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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8 17:59 수정 : 2019.10.08 20:01

다니엘 뫼위스테르 유엔 인권대표부 인권조사관(왼쪽)과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한국 표현의 자유 현주소’ 콘퍼런스 첫번째 세션 ‘한국의 특수한 디지털 표현의 자유 규제론’에 대해 발표와 대담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 표현의 자유 현주소’ 콘퍼런스
유엔 인권조사관·전문가 목소리
“가짜뉴스 차단법, 인권침해 소지
형사처벌 대신 언론이 균형 찾게”
“공영언론 검증 기능이 대응 수단”

“1인 방송 규제, 대형미디어와 달라야
불법사이트 차단, 재량권 지나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두고 비판
“미투·갑질 폭로 옥죄기 악용돼”

다니엘 뫼위스테르 유엔 인권대표부 인권조사관(왼쪽)과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한국 표현의 자유 현주소’ 콘퍼런스 첫번째 세션 ‘한국의 특수한 디지털 표현의 자유 규제론’에 대해 발표와 대담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허위조작 정보인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목된 유튜브 등에 대한 집권 여당의 강력한 종합대책이 지난 1일 발표됐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러한 대책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자칫 국민의 입을 봉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일 오픈넷 주최로 서울 삼성동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한국 표현의 자유 현주소’ 콘퍼런스에서는 한국의 가짜뉴스 차단법 제정이 국제 인권법 등에 비춰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표현의 자유가 자의적으로 재단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한다.

첫번째 세션 ‘한국의 특수한 디지털 표현의 자유 규제론’에 대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한 좌담회에서 다니엘 뫼위스테르 유엔 인권대표부 인권조사관은 “국가마다 선거 국면에는 법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 각 후보의 선거 캠페인에서 상대를 근거 없이 비방할 경우, 법 조항으로 제재할 수 있다. 전체적 틀에선 독립언론 등이 자유롭게 발언하며 균형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적인 형법적 처벌이나 제한을 하는 경향은 옳지 않다”고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가짜뉴스를 둘러싼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며, 이를 막기 위해 방송 등 레거시(전통) 미디어, 특히 공영언론이 제 몫을 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기존엔 인터넷을 젊은층이 장악했다면 지금은 기술 발전으로 비교적 보수적인 장년층까지 모두가 공론의 장에 참여하게 됐다”며 “진보 쪽에서도 이미 10여년 전 이명박 정권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처벌받은 미네르바 파문을 겪은 바 있다. 가짜뉴스에 국가적 규제는 온당하지 않다. 인터넷 안에서 경쟁하게 해야 공평하다”고 짚었다. 이어 “가짜뉴스 공유가 역사를 바꿀 정도로 정치에 영향을 줬다는 증거는 없다. 가짜뉴스가 나오면 공영언론이 이에 대해 빨리 검증·정리해서 털어줘야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서 급부상한 넷플릭스 등 오티티(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 규제에 대한 국제적 기준은 어떨까. 사실상 1인 방송 체제인 유튜브나 아프리카티브이 등은 방송과 플랫폼만 다를 뿐 서비스는 비슷하기 때문에 방송에만 엄격한 심의를 적용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도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뫼위스테르 인권조사관은 “1인 방송은 법적 의무를 질 필요는 없다. 대형 미디어와는 다른 제한을 받아야 한다. 콘텐츠 자체를 규제하기 시작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국제법상 적법성, 비례성, 장기성 등의 원칙을 고려해 오티티 서비스에 대한 정부 규제가 공공의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도입한 ‘에스엔아이(SNI·Server Name Indication) 필터링을 통한 해외 불법사이트 접속 차단 제도’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광범위한 재량권 부여라는 비판이 나왔다. 뫼위스테르 인권조사관은 “불법 콘텐츠 개념이 모호하다. 어떤 것이 불법인지 법에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으면 규제가 남용될 수 있다. 또 콘텐츠 차단의 예측 가능성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방심위는 외국의 불법사이트 차단은 주로 도박·마약·음란 사이트 등 국내법상 명백한 불법에 해당할 경우에 한하며, 개별 사이트를 검열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두번째 세션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모욕죄는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는가’에선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는 행태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다. 유엔 인권위는 “민주주의에서 서로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방해받아선 안 된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징역형은 과도하다”며 한국의 명예훼손죄 폐지를 일관성 있게 권고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고소·고발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정치인 등 공인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나 온라인 게시물이 나오면 일단 고소부터 하며 겁박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후보자비방죄 조항 등을 적극 활용해 아이디 170여개를 모욕죄로 고소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자신에 대한 비방글을 블로그에 게시한 네티즌 2명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사례 등을 들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도 “성폭력 가해자들이 미투 폭로를 초기에 진화하는 수단으로 명예훼손 고소를 악용한다”며 “미투 외에도 기업 비리, 상사의 갑질, 권력자의 부정행위 등을 내부고발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다수가 겪는 폐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자들도 충분한 근거와 사실 확인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어도 소송을 경험하거나 고소 협박을 받으면 후속보도를 자제한 사례들이 있다”고 짚었다. 뫼위스테르 인권조사관은 “노르웨이에는 형법상 명예훼손 조항이 있기는 하나 거의 사문화됐다. 공인이나 정치인이 이를 남발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고, 언론인을 명예훼손죄로 협박하는 것은 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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