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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7 10:18 수정 : 2019.09.07 10:21

[토요판] 최태섭의 어른의 게임
⑪게임의 유희적 요소

오토체스는 체스판을 배경으로 하지만 체스와는 전혀 관계없다. 경쟁하는 게임이지만 손이 느린 사람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오토체스 공식 누리집 화면 갈무리
인류역사상 존재해왔던 게임이라는 행위를 관통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운이다.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갖고 놀았던 놀이도구 중 하나인 주사위가 대표적이다. 손을 떠나 허공으로 던져진 주사위가 어떤 결과를 보여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알 수 없는 결과에 몸을 맡기며 스릴을 느끼는 행위는 인간 유희의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며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다른 한 요소는 전략이다. 내 전력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수를 예측하고, 환경적 요인과 변수를 고려해 벌이는 게임들이다. 바둑, 장기, 체스 같은 게임은 운의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러므로 결과는 오롯이 플레이어가 감내해야 할 몫이 된다.

인간의 유희들은 대체로 이 두 가지 요소를 배합해서 만들어진다. 운의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결과는 지나치게 무겁다면, 우리는 그것을 도박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게임은 번복할 수 있고, 플레이어의 재량을 어느 정도씩 필요로 하는 가운데 운이 끼어든다. 대세가 된 랜덤박스(가챠)가 게임계에 등장하기 이전에는 게임과 도박을 구분하는 일은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오늘 소개할 오토체스(Auto Chess) 역시 운과 전략이라는 두 가지 요소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게임이다. 오토체스는 도타(DOTA)2라는 게임의 모드(MOD)에서 출발했다. 모드는 게임개발사가 공개한 게임 소스들을 이용해 유저들이 부가적 요소나 새로운 룰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도타2는 물론이고,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다른 게임의 모드에서 시작된 게임이다.

오토체스는 체스판을 배경으로 하지만 체스와는 전혀 관계없는 게임이다. 게임 진행은 이렇다. 플레이어 8명은 각자의 체스판을 갖는다. 플레이어는 주어진 돈으로 상점에 랜덤으로 올라오는 체스 말을 사거나, 플레이어의 레벨을 올리거나, 팔고 있는 체스 말의 리스트를 바꿀 수 있다. 같은 체스 말은 3개가 모이면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업그레이드한 체스 말 3개를 모아야 최종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체스 말의 성능에 따라서 1부터 5까지 개별 등급이 매겨져 있으며, 이는 체스 말의 가격이기도 하다. 또 체스 말들은 각각 종족과 직업을 갖고 있으며, 체스 말의 조합에 따라서 다양한 효과가 발생한다. 라운드마다 플레이어들은 랜덤하게 결정된 다른 플레이어와 결투를 벌인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된다.

이 게임은 화려한 연출이나 심오한 스토리 같은 것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시피 하고, 플레이어가 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요소도 별로 없다. 괜히 게임 이름에 ‘오토’가 들어간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운칠기삼이라는 사자성어를 게임으로 구현해놨다고 해도 될 정도로, 복잡하지 않게 운과 전략을 즐길 수 있다. 또 경쟁하는 게임이지만 손이 느린 사람도 좌절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으며, 따라서 승패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지 않은 것도 은은한 장점이다.

현재는 오토체스의 원작자가 동명의 독립 타이틀을 내놓았다. 그리고 대형 개발사를 포함해 다른 회사들에서 만든 유사한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이머들은 원하는 판으로 가서 놀면 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체스와는 크게 관계없다.

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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