓴 기사가 과연 얼마나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현지적 사고방식을 모두 대입해 종합적인 고려를 했을 때 과연 삼성의 글로벌 공장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숙고해야 한다. 한겨레의 탐사보도에 관련해 7월11일 삼성 쪽이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삼성이 주장하는 바에 대한 팩트체크를 후속보도로 했으면 좋겠다.(회의 이틀 뒤인 17일에 팩트체크 기사 실림,
7월17일치 5면 ‘글로벌 노동착취 사과했지만…삼성의 반박은 틀렸습니다' 기사 참고)
신광영 최근 일본 미디어의 보도 형태를 보면 나름대로 정론지라 불리는 위치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에 관한 기사를 싣는 언론도 있고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는 곳도 있다. 어떠한 미디어가 과연 일본과 기업에 더 도움이 될까. 불편하더라도 사실을 지적하는 미디어가 존재함으로 인해 일본의 기업들이 가진 여러 문제점이 개선되고, 일본 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한겨레의 삼성 보도도 이런 복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정민영 삼성 관련 탐사보도의 기획 의도나 보도 방향에 대해선 매우 공감을 많이 했다. 다만 녹취록이나 인터뷰 외에 다른 유의미한 팩트들이 확인된 것 같진 않다. 그에 비해 제목은 너무 강한 톤으로 설정해 보도 자체가 감정적으로 보일 소지가 많았다. 담담한 어조로 취재한 내용을 풀어나가는 것이 보도의 설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김제선 한국 사회에서 삼성이 가진 무소불위 권력을 모든 언론사가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비판 언론 자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칭찬이 필요하다. 한겨레가 이런 태도를 가지고 일관적으로 계속 노력하고 있다.
김미경 한겨레 보도 이후 프랑스 법원이 삼성을 예비기소 했다. 저는 이 보도가 “우리가 우리를 고백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현지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국가로 인식될 뻔했는데, 한겨레가 먼저 자성적인 보도를 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자사고 20여건 기사 좋았지만
이 시점에 총정리 기사 필요
황교안 ‘좌파언론’ 프레임 분석해야
최선목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논란과 관련해 기사 제목에까지 “한 해에만 275명이 의대에 진학한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표현이다. 상식적으로 360명이 정원인 학교에서 270명이 넘는 학생이 의대에 진학했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 된다. 275명이라는 수치가 제목에까지 등장할 정도라면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
김제선 자사고 지정 취소 사태에 대한 기사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뤄줬어야 한다. 이 문제의 배경, 흐름에 대해 배경 설명이 이뤄졌다면 좀 더 친절하지 않았을까 한다.
김미경 자사고 지정 취소 문제와 관련해 한겨레에서 6월 한달간 대략 20건의 보도를 했다. 쭉 따라 읽어보면 맥락이 다 이해된다. 하지만 모든 독자가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찬반 집단의 의견, 논란의 배경 등 총정리 형태의 기사를 내준다면 교육부가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이 시점에서 매우 좋을 것 같다.
신광영 자사고의 경우 “내 자식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을 누군가가 가로막는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사회갈등에서 벗어나, ‘교육의 근본적인 관점’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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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새로 위촉된 김미경 위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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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선 국회가 계속 파행 상태에 놓여 있는 것에 관한 기사에서 한겨레의 야당 비판이 매우 늦었다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조금 더 빨리 그리고 많이 비판했어야 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요새 좌파언론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다. 좋은 일은 보도하지 않고 나쁜 일만 골라서 보도한다는 주장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뉴스 프레임하고도 비슷하다. 이들이 주장하는 좌파언론 프레임, 한겨레가 ‘좌파언론 프레임’에 대해 어느 정도 입장을 정돈하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사안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슈가 될 것이다.
정민영 숙명여고 교무부장 문제 유출 의혹 사건에 대한 디지털 기사를 유심히 봤다. 1심 이후 당시 제출된 변호인단 의견서, 증거 그리고 판결문을 분석해 법원이 왜 유죄 판결을 내렸는지 소상히 정리한 기사가 좋았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권성동 의원이 무죄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판결문을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보도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김미경 거의 모든 언론사가 삼성바이오 논란을 ‘분식회계’라고 표현하는데, 한겨레가 ‘회계사기’라는 정확한 용어를 써줘서 좋다. 또 6월 한달간 큰 이슈였던 퀴어 축제에 지면을 많이 할애해줘 감사하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기사에서는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기보다 대상 아동의 나이가 왜 18살이 아니라 16살 미만인지 한 발 더 들어갔으면 좋겠다.
김제선 학교 비정규직 파업을 응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목으로 뽑았다. 자신의 이해관계에서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시각에서 조망하게 해줘 고맙다. 또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하는 언론이 많았는데, 한겨레만큼은 정상적인 보도를 해 바람직했다.
정리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녹취 채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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