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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8 00:55 수정 : 2019.12.05 10:22

올해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를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리영희상 수상’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초 보도
국내선 “응원” 자국선 “날조기자”
우익 맹공 맞서 힘겨운 싸움하며
한일에 평화·인권수호 사명 전파

올해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를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의 민주화와 언론자유 투쟁의 역사는 동아시아의 공동 자산이다. 일본 기자들도 이를 배워야 한다.”

올해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25일 서울 상암동에서 <한겨레>와 만나 일본 언론의 현실을 짚었다. 현재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한국 가톨릭대 초빙교수와 일본의 진보 잡지 <주간 금요일> 발행인으로 활동하는 그는 매주 월·화요일을 서울에서 보낸다.

우에무라 기자는 <아사히신문> 오사카 사회부에서 일하던 1991년 8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의 육성녹음을 확보해 일본제국이 자행한 비인도적인 군대 ‘위안부’ 실태를 국제사회에 가장 먼저 알렸다. 이 보도 3일 뒤 피해자의 기자회견으로 이어지며 군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배상을 요구하는 국내외 운동이 일어났지만, 정작 일본에선 ‘날조 기자’로 낙인찍히고 우익들로부터 ‘국가의 적’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국의 부끄러운 과거 청산을 촉구하고 우경화를 비판했다. 한국에선 ‘일본 시민사회의 살아 있는 양심’이라고 칭송받지만, 고향 일본에선 배타적인 우익 역사수정주의 세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리영희상 심사위원회는 “그의 투쟁은 단순히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을 넘어, 진실 수호에 불가결한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우에무라 기자는 악화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두 나라 언론의 상호 이해와 교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지금처럼 반일·혐한 감정 부각과 왜곡 보도가 중단되려면 한·일 언론이 상대국에 대한 현실 인식,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는 일이 절실하다”며 “언론은 국익보다 인권·평화·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한·일 언론노조의 9월 공동성명처럼 올바른 보도를 위해 양국 언론의 연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전국언론노조와 일본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MIC)가 함께 주최한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에도 참석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 기성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는 “일본 언론은 훨씬 위축된 상황이다. 보도 자유도 낮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비정구기구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일본은 2010년 11위였으나,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 추락세를 보여 지난해와 올해는 67위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70위까지 떨어졌다가 문재인 정부 이후 41위로 오른 한국과 대조적이다. 그는 “일본에선 역사 교육이 잘 안 되고 있는데, 민주주의와 언론 발전을 위해 이웃나라 한국의 언론자유 투쟁사 등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일·혐한·왜곡보도 막으려면

상대국 역사 제대로 아는 게 절실

양국 언론 연대가 뒷받침돼야…

학생들에게 신문읽는 습관 강조

반골의 젊은 언론인 키우고 싶어”

그는 대학 시절부터 한국 현대사에 관심이 많았다. 1978년 입학한 와세다대 기숙사에서 만난 한국인 선배의 영향으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82년 아사히신문에 입사해 5년 동안 경찰 출입기자를 거친 뒤, 87년 이 신문사의 어학유학제도에 힘입어 한국 연세대 어학당에서 1년 넘게 한국어를 익혔다. 이후 서울특파원을 지냈고, 현재 가톨릭대에서 ‘동아시아의 평화’ 등을 강의한다.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것이 언론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학생들에게 신문 읽는 습관을 들이는 데 힘을 쏟는다. “신문 읽기로 사회적 문제의식을 키우게 하고, 윤동주 시비나 김대중도서관 등을 방문해 산지식을 확대시킨다.”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는 <나는 날조기자가 아니다>라는 책을 출간해 부당한 우익의 공격에 반박했다. 왼쪽은 일본판, 오른쪽은 한국어 번역판. 우에무라 기자 제공.
‘위안부’ 단독 보도 이후 그를 ‘매국·날조 기자’라고 비방한 일본 우익들의 압박은 아베 총리 집권 이후 더 세졌다. 그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옮기기로 한 대학에 우익들이 항의하는가 하면, 나를 비방하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심지어 딸을 죽이겠다는 협박장까지 돌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는 날조기자가 아니다>라는 책을 출간해 우익의 맹공에 정면 반박했고, 법정 소송도 진행중이다.

그의 투쟁은 외롭지 않다. 일본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고, 한국에도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임재경 전 <한겨레> 부사장 등이 주도하는 ‘우에무라를 생각하는 모임’(우생모)이 지원하고 있다. 그는 “‘힘내라, 열심히 싸워라’ 하고 응원해주니 고맙다. 투쟁 속에서 일본과 한국의 새로운 연대가 태어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2년 전부터 동료 언론인 등과 함께 ‘저널리스트를 지망하는 한일 학생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를 짊어질 한·일 예비 언론인들이 친구가 되어 서로의 역사를 알아가며 함께 논의·취재하는 모임이다. 그는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고, 올해 5월엔 광주를 방문해 민주화 역사를 배웠다. 히로시마에선 원폭 피해를, 오키나와에선 전쟁 피해와 미군 기지 문제 등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년 1월엔 규슈 탄광을 탐방해 조선인 강제연행 문제를 배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를 직시하고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새로운 한-일 관계를 모색하는 반골 기질의 젊은 언론인을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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