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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6 17:48 수정 : 2019.08.06 19:23

100회 넘긴 tbs ‘TV민생연구소’ 순항

참여연대 출신 안진걸 소장
‘을의 현장’ 찾아 목소리 담고
당국·기업에 해법 촉구 역할

지난 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동상 앞에선 하루 평균 276개 물품을 1~2분에 하나씩 배달해야 하는 택배노동자들의 기본권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아침엔 폭우가 쏟아져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어느덧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땡볕이 쏟아졌다.

“잠깐 서 있어도 이렇게 비오듯 땀이 흘러내리는데 폭염과 폭우가 몰아친 오늘 가장 걱정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택배기사들입니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사람들이지만 장시간 과로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택배노동자들의 휴식 보장을 위해 8월16~17일을 ‘택배 없는 날’로 만들자며 동참을 호소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의 안 소장은 이날 각계의 연대 발언 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과 대화하며 1주에 74시간 가까이 일하지만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택배노동자들을 위해 이른바 ‘택배법’(생활물류서비스법)이 조속하게 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교통방송>(tbs)의 <티브이(TV)민생연구소>(월~금 오후 6시~6시50분) 7일에 ‘안진걸이 간다’를 통해 전파를 탈 예정이다.

지난 2월 방영된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 화면 갈무리
■ TV로 들어온 민생버라이어티쇼

지난 2월25일 방송을 시작해 지난 7월16일 100회를 넘긴 티브이민생연구소는 ‘불공정한 세상을 향한 을들의 반란’ ‘시민 편애방송’을 기치로 민생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해법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송파 세모녀 사건 5주기를 맞아 빈곤층의 복지문제 점검을 시작으로 특수고용자인 택배노동자, 장애인, 독립운동 후손들, 중소상공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을지로 재개발 대상자, 시간강사 등 주로 을들의 현장에 초점을 맞춘다. 큰 사건이 생길 때만 반짝 언론의 관심을 받아온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이처럼 방송이 매일 한시간 가량 주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현장도 파헤친다. 최근엔 여름철 아이들 대표적 놀이시설인 수영장 수질을 따져봤는데 염소계 살균 소독제를 뿌려대며 최장 263일이나 물을 교체하지 않아 피부질환을 부르는 심각한 위생 상황을 고발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오른쪽)이 지난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기본권 쟁취 기자회견 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위원장과의 대화하고 있다. 이날 촬영분은 7일 방영된다. 문현숙 선임기자

집배원노동에서 새벽배송까지
본질 꿰뚫는 이슈 연속성 장점
“열악한 현실 외면받지 않도록
서러운 사연도 덜 무겁게 방송”

민생연구소는 안진걸 소장과 방송인 곽현화·박철민씨 3명이 진행한다. 스튜디오에서 전문가와 함께 논의하는 현안엔 이들이 다녀온 관련 현장 2~3곳이 비디오로 소개된다. 주로 안 소장이 현장으로 달려가 약자 눈높이에서 민생문제를 묻고, 당국이나 대기업에 해법을 촉구하는 이슈 파이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이전부터 ‘안진걸의 편파방송’ ‘안진걸의 암행어사’, ‘안진걸의 을·밀·때’ 등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여러 라디오 방송 코너에서 입담을 과시해왔다. 이에 티브이 강화 전략을 모색하던 교통방송이 민생경제연구소 활동 그대로를 티브이로 옮겨와 퇴근길에 맞춰 방송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라디오에서 10분 길어야 15분 정도의발언에 성이 차지 않던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현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말을 말을 쏟아내고 있다. 100회 특집에선 ‘말 좀 줄이라’는 애정어린 조언도 들었다.

지금까지 다룬 을들의 이슈는 100여개에 달한다. 시청자나 누리꾼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은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비롯해 택배 · 톨게이트 · 학교급식 노동자 등이었다. 안 소장은 “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다양한 이슈에 대해 열려 있다. 시민들은 택배노동자 등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는 이웃들에 대해 고마워하고 이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짚었다.

TV민생연구소가 다룬 주요 이슈들

△ 송파 세모녀 5주기 “빈곤이웃은 사라졌나?”
△ 독립운동 후손에게 듣는 민생고민
△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눈물
△ 워킹맘의 고달픈 현실
△ 세월호 유족 심경고백
△ 제로페이의 진실과 오해
△ 위탁 택배원은 굶어죽고 집배원은 과로로 죽는다?
△ 해고 시간강사의 눈물
△ 세상 밖으로 나온 장애인
△ 이중갑질에 우는 요양보호사
△ 새벽배송의 빛과 그림자
△ 송파 가락시장의 하역실태
△ 수영장 물 얼마나 깨끗할까

■ 서러운 이야기도 발랄하게 진행

방송은 한번 다룬 이슈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다시 마이크를 잡게 하는 특장이 있다. 장애인 문제나 우체국 집배원을 포함한 택배노동자 이슈는 진전된 상황을 여러 차례 다뤘다. 우체국 집배원에서 시작한 택배 문제는 요즘 각광받는 새벽 배송으로 이어져 밤샘노동의 고충을 다루는 것으로 전개됐다. 중소 상공인들의 수수료를 절감시킬 수 있는 제로페이 실태를 다루면 실제로 카페나 음식점에 갈 때마다 이용 가능한지도 확인하는 식이다. 이런 꾸준함을 평가받아 “시민의 권익, 약자의 시선을 대변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4월)을 받았다. 하지만 갑들의 시선은 곱지 못한 법이어서, 집배원 이슈가 나간 뒤 우정본부에선 “왜 편파방송을 하느냐”는 항의를 하기도 했다.

핍박받는 을들의 이야기는 서럽다. 죽고 다치고 눈물겨운 사연이 너무나 답답하다며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안 소장은 주제는 어둡지만 현장의 에너지를 받아 유쾌하게 진행하려 애쓴다. 그는 “주제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유머감각을 살려 밝은 톤으로 진행하고 싶다”며 “현장 화면만 봐도 을들의 상황을 확연히 알 수 있도록 현장으로 깊숙히 들어가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방송 노출의 한계도 있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처럼 황금채널이 아니라 케이블·아이피티브이 방송의 한참 뒷번호인 200번호대의 그것도 번호가 들쑥날쑥하다보니 채널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신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한 콘텐츠 확산에 주력한다. 제작을 맡은 한선정 피디는 “세상 사람들이 귀담아 듣지 않았던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일회·단발성이 아니라 관련 이슈를 끝까지 추척해 우리 사회 변화를 이끌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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